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프리드먼 지고 토빈 뜬다

경제위기에 정부 역할 강조한 토빈 설득력<br>"헤지펀드 횡포 막기위해 외환거래에 세금"<br>'토빈세'도 투기세력 규제 장치로 재조명


지난 2월 말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30년간 자유시장주의 철학 그 자체로 불리던 밀턴 프리더먼의 명성이 신케인스학파의 제임스 토빈의 부상으로 무색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토빈을 추종하던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대 경제학과 교수를 백악관 경제회복자문위원회(ERBA) 사무국장으로 임명, 경제자문을 받고 있다. 최근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한 7,870억달러의 경기부양책도 토빈의 경제학적 영향력이 짙게 배어 있다. 토빈이 주목 받는 이유는 정부가 경제위기 극복에 충분한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 현 경제위기에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작은 정부와 시장주의 확대를 주장한 프리더먼이 경제위기의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평가도 토빈을 부상시키고 있다. 금융위기에서 토빈이 주목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그의 외환시장 정책. 토빈은 외환시장을 교란하는 헤지펀드의 횡포를 막기 위해 외환거래에 세금을 물려야 한다(토빈세)고 주장했고 실제 칠레와 프랑스가 이 같은 토빈세를 도입하기도 했다. 유럽의 시민단체들도 토빈세 도입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국제금융관세연대(ATTAC)의 경우 토빈세 도입과 반-신자유주의를 내세우며 전세계 50여곳에 지부를 설립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세계 각국이 토빈세를 도입해 헤지펀드의 무차별한 공습을 막고 걷어들인 세금으로 금융소외자를 지원하자는 것"이다. 토빈세에 대한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 우리나라 경제계의 목소리도 조금씩 커지고 있다. 김영호 유한대학교 총장은 "대규모 자본의 유출입이 금융시장을 교란시켰는데 이를 규제할 장치가 없다"며 토빈세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헤지펀드 등 투기세력의 폐해에도 불구하고 일부 국가을 제외하고 토빈세가 도입되지 못한 이유는 뭘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토빈세가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에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약 한국이 토빈세를 도입해 외화자금에 세금을 매기는데 다른 나라는 이를 도입하지 않는다면 외화자금은 한국을 피해 규제가 없는 다른 나라로 옮겨갈 게 불 보듯 뻔하다. 결국 정부가 우려하는 '낙인효과'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게 되고 금융시장을 주저앉히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투기세력이 밉다고 해서 나 혼자 규제로 '왕따'를 당할 수 있는 두려움에 결국 토빈세는 '죄수의 딜레마'에 빠지는 셈이다. 하지만 상황은 바뀌고 있다.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조세회피구역에 대한 규제의 합의점을 찾았듯이 각국이 투기세력에 대한 규제에 공조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다면 토빈세는 투기세력을 규제할 수 있는 장치로 자리잡을 수 있다. ◇토빈은 누구인가=제임스 토빈은 경제성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경기후퇴를 피하기 위해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빈의 학문적 업적은 투자ㆍ통화ㆍ재정정책ㆍ금융시장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쳤다. 토빈세와 주가에 거품이 끼었는지 판단하는 '토빈의 Q'로 유명하다. 1981년 '가계와 기업의 투자결정과 금융시장의 상관 관계 분석'으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으며 지난 2002년에 타계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