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4월 27일] 인문학과 불황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이라는 요즘 출판계도 예외는 아니지만 올해의 1ㆍ4분기 매출을 보니 전과는 다른 재미난 수치들이 보인다. 얼마 전까지 만해도 베스트셀러를 장악했던 자기계발서나 실용서들은 고전을 면치 못한 반면 '그런 책 팔아서 언제 돈 벌겠느냐'는 소릴 듣던 소위 문학ㆍ사학ㆍ철학 관련 서적을 출간해온 출판사들은 미소를 지었고 그중에서도 특히 고전문학과 인문학 책들의 선전소식이 곳곳에서 들린다. 이런 역전 현상은 현재의 불황과도 맞물려 있다.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신중한 소비가 대세를 이루면서 꼭 필요한 것 중심으로 구매를 하다 보니 소비자들은 오랫동안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고 있는 고전문학과 인문학 책들의 미덕을 발견한 것이다. 고전이라면 너무 구시대적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고전이라 불리는 책들이 당시엔 가장 '뜨거운(hot)' 자기개발서나 실용서가 아니었을까 싶다. 지금은 고전이라 불리지만 시대와 세월을 초월해 절대적 진리를 말하고 있으며 입에서 입으로 오랜 세월 동안 검증됐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호메로스ㆍ삼국지ㆍ사기열전ㆍ군주론 등이 꾸준히 팔리고 있는 것은 이를 증명한다. 취업이 하늘의 별따기와도 같은 시대다. '취업'을 위해서는 토익점수나 각종 자격증 등으로 '취업 스펙'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인사 담당자들은 입사 후 조직에서 어떠한 인재로 성장할 것인지를 염두에 두고 채용을 결정한다. 당장 일 시키기에는 토익점수가 높고 파워포인트를 잘 하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면밀히 따져보면 조직이 원하는 인재는 소위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재원일 것이다. 사람들 간의 관계와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곧 다양한 상황과 타인의 심리를 읽어내는 능력이기도 하다. 바로 이것이 소위 인문학적 기본 소양이다. 이는 기업이 이익을 추구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시대와 소통하는 감성지수, 시대를 리드하는 인재상의 바탕엔 반드시 인문학적 소양이 중요한 덕목으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 삶에 꼭 필요한 것, 한 권을 읽으면 여러 가지 사유를 공유할 수 있는 것, 검증된 고전과 인문학 책이야말로 불황을 헤쳐나가는 우리 모두에게 하나의 등불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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