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을 받는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 박종민 기자검찰이 카카오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을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한 가운데 이틀 연속 소환 조사하며 수사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검찰은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시세 조종에 김범수 위원장이 공모한 증거를 확보한 상태라며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검찰은 구속 기간 만료 시점인 오는 8월 중순쯤 김 위원장을 구속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김범수, SM 시세조종 공모 증거 충분히 확보"
26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장대규 부장검사)는 김 위원장이 그룹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로서 카카오 투자심의위원회(투심위) 등을 통해 시세조종 계획을 사전에 보고받고 승인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검찰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당기순손실이 2021년 298억 원에서 2022년 6298억 원, 2023년 1조 2235억 원으로 늘어나면서, 이를 메우기 위해 김 위원장의 승인 아래 에스엠을 인수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전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김범수 위원장 등의) 공모 관계 관련된 부분에 대해 물적 증거나 그에 부합하는 인적 증거를 충분히 확보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에스엠 인수 과정에서 경쟁 상대인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에스엠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12만 원) 이상으로 띄워 고정하려고 시세를 조종한 혐의로 지난 23일 구속됐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구속된 직후인 24일과 25일 이틀 연속 소환 조사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같은 혐의를 받는 카카오 배재현 전 투자총괄대표는 작년 11월에 구속 기소됐고,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의 지모 대표는 올해 4월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관계자는 "세 번에 걸친 구속영장 청구 단계 심문 과정에서 시세조종 혐의에 대해 치열하게 다퉜다"며 "단순한 장내 매수가 아니라 (카카오가) 시세조종 방법을 선택했다는 점에 대해 증거를 통해 재판부에 설명했다"고 밝혔다.
검찰 "전형적 시세조종 양태 확인"…김범수는 혐의 부인
황진환 기자카카오 측이 '사업 협력을 위한 지분 확보 목적의 합법적 장내 매수였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 검찰은 "자본시장법 176조 3항과 판례에 따르면 장내 매수 행위가 시세 고정·안정 목적으로 이뤄진 경우에는 시세 조종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실제로 고가매수·물량소진주문 등 전형적인 시세조종 양태가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검찰 관계자는 "경쟁자가 공개 매수하는 것에 대해 경영권 취득을 강화하는 적법한 방법은 다 마련돼 있다"며 "가격을 인위적으로 조작하지 않으면서 장내 매수하면 되고, 수량이 5% 이상일 때는 대량 보유 보고를 통해 공시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카카오는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저지하려는 의도를 숨기기 위해 대항 공개 매수를 하지도 않았다"며 "지분 취득 사실이 공개되지 않기 위해서 원아시아파트너스를 동원하면서도 카카오 자체적으로 5% 이내로 몰래 장내 매수했다. 두 개 합쳐서 5%가 넘어간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대기업 총수인 김 위원장의 구속 사유로 도주 우려가 적시된 것이 이례적이라는 일부 평가에 대해서 "전혀 이례적이지 않다"며 "혐의가 중대할 경우 법원은 일반적으로 피의자가 처벌을 피하고자 도주할 우려가 크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 위원장 측은 혐의를 부인하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단은 구속영장이 청구된 지난 17일 "김 위원장은 지난해 에스엠 지분 매수에 있어 어떤 불법적 행위도 지시하거나 용인한 바 없다"며 "사업 협력을 위한 지분 확보 목적으로 진행된 정상적 수요에 기반한 장내 매수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구속영장까지 청구한 점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힌 바있다.
검찰은 김 위원장을 상대로 시세조종 공모 관계와 지시·승인 여부 등을 조사한 뒤 최장 20일인 구속 기간 만료 시점인 오는 8월 중순쯤 김 위원장을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