경제 · 금융 정책

[레짐 체인지] 국민 절반이 빚쟁이… 새 환승창구 만들어야

■ 가계부채<br>서울경제신문·현대경제연 공동 설문<br>10명중 2명 은행 문턱 못넘어 캐피털·저축銀 등 2금융 이용<br>농어업 종사자·자영업자·주부… 대부업체·사채 등으로 내몰려




우리나라 국민의 절반 가까이는 빚 부담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1억원 넘는 채무를 안고 있는 국민도 8.3%나 됐다.

국민 10명 중 2명은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해 캐피털ㆍ저축은행 등 2금융권이나 대부업체 등을 이용했다. 특히 농림어업 종사자, 전업주부, 자영업자 등은 제도권 금융회사가 아닌 대부업체나 사채를 이용하는 비중이 높았다.


서울경제신문이 52주년을 맞아 지난 7월 현대경제연구원과 공동으로 경제활동 중인 전국 20세 이상 성인 남녀 1,011명을 대상으로 '경제현안 관련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우리나라 중산층 이하의 빚 부담이 생각보다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가계부채 증가속도를 다소 줄이기는 했지만 이미 빚이 누적될 대로 누적된 저소득층은 경기가 나빠질 경우 벼랑 끝에 내몰릴 가능성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었다.

◇100명 중 8명, 빚 1억원 넘어=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6.4%는 빚을 지고 있었다. '부채가 있다'는 응답자의 79.5%는 은행, 즉 1금융권을 이용하고 있었다. 1ㆍ2금융권을 동시에 이용한다는 응답자는 3.2%였고 1ㆍ2금융권과 대부업체를 모두 이용한다는 응답자도 0.6%를 나타냈다.


연령대별로는 주택구입ㆍ자녀학자금 등 생활비 부담이 큰 40대의 빚 부담이 가장 두드러졌다. 40대는 60.1%가 채무자로 ▦20대 25.4% ▦30대 44.5% ▦50대 이상 52.1%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40대의 채무규모는 5,000만~1억원(17.8%)이 가장 많았으며 2,000만~5,000만원(15.9%), 2,000만원 이하(15.1%) 등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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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여부에 따라서는 대출 받은 기혼자 비중(56.2%)이 미혼자(27.6%)의 2배 이상이었다. 직업별로는 자영ㆍ상공업 종사자(68.1%)가 빚이 많았다.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이 가속화하면서 자영업 진출이 늘고 은행들까지 자영업자 대출시장을 빠르게 공략한 탓이다. 사무직(화이트칼라)과 생산직(블루칼라) 채무자가 각각 43.7%, 43.2%임을 감안하면 위험수위에 도달해 있는 셈이다.

◇농어업 종사자 대부업 이용 많아=월수입이나 자산이 많을수록 빚 부담이 컸지만 고소득층은 주로 은행을 이용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자산규모 20억원 이상인 사람 가운데 2억원 이상을 빌린 비중이 50%를 차지했는데 이들은 100% 은행을 이용했다. 반면 자산규모 1억원 미만은 카드회사ㆍ저축은행ㆍ신용협동조합 등 2금융권을 이용하는 비중이 23.1%, 대부업체ㆍ사채업자를 이용하는 비중은 2.2%였다.

소득수준별로 봐도 500만원 이상은 은행 대출이 80.2%, 2금융권 대출이 14.2%인 데 반해 100만원 이내는 은행 70.6%, 2금융권 23.5%, 대부업체ㆍ사채 5.9% 등으로 금리부담이 높은 비은행권을 이용했다.

직업별로는 농림어업 종사자(14.3%), 전업주부(3.7%), 자영ㆍ상공업 종사자(3.4%) 등의 사금융 이용률이 높았다. 특히 농림어업 종사자의 경우 1ㆍ2금융권을 동시에 이용하는 사람(0%)이 전무한 반면 1금융권과 대부업체를 동시에 이용하는 사람(16.7%)은 상당히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중소도시나 읍면 지역에서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면 2금융권을 들르지 않고 대부업체로 발길을 돌리는 것으로 유추돼 지역 서민층을 위한 금융대책이 보강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국내외 금융경색 현상이 깊어지면 서민 가계의 줄파산이 우려될 만한 수준"이라며 "은행이 저소득가계의 부채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한편 정부도 소액금융제도와 같은 대안금융을 활성화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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