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휘택 부산의료원장(오른쪽)이 부산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서국보 의원(왼쪽) 질의에 답하고 있다. 부산시의회 인터넷방송 캡처부산 공공의료 수장인 부산의료원장이 공식 석상에서 "시민에게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고 발언해 논란이 일었다.
6일 열린 부산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의 부산의료원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 김휘택 부산의료원장은 "시민이 바라는 고단위 양질의 의료혜택을 부산의료원은 못 드린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김 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신정철 의원(해운대구1·국민의힘)의 질의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신 의원이 "부산시민이 제일 믿고 의존하는 곳이 부산의료원이라고 생각하는데 원장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김 원장은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발언을 이어갔다.
김 원장은 "부산의료원이 제일 믿을 수 있는 병원이냐고 시민들에게 물었을 때 대부분 그렇지 않다고 (답할 거라) 생각하고, 개인적으로도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환골탈태를 해야 한다"고 발언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병원은 차치하고 부산시민은 상급종합병원도 문제가 있어 서울로 가는 마당에 부산의료원에 누가 오느냐. 동네 사람들이 온다. 동네 마트 수준"이라며 "대형 참사나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전신을 다해 막아내는 역할은 알고 있지만, 시민이 바라는 양질의 의료혜택은 못 드린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자 신 의원은 "설령 현실이 그렇더라도 원장이 그렇게 말하면 부산시민의 한 사람으로서는 서운하다. 시민을 대하는 자세는 그렇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다시 질문했다.
이에 김 원장은 "물론이다. 말씀드린 건 우리(부산의료원)가 우리를 성찰하자는 것이다. 우리가 어느 위치에 있는 병원이라는 걸 알고 어떻게 환골탈태를 해야 하겠는가 하는 취지"라고 답했다.
김 원장의 발언에 대해 서국보 의원(동래구3·국민의힘)은 "부산의료원은 양질의 의료 서비스가 안 된다는 말에 유감을 표한다. 부산 공공의료서비스 수장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말씀하신 데 대한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김 원장은 "현실을 직시하고 되돌아보자는 이야기"라며 "(코로나19) 3년간 고생한 분들이 이 자리에 다 계시는데, 한 번 나간 분들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 건 저희도 유감이다"라며 앞선 발언을 철회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과거에 그렇게 시민들을 위해 노력했는데 지금 와서 진료량이 늘지 않는 건 결국 시민들이 이용 안 해주기 때문"이라며 "이런 현실을 직시해볼 때 부산시민들을 다 책임지고 양질의 의료혜택을 줄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이 많이 이용하지 않는 현실 때문에 양질의 의료 서비스 제공이 어렵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어진 질의에서도 김 원장은 다소 격앙된 말투로 "노력하고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45% 하는 병상 점유율을 갑자기 80%로 만들어 내라고 하면 의료원장이 '매직핸드(마법의 손)'를 갖고 있는 게 아니다"라거나, "저희는 천천히 되는대로 열심히 하고 있는데 믿어주셔야지. 저희는 부산시 산하 아닌가"라는 등 소신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코로나19 3년 막고, 의대생 정원 관련으로 전공의 반 이상이 빠져나갔다. 권투로 치면 강펀치를 좌우에 두 대 맞은 사정을 이해해 줘야지 계속 혁신을 내라고 하면 할 재간이 없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부산의료원은 홈페이지에 김휘택 부산의료원장 명의로 "시민 모두가 의료불균형을 느끼지 않도록 전문 진료 서비스 제공 역량을 강화하며 최상의 진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인사말을 게시하고 있다.
이날 행정사무감사에서는 부산의료원이 제출한 감사 자료와 관련해 사실관계가 맞지 않는다거나, 같은 기관을 이름만 바꿔 중복으로 기재하는 등 자료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여러 차례 제기되기도 했다.
박희용 의원(부산진구1·국민의힘)은 "원장은 시의회 기능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의회는 감시와 견제를 하는 역할이지만, 집행부와 의회 간 신뢰 관계도 중요하다"라며 "11년째 의원 생활을 하고 있지만 행정사무감사 이렇게 하는 건 처음 봤다. 자료 부실이 끝이 없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