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지분 매입가 산정 힘들고 취득·등록세 해법없어 '세금 함정'

바이백 옵션 설정 안돼 부담 '신탁 형태로 양도' 대안으로<br>렌트푸어도 공공기관서 보증 "시장경제원리 깨뜨린다" 지적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강남권 아파트들에도 하우스푸어의 짙은 그늘이 드리우고 있다. /서울경제DB


박선규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은 지난 12일 정부 부처가 소극적으로 과거 관행에 기대어 문제를 풀려는 모습을 거론하면서 박근혜 당선인이 "불편한 마음을 갖고 계신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겉으로는 보건복지부를 겨냥한 것이었지만 주요 공약인 하우스푸어 대책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금융위원회도 포함된 것이었다. 대선공약은 어떤 식으로든 밀어붙이겠다는 의미다.

그런데 인수위원회 측의 하우스푸어 대책이 '세금 함정'에 빠졌다. 기본적으로 지분매입은 가격산정이 어려운데다 이를 풀더라도 취득ㆍ등록세 문제가 남는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현재 공란이다. 렌트푸어 대책은 공공기관 보증을 약속하고 있어 시장경제원리를 깨뜨린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하우스푸어 대책, 보이지 않는 취득ㆍ등록세 처리 방안=현재 인수위가 구상하고 있는 하우스푸어 대책인 지분매입제도는 자산관리공사(캠코) 등 공공기관이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해 하우스푸어 주택의 지분 일부를 매입하고 이를 유동화해 투자자에게 파는 구조다.

캠코는 지분을 사는 대가로 하우스푸어에게 임대료를 받고 이 돈을 바탕으로 투자자에게 이자를 지급한다. 하우스푸어는 지분을 판 자금으로 금융사에 돈을 갚는다.

이 구조의 핵심은 가격산정이다. 실거래가와 주택공시가격이 있지만 최근 자료가 없으면 지분매매가격을 어떻게 정할지 집주인(하우스푸어)과 공공기관 간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다. 캠코 등 공공기관 입장에서는 기본적으로 지분을 싸게 사야 하고 향후 부실 가능성을 감안하면 추가적으로 할인 매입을 해야 하지만 많게는 수천만원 이상 싸게 팔 집주인이 있을지 의문이다. 공정가격 선정 문제 때문에 건별로 감정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특히 이는 세금 문제로 이어진다. 지분매매가격에 따라 취득세와 등록세가 매겨지는데 캠코 등은 하우스푸어의 주택 지분을 산 대가로 추가로 세금을 내야 한다. 취득세만 해도 현재 9억원 이하 주택은 2%에 달해 일부 지분을 매입하더라도 공공기관이 부담해야 할 세금은 적지 않다. 그러나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세금 문제에 대한 정확한 해법이 나와 있지 않다. 하우스푸어 지원책으로 공공기관이 지원에 나서면서도 상당량의 세금을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결국 인수위에서 하우스푸어 지원용은 세금을 더 깎아주는 등의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는 말도 있다.

'바이백 옵션'도 설정돼 있지 않다. 바이백 옵션이란 지분을 판 하우스푸어가 상황이 나아지면 이를 다시 살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지분을 매각한 집주인 중에서도 이런 사례가 나올 수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되살 수 있는 방안이 보장돼 있지 않다. 이 경우에도 지분을 다시 사는 데 따른 취득ㆍ등록세 문제가 생긴다.


SPC 설립도 부담이다. 인수위는 캠코 등이 SPC를 설립해 지분매입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이런 모델을 따르면 SPC 설립과 운영 과정에서도 비용이 발생한다. 결국 지분매입을 운용하는 주체인 기관투자가들이 추가적인 수익을 올려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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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신탁 형태로 집을 넘기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지분을 공공기관이 산 뒤 유동화하면 개인별로 본인의 채권을 되찾아오는 일도 쉽지 않은데다 세금부과 문제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탁으로 하게 되면 실질적 소유권은 하우스푸어에게 있고 권리관계만 이를 산 기관으로 넘어간다. 신탁의 위탁자는 집주인, 수익자가 기관이 되는 것이다. 다만 일정 기간 후에는 집처분 조항이 들어간다. 소유권 이전이 없기 때문에 세금이 발생하지 않는다. 은행권의 '트러스트앤드리스백'이 대표적이다.

금융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세금 문제와 공공기관 지분매입의 번거로움을 감안하면 신탁 형태로 하우스푸어를 지원하는 방향이 맞다고 본다"며 "기본적으로는 금융권도 책임을 나눠 져야 한다"고 했다.

◇공공기관 보증 들어가는 렌트푸어 대책=렌트푸어 대책은 사실상의 재정투입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인수위가 살펴보고 있는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는 집주인이 세입자를 대신해 금융사에서 담보대출을 받으면 전세로 사는 이는 이자를 내주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공적기관이 보증을 서주게 돼 있다. 세입자가 이자를 안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세입자가 이자를 내지 않고 문제가 생기면 공적기관에서 이를 대신 갚는다는 얘기다.

하우스푸어 대책은 직접적인 보증은 명시돼 있지 않지만 캠코 등이 유동화한 채권을 다시 공공기관에서 사준다는 점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 지분을 사준 대가로 받는 임대료를 낮춰주기 위해서는 투자자에게 돌아갈 수익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데 낮은 금리의 채권을 공공기관이 매입하는 것은 사실상 재정지원이라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금융계 고위관계자는 "하우스푸어 문제는 기본적으로 채무자와 채권자 사이의 문제인데 사실상 정부를 대신하는 공공기관이 나서 문제를 풀려고 하다 보니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긴다"며 "대상설정과 지원기준이 계속 논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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