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그동안 전기차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근 입장 변화의 모습을 보이면서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급속도로 가까워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의 친분이 이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일 미시간주 유세에서 "끊임없이 전기차에 관해 이야기하지만, 전기차에 대해 반대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전기차를 전적으로 지지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적합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기차가 훌륭하다고 생각하고, 일론 머스크도 환상적인 일을 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과거 선거 유세 등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기차가 미국의 자동차 산업을 죽인다"며 "자신이 당선되지 않으면 미국 자동차 산업과 나라 전체가 '피바다(bloodbath)'가 될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봄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기차의 품질과 신뢰도를 공격하기보다는, 전기차 구매 보조금과 전기차 생산 확대를 위한 환경 규제를 공격하는 쪽으로 논점을 선회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같은 입장 변화에는 지난 3월 머스크 CEO와의 만남이 있다고 해석했다.
당시 일부 언론은 두 사람의 회동과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머스크가 대통령에게 국경 안보와 경제 등에 대한 정책을 제안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실제로 회동 이후 두 사람의 관계는 더욱 친밀해졌고, 특히 지난 13일 '트럼프 피격' 직후 머스크는 "과거 미국에서 이렇게 힘든 대선 후보는 시어도어 루스벨트밖에 없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머스크는 주주총회에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전기차를 포함한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주 논의한다고 밝히며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강조하기도 했다.
머스크가 부인하기는 했지만, 그 사이 머스크가 트럼프를 후원하는 슈퍼팩(정치후원단체)에 매달 천문학적인 기부금을 낼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전기차 자체가 아니라 미국 안에서 만든 전기차나 배터리에 각종 혜택을 주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녹색 사기'로 규정한 트럼프의 발언은 언뜻 보면 머스크에 해가 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역설적으로 IRA가 폐지는 머스크에게 득이 된다. IRA는 전기차 구매자에게 최대 7500달러 세액 공제를 제공하는데, 중국산 부품이 없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현재 일부 테슬라 모델은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IRA가 폐지되면 당장 보조금 혜택도 사라지는데다 이 조건을 지키기 위해 막대한 설비 투자를 했던 다른 전기차 업체는 상대적으로 큰 손실이 불가피해지는 것이다.
보조금이 사라지면 일부 테슬라 모델 판매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생산량이 많고 충전소 등 인프라가 풍부한 테슬라는 보조금 없이도 수익성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최근 미국 정부는 오는 8월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현재 25%에서 100%로 대폭 인상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머스크는 바이든 행정부가 오는 8월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고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시장을 왜곡하는 조치에 찬성하지 않는다"며 "테슬라는 관세와 보조금 특혜 없이도 중국 시장에서 잘 경쟁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테슬라는 전날 뉴욕증시 마감 후 2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머스크 CEO가 월가 애널리스트들과 콘퍼런스콜을 진행했다.
테슬라는 지난 1분기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매출 감소와 4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 감소를 이어갔다.
이에 영향을 받아 테슬라 주가는 24일(현지시간) 오후 1시 기준 전장보다 10% 넘게 폭락한 220.78달러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