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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행동하는 양심' 만델라가 감옥에서 쓴 편지?

■나 자신과의 대화:넬슨 만델라 최후의 자서전<br>(넬슨 만델라 지음,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인권운동·27년 수감기간 일기·노트·녹취록 등 총망라
인간승리 과정 낱낱이 기술


"…감옥이 자신을 알고 깨우치기에, 자신의 마음과 감정의 흐름을 냉철하게 규칙적으로 살펴보기에 이상적인 곳임을 발견할지도 모르오.…처음에는 자신의 삶에서 부정적인 것들 것 정확히 집어내기가 어려울지 몰라도, 계속 시도하다 보면 열 번째에는 알찬 보상을 얻을 수 있다오. 성인은 계속 노력하는 죄인이라는 것을 잊지 마시오."


넬슨 만델라의 자서전은 그가 1975년 2월 크루언스타트 교도소에서 아내 위니 만델라에게 보낸 이 편지로 시작된다. 투사, 영웅, 위인을 넘어 성인으로 추앙받는 만델라도 분노와 갈등과 무기력에 관한 감정들을 느끼는 보통의 인간이었다. 다만 그는 이를 다스리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뿐이었다.

'검은 대륙의 아버지' 넬슨 만델라는 인간의 평등과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을 가진 '행동하는 양심'이었고, 사반세기가 넘는 기간의 옥고를 견딘 후 마침내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된 '인간 승리'의 상징이었다. 그의 기존 자서전 '자유를 향한 머나먼 길(Long Walk to Freedom)'은 이미 600만부 이상 팔렸다. 하지만 이 책은 '메모광'인 만델라가 1960년대 초반 반(反)아파르트헤이트 운동을 하면서 쓴 일지와 27년의 수감생활 동안 쓴 편지와 일기, 노트와 녹취록, 각종 서한과 연설문 등을 망라해 엮었다는 점에서 다르다. 특히 전작이 객관성 확보를 위해 집단저작물로 제작된 것과 달리 이 책은 오롯이 넬슨 만델라 자신의 목소리와 글로 기술됐기에, 지도자의 사생활을 들여다 본다는 독특한 재미가 있다.


"그 때 장남 마디바(템비)가 다섯 살이었다. …나는 그 바쁜 나날에도 아이가 몹시 보고 싶었다. 나는 집에서 편히 쉬며 조용히 책을 읽고, 냄비에서 나오는 달콤한 냄새를 맡고, 가족과 함께 식탁에 둘러앉고,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 단순한 즐거움을 더 이상 누릴 수 없다면, 이는 어떤 소중한 것을 삶에서 빼앗기는 것이며, 날마다 일하면서도 그런 상실감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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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델라는 감옥에서 썼으나 출간하지 않은 자서전 원고에 이렇게 적었다. 거인(巨人)인 그도 가족 앞에서는 다정한 남편이고 따뜻한 아빠였다.

책은 크게 4부로 나뉜다. 1부 '목가'에서는 템부족 왕족으로 태어난 만델라가 자기 뿌리의 역사에 대한 자긍심이 이후 투쟁의 자산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2부 '드라마'는 변호사이던 그가 투사가 되기까지를 그린다. 만델라는 실수로 백인 전용 화장실에 들어간 것 때문에 처음 체포됐었고 이후 남아프리카 백인 정부를 비판하는 세계의 목소리를 듣게된다. ANC(아프리카민족회의) 청년조직을 결성한 그가 처음 감옥에 갇혔을 때의 나이가 44세였고 풀려났을 때는 72세였다. 첫번째 결혼에서 네 아이를 얻었으나 지독하게 싸우다 이혼했고, 첫째아이의 죽음을 맞기도 한다. 그야말로 드라마 같은 청년기였다.

3부 '서사시'는 수감생활을, 4부 '희비극'은 대통령 재임기록을 담고 있다. 서문을 쓴 버락 오바마 미국대통령은 "만델라의 삶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오류 없는 인간이 거둔 필연적 승리에 관한 것이 아니다"라며 "그것은 자신이 믿는 것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건 사람,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사람에 관한 이야기"라고 적었다. 2만5,000원.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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