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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권모술수 대가 누명 쓴 마키아벨리 진면목 파헤쳐

■마키아벨리(김상근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마키아벨리즘(Machiavellism). 국가를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어떠한 수단이나 방법도 허용된다는 국가 지상주의적 정치사상을 일컫는 말이다. 이탈리아의 정치가이자 정치 이론가인 마키아벨리가 그의 저서'군주론'에서 처음으로 주장했다. 마키아벨리에 대한 대다수의 인식은 권모술수의 대가이다. 책은 이 같은 시각과는 대척점에서 마키아벨리의 인간적인 면모를 집중 조명한다.

르네상스 시대를 10여 년 간 연구해온 김상근 연세대 신과대학 교수는"마키아벨리는 마키아벨리즘과 전혀 다른 삶을 살았고, 그의 사상 또한 사실은 약자들을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한다. 김 교수는 마키아벨리의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사례를 근거로 제시한다.


어린 친척이 고아가 되었을 때 마키아벨리는 자기 식솔도 잘 돌보지 못하면서 그 아이를 입양해 호구책을 마련해줬다. 그러나 마음씨 좋은 벗이 되고자 하는 그의 마음을 악용해 친구들은 그의 돈을 상습적으로 떼어먹기도 했다. 김 교수는"마키아벨리는 오히려 순진할 정도로 애국적인 인물"이었으며"사심이 없는 인물"이었다고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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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에 대한 새로운 해석도 곁들인다. 김 교수는"마키아벨리는'군주론'을 사회과학서로 쓴 것이 아니다"며"공직에서 쫓겨나 15년 동안 실업자 생활을 했던 전직 관료가 재취업을 바라면서 권력자에게 일자리를 호소하며 쓴 글"이라고 풀이한다.

그렇다면 이토록 인간적 면모를 갖춘 마키아벨리가 어떻게 권모술수의 대명사로 통하는 인물이 됐을까? 김 교수는'군주론'등에서 역설한 정치 이론의 탁월함을 알아본 권력자들이 다른 사람은 마키아벨리의 책을 읽지 못하게 하려고 그를'사악함의 대명사'로 몰고 갔다고 분석한다."강자들의 눈에 비친 마키아벨리의 책은 불온하기 짝이 없었다"며"마치 천기를 누설하듯 권력의 속성을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시대가 흘러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 솔직하게 까발리는 마키아벨리의 지혜와 통찰력이 두려웠던 것이었다"고 풀이했다.

책은 이처럼'군주론'에 국한돼 있던 마키아벨리에 대한 편견과 한계를 뛰어넘어 그 동안 알려지지 않은 마키아벨리의 역사적·인문학적 면모를 재해석한다. 이미 마키아벨리의 저서를 읽은 이들에게는 새로운 시각에서 인간 마키아벨리의 또 다른 면목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1만 8,000원.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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