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민주당 대통령 후보 해리스와 공화당 후보 트럼프. 연합뉴스관세를 앞세운 보호무역주의는 불과 10년 전만 해도 미국 정가에서는 크게 인기가 없는 정책이었지만, 2024년 대선을 앞두고는 민주·공화 할 것 없이 모두 이를 수용하고 있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양당 모두 미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관세 정책'에 지지를 표명하고 있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7일(현지시간) "두 정당 모두 미국 제조업체를 중국 및 기타 다른 경쟁자들로부터 보호하는 필수 도구로 관세를 점점 더 이용하고 있다"며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관세를 낮추기 위해 싸웠던 지난 수십년과 비교해 급격한 변화"라고 지적했다.
세계화로 인한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 감소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상품의 침투는 자유무역에 대한 양당의 회의감을 증폭시켰다.
급기야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러한 상황을 이용해 보호무역을 앞세워 승리를 거둔 이후, 민주당 역시 자유무역에 반대하는 유권자를 잃는 것을 막기위해 이런 분위기에 편승했다.
관세에 찬성하는 단체인 '번영하는 미국 연합'(CPA)의 닉 야코벨라 선임부회장은 NYT에 "경제 정책과 무역 문제에 있어서 두 정당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선거에서 누가 승리했는지와 상관없이 차기 행정부는 여전히 관세 행정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양당이 관세를 대하는 정도의 차이는 있다.
공화당 대선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부분 수입품에 대한 10~20%의 관세와 특히 중국에 대한 60% 이상의 관세를 주장하고 있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이같은 수준의 관세는 소비자 가격을 끌어올려 인플레이션을 촉발하고, 기업들이 더 높은 수입 비용을 다른쪽으로 전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측도 이를 간과하지 않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주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트럼프의 관세 제안을 '전 국민 부가세, 트럼프 세금'으로 규정지은 뒤 "이로인해 중산층 가정이 지급해야 할 비용이 연간 4천달러에 육박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대중국 관세를 비롯한 관세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 구체적인 방법론은 제시하지는 않은 상태다.
다만 현재로선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행정부의 일원이라는 점에서 현 정부의 연속선상에서 관세 정책을 유추해 볼수는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무역 정책을 비판하면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실시했던 대중국 관세 정책의 틀을 유지해왔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항만. 연합뉴스
특히 지난 5월에는 전기차와 배터리, 반도체, 철강, 의료기기 등 일부 중국산 제품에 총 180억달러 규모의 새로운 관세를 제안했다.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중국산 전기차는 기존 관세가 25%에서 100%로 오른다. 태양광 전지와 반도체 칩은 기존보다 2배 높은 50%의 관세율이 적용된다.
해리스캠프의 찰스 루트바크 대변인은 관세 정책과 관련해 "해리스 부통령은 미국 노동자를 지원하고 우리 적들이 책임을 지도록 하기 위해 전략적인 표적 관세를 동원할 것"이라고만 밝힌 상태다.
이는 무차별적 관세보다는 전략적 경쟁 상대인 중국의 핵심 산업에 초점을 맞춘 선별적 관세를 시행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처럼 양당이 관세 정책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관세가 경제적으로 효과가 없더라도 정치적으로는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경제학자들이 올해 초 공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중국 관세는 관세를 통해 보호하고자 하는 산업의 일자리에 별 영향을 주지 못했지만, 해당 산업이 있는 지역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에 대한 지지율이 상승해 정치적으로는 재미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