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골목길 작은 책방 무한도전

서점 대형화 속에서도 책 읽고 글 쓸 동네 사랑방<br>공연 갖고 낭독 모임 등 활발… 개성 넘치는 문화 공간으로

이상한나라의헌책방에서 열린 한 독서토론회에서 모임 참가자가 책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이상한나라의헌책방

서울시 은평구 응암동의 한적한 주택가. 간판도 없는 한 건물의 지하로 들어가자 바깥 풍경과는 전혀 다른 낯선 공간이 펼쳐진다. 헌책들이 가지런히 책장에 꽂혀있고 나지막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느긋하게 책을 읽는 모녀의 모습. '이상한나라의헌책방'의 첫 인상이다.

이상한나라의헌책방의 주인인 윤성근씨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이곳에 자리를 잡은 것은 지난 2007년. 서점의 대형화와 함께 기존 동네 서점도 이미 고사하다시피 한 시점이다. 그는 "나 스스로가 편하고 조용하게 책 읽고 글 쓸 공간을 찾기가 참 어려웠다"며 "지금의 청소년이나 어른들도 그런 공간을 찾아 헤맨다고 생각해 책도 읽고 음악도 듣고 차도 마시는 공간을 구상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단순히 책만 사고 파는 게 아니다. 한편에 마련된 작은 무대에서는 미리 섭외된 싱어송라이터들이 공연을 하기도 하고 문학 고전 작품을 함께 읽는 독서모임이나 책 낭독 모임 등 소모임 활동도 활발하다. 7월부터 시작된 6기 독서모임에는 30명이나 몰려 주인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물론 책방 운영이 녹록하지는 않다. 하지만 윤씨는 책방이 이런 식으로 동네 사랑방이 돼 사람들이 한데 어울릴 수 있게 묶어주는 역할을 하는 데서 보람을 느낀다.

그는 요새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마을 공동체가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마을 공동체라는 것은 위에서 센터를 짓고 외부에서 이식해 만드는 게 아니다"라며 "그 마을에 원래 자생하고 있는 것을 살려야 진정한 그 마을만의 문화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한나라의헌책방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는 또 다른 책방이 있다. 바로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소규모출판물 전문 서점 '유어마인드'가 그곳이다. 유어마인드의 매대에는 '칼방귀' 'ㅎ' 등 이름만으로도 생소한 알록달록한 잡지와 디자인 서적들이 가득하다. 개인이나 동호인 모임이 기획부터 인쇄까지 도맡아 소규모로 만들어낸 것들로 일반 서점에서는 받아주지 않는다. 유어마인드에서는 사람들의 개성과 감성이 물씬 담겨 있는 이 책들을 서로 사고팔며 함께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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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부터 유어마인드를 운영하고 있는 이로씨와 모모미씨는 스스로 잡지를 만들어내던 소규모 출판인이었다. 마땅한 판로가 없어 고민하던 터에 2009년 온라인상에 쇼핑몰을 냈고 그것이 현재 오프라인 서점으로 이어졌다.

처음에는 마니아 층만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책방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범위가 넓었다. 주인 이로씨는 "기본적으로 책을 좋아하는 분들, 그 중에서도 최신의 것에 민감한 분들이 주로 찾는다"고 전했다.

유어마인드는 1년에 한 번 소규모출판물 마켓인 '언리미티드에디션'도 진행한다. 50~60개의 팀이 참여해 서로 수다도 떨고 책도 파는 행사로 각종 공연이나 세미나도 함께 열린다. 이 외에도 직접 책을 기획해 출판하기도 하고 소규모 출판물을 처음으로 기획하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주는 등 유어마인드는 이제 소규모 출판계의 거점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로씨는 "여기 있는 책들은 일반 서점에 있는 책들보다 불친절하기는 하지만 타협할 수 없는 어떤 부분이 담겨 있다"며 작은 책방의 큰 개성을 자랑스러워했다.

박윤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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