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토머스 사전트 뉴욕대 교수와 크리스토퍼 심스 교수는 정부 정책이 거시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교롭게도 68세의 동갑내기 미국인인 이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계량경제 분야 연구에 크게 공헌해온 세계적인 석학이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상위원회는 "이들이 지난 1970년대와 1980년대에 걸쳐 개별적으로 거시경제의 원인과 영향에 대해 실증적인 연구를 진행해왔지만 여러 면에서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들의 분석틀은 1970~1980년대 이후 전세계 정부와 중앙은행이 거시경제 분석의 기본 틀로 쓸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하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부가 금리ㆍ재정 정책 등을 통한 적극적인 경기 방어에 나서면서 위기 극복용 이론으로 더 주목 받고 있다.
가령 금리인상이나 일시적 감세 등 정부 정책이 국내총생산(GDP)이나 인플레이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변경하거나 정부가 재정균형 목표를 조정하면 거시경제에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등에 대해 해답을 찾을 수 있는 방법론을 개발한 것이다.
사전트 교수는 1970년대 이후 거시경제학계에 큰 영향을 미친 합리적 기대가설을 발전시켜 '구조적 거시계량경제학(Structural Macroeconometrics)'을 제시한 점을 인정 받았다. 이를 통해 정책 변화에 의한 경제의 영구적인 변화를 분석하는 데 기여했다는 게 위원회의 설명이다.
또 그는 성장ㆍ물가 등을 정부가 통제할 수 있다는 케인스학파의 한계를 지적해 '케인스 시대의 종말을 알리는 묘비명'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정부가 정책을 펴더라도 가계ㆍ기업 등이 미리 예상하고 움직이기 때문에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최근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금리나 재정 등의 정책보다는 인간의 심리 변동에 바탕을 둔 신뢰 회복이 더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심스 교수도 벡터자기회귀모형(VARㆍVector Autoregression)을 통해 경제정책과 여타 변수들이 일시적으로 바뀔 때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할 수 있는 방법론을 개발했다. 현대 거시경제학 모델에서 거시경제 변수 간 상호 연관성을 분석하기 위해선 반드시 VAR 모델을 써야 할 정도로 경제학 실증분석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게 경제학자들의 지적이다.
심스 교수 역시 수상 소감을 통해 "나의 연구는 중앙은행의 금리정책이 가격 동향과 인플레이션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알려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최근에는 '재정적 물가이론'을 실질적으로 창시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이론은 물가를 통화정책은 물론 재정정책과 함께 봐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게 핵심으로 최근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한층 주목 받고 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심스 교수의 업적은 크게 두 가지"라며 "거시경제를 실증적으로 분석하는 방법론을 개발하는 한편 그 같은 방법론을 통해 통화ㆍ재정 정책의 효과를 분석해 입증해냈다"고 평가했다.
용어설명
▲합리적 기대학파
정부의 일회적인 경기부양책은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만 유발한다고 주장하는 학파. 경제주체들이 정부 정책에 맞춰 행동을 바꾸기 때문에 경기부양의 효과는 사라지며 결국 경제주체들의 기대인플레이션만 올라간다는 것이다. 경기침체시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인플레이션 없이 경기를 부양시킬 수 있다는 케인스학파와 대척점에 서 있다.
▲벡터자기회귀모형(VAR)
크리스토퍼 심스 교수의 대표 작품으로 꼽히는 '벡터자기회귀모형(VAR)'은 거시경제를 실증적으로 분석하는 방법론. 전통적 경제이론들이 주로 기존의 경제모형에 갇혀 현상(실증 데이터)을 해석하려 했다면 VAR는 경제학자들이 기존의 경제모형 틀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방법론은 심스 교수가 그의 지난 1980년 논문 '현실 속의 거시경제(Macro Economics in Reality)'에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