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주인찾기' 명분불구 현실성 결여

■ 은행법 개정안 공청회가능한 업체 의지없고 희망업체 기준충족 못해 >>관련기사 "금융업진출 꿈도꾸지 말란 얘기" 정부가 28일 열린 공청회에서 내놓은 은행 소유규제 완화방안은 소유지분 제한을 국제기준에 맞춰 대폭 상향조정하되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는 당분간 허용하지 않는 것으로 요약된다. 정부의 은행 소유지분 제한 완화는 표면적으로 '주인 찾아주기를 통한 은행의 경쟁력 회복'이란 명분으로 그동안 추진돼왔다. 반면 여기에 실질적으로 은행을 소유할 만한 능력을 갖고 있는 집단이 산업자본이어서 산업자본의 금융지배에 따라 발생할 부작용의 완화라는 측면이 또 하나의 흐름을 형성했다. 그러나 IMF 체제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 정부가 은행의 최대주주가 되면서 가장 시급한 과제가 또 하나 추가됐다. 바로 정부보유 지분의 매각이 그것이다. 정부는 막대한 국민의 세금을 바탕으로 100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은행에 퍼부었고 따라서 이를 괜찮은 가격에 매각하는 것이 바로 공적자금 투입의 성패 여부, 아니 현 정부 구조조정 정책의 성패 여부를 결정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재계나 금융계의 반응은 이러한 제한을 고려할 때 현재 산업자본이 은행지분 확대를 위해 금융자본으로 전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제조업 중심의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하려고 비금융부문의 지분을 대거 매각하면서 자기의 성격을 금융자본으로 변화시킨다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이날 공청회에서 제안된 내용의 핵심은 '뮤추얼펀드를 통한 은행소유'나 '은행을 통한 은행소유'로 보인다. 은행 주인 찾아주기나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에 따른 폐해 방지 등의 명분을 유지하면서 정부 지분을 보다 원활히 매각할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 은행지배를 위한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전환은 비현실적 제한적인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허용이라는 흘러간 레퍼토리를 다시 등장시켰지만 역시 현실성은 없어 보인다. 동일인이 영위하는 비금융회사의 자기자본 비중이 25% 미만이거나 비금융회사의 총자산 합계가 2조원 미만이어야 한다는 제한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모 임원은 "현실성도 없고 대상자도 없다"며 "틀이 약간 바뀌어 논의가 다시 시작된다는 정도의 의미"라고 평가절하했다. 자기자본 비중 25% 제한에 가장 근접하는 기업군 중 하나인 동양그룹의 경우 비금융부문의 자기자본비율이 60% 정도다. 따라서 25%를 맞추기 위해서는 자기자본의 35% 정도를 비금융부문에서 빼내거나 금융계열사에 대해 대규모 증자를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다. 교보ㆍ대신 등 금융전업기업군들의 경우 요건은 충족되지만 적극적인 의지는 없다. 또 일부는 최근 부실이 확대되면서 능력이 없는 상황이다. 동원은 25%를 약간 초과한 30% 정도의 비금융 자기자본 비율을 보이고 있다. ◆ 뮤추얼펀드ㆍ은행의 은행소유 이날 제안된 내용 중 가장 새로운 내용이다. 은행 주인 찾아주기의 주체로 그동안 등장하지 않던 새로운 '후보군'으로 이날 선보였다. 이는 정부가 그동안 은행 주인 찾아주기의 핵심주체로 생각하던 금융전업기업군이나 산업자본이 현실적으로 은행 소유가 어렵다고 생각되면서 제3의 대안으로 부상한 것으로 보인다. 펀드가 은행의 대주주가 된다는 것은 우리에게는 새로운 개념이다. 그러나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일반적인 내용이다. 문제는 산업자본이 뮤추얼펀드를 이용해 은행을 지배하는 경우다. 그래서 이날 공청회에서는 10% 이상 은행지분을 소유하는 뮤추얼펀드의 자격으로 산업자본이 펀드지분의 4%를 넘겨서는 안 된다는 제한을 뒀다. 그러나 현재 뮤추얼펀드는 대부분 투자목적이다. 또 주식형이 아니라 채권형이 많다. 즉 은행지배라는 목적의 뮤추얼펀드는 각종 제한을 풀어야 가능하다. 또 규제가 풀린다고 해서 은행에 투자하겠다는 뮤추얼펀드에 누가 투자하겠느냐는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정부가 자신의 통제력 범위 안에 있는 연기금을 동원해 뮤추얼펀드에 투자하고 이 뮤추얼펀드에서 은행지분을 대량 매입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안이 현실화될 경우 가뜩이나 부실한 연기금을 동원해 정부가 자신들의 가장 큰 골칫거리인 정부보유 은행지분을 매각하려 한다는 비난을 받을 소지가 있어 현실화까지는 많은 장애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는 은행을 통한 은행지분 보유이다. 공청회에서는 2개안 중 하나의 안으로 은행의 타은행 주식 보유제한을 원칙적으로 폐지하자고 주장했다. 이렇게 될 경우 정부의 지배력 범위 안에 있는 은행이 타은행 지분인수의 가장 강력한 세력으로 등장할 수 있어 정부보유 지분의 매각은 훨씬 쉬워진다. 그러나 이 경우 현행 은행 구조조정 방식인 합병, 지주회사 방식과의 혼선초래 및 모은행ㆍ자은행간의 부실전염 위험이 대두한다. 또 정부가 무리한 방식을 동원해 정부 지분을 매각하려 한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 은행장 선임방식 이날 공청회에서는 현행 은행장 후보추천위원회 제도를 폐지하고 각 은행의 특성에 맞게 은행장 선임방식을 자율화하자고 제안했다. 이는 4%에서 10%로 상향조정되는 은행 소유지분 제한 완화에 따라 은행 대주주들에게 은행경영진 선임권을 메리트로 부여하자는 의미로 보인다. 그러나 선임방식이 바뀐다고 실제 은행 경영진 선임이 자율화될 수 있느냐는 그동안의 '관 개입'이라는 관행에 비춰볼 때 여전히 난제다. 안의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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