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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4] 지구 전체를 하나로 보자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의 양은 불변한다.

바다, 호수, 강, 지하수, 빙하, 빙원 등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을 합치면 직경 1,384㎞의 구(球)를 가득 채울 수 있다. 이는 지난 1,000년 동안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 예측 가능한 미래에도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구가 뜨거워지고 인구가 늘어나면서 물이 위치한 곳이나 물의 순환 단계는 바뀐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우리는 언뜻 이해하기 힘든 모순된 상황에 다수 직면하게 된다. 예를 들어 보자.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이 해안 도시를 위협하는 동안 오대호의 하나인 이리호는 짧아진 겨울 때문에 물 증발량이 상승, 향후 70년간 수면이 1.8m나 낮아져 선박의 통행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세계 최대 인공호수인 미국 미드 호수 또한 이미 수면이 급속히 낮아지고 있어 130만명에게 전력을 공급 중인 후버댐의 발전은 2024년이면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그렇다. 아이러니하게도 건조한 지역은 더 건조해지고, 습한 지역은 더 습해진다. 폭풍은 더 강해지며 산악지대에 내리는 폭우 탓에 산사태와 돌발적인 홍수가 빈발할 것이다. 우기는 더 일찍 시작돼 오랫동안 이어진다. 이때 찾아오는 강력한 폭풍들은 수확을 앞둔 작물들을 초토화 시키고, 수로와 토양에 오염물을 쏟아 놓게 된다. 또 오염된 하수가 역류하고, 주택이 무너지고, 식수원은 오염되며, 도심을 폐허로 만들어버린다. 미 육군 공병단(USACE)은 이렇게 매년 전 세계에서 홍수로 2만5,000 명이 사망하고 600억 달러의 경제적 손실이 일어난다고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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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어떻게 적응해야할까. 인간은 수천 년 동안 제방, 댐, 수로를 만들어 왔다. 이는 하드웨어적 방식으로서 앞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현재 엔지니어들은 도로 등 주요 인프라를 해안이나 범람이 잦은 강으로부터 멀찍이 배치하거나 고지대에 건설하는 동시에 빗물 배수구와 홍수 방벽의 규모를 키우고 있다. 하수처리장에는 범람에 대비해 별도의 보호시설을 설치한다. 실제로 시카고강 하구에 위치한 시카고의 경우 최대 567억8,000ℓ의 오염된 물이 상수원에 유입되는 것을 막아줄 매머드급 배수로 2개를 건설 중이다.

최근에는 이와 함께 소프트웨어적인 접근도 강조되는 추세다. 이는 콘크리트 대신 정책과 행동의 전환에 의존하는 것으로 건축법을 개정, 구조적 회복능력이 강화된 건물을 짓도록 하는 게 이에 해당한다. 저지대 부동산의 개발을 제한하거나 재해 발생 시 주민들의 신속한 대피가 가능하도록 도시 경보시스템을 개선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외에도 나무 및 토종식물 심기, 습지 복원, 그리고 지주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해 삼림을 보호토록 함으로써 수질과 수량을 유지하는 방법 등이 있다.


지역공동체 자체적으로도 물을 절약하고, 사용 효율을 높여 새로운 수자원을 확보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물 사용량에 따른 합리적 요금 산정, 무분별한 지하수 개발 제한, 절수(節水) 장치 활용, 샤워용수 및 세탁용수 재활용 등이 바로 그런 노력이다. 이와 관련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에서는 생활하수를 수집, 미세여과 및 정제한 뒤 수돗물과 섞어서 재사용하고 있으며 LA 등의 도시들도 유사한 시스템 도입을 검토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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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하수의 이용은 여러 장소의 지하수면을 현저히 낮추고, 습지를 타들어가게 만들며, 식수 공급원인 대수층에 염수(바닷물)를 유입시키는 원인이 된다. 따라서 최근 여러 지방자치단체들은 지붕과 저지대에 고인 빗물을 정제해 담수 공급량을 높인다. 건축업자들은 아스팔트를 투습성 소재로 포장해 빗물을 모아서 조경 및 화장실 용수로 활용하며 상수도 사업자들은 계절성 홍수를 의미 없이 바다로 흘려보내는 대신 토양에 유입시켜 대수층의 수량을 보충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기후변화로 인해 건조한 지역은 더 건조해지고, 습한 지역은 더 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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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의 여파는 더욱 커질 것이므로 소프트웨어적 적응으로는 부족하다. 때문에 하드웨어적 방법에도 한층 박차가 가해질 것이다. 벌써 중국은 자국 내 수자원 보유량의 10%를 습한 남부지대에서 건조한 북부지역으로 보내는 620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그 외에도 북극의 빙산을 끌어와 녹여서 사용한다던지, 70m 길이의 튜브를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지퍼로 연결해 물이 풍부한 국가의 담수를 바다 건너의 건조한 국가로 보내는 프로젝트처럼 다양하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들이 시도되고 있다.

한편 USACE는 1950년대에 인류 역사상 가장 대담한 담수 수송 프로젝트를 제안한 바 있다. 알래스카에 있는 강들의 물길을 돌려서 캐나다를 거쳐 미국의 48개주로 흐르게 하자는 것이었다. USACE는 이렇게 농부들과 도시의 담수 공급량을 두 배로 늘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정치권은 이 제안을 외면했지만 경제학자이자 한때 대통령 후보였던 린든 라로슈가 얼마 전 내용의 일부를 수정해 재추진하고 있다. 웹사이트에 개제된 마스터플랜에서 그는 "이 사업은 지구의 구조 전체를 바꾸는 것" 이라고 강조한다.

법적,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이 계획은 그 자체만으로 엄청나게 복잡하다. 과거 사례를 보면 해결하는 문제보다 새로 발생시키는 문제가 더 많을 수도 있다. 한마디로 말도 안 돼 보이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돌이켜보자. 인간은 이미 대기 중에 CO₂를 내뿜으며 지구의 수자원 지형도를 바꿔 놓았다.

우리는 물길을 바꾸고, 바닷물을 담수로 만들고, 화학반응이라는 마술을 통해 공기에서 물을 얻는 등의 방법으로 기후변화와 물 부족 사태에 대처하려 할 것이다. 향후 이것이 경제적, 물리적 한계에 부딪칠 수는 있겠지만 전 세계의 지능적 대응과 관리, 협조, 계획이 뒷받침된다면 인류는 그 한계를 극복하고 한정된 수자원으로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비책을 손에 쥘 수 있을 것이다.

STORY BY Elizabeth Royte

파퓰러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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