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차려 중 쓰러진 훈련병 영결식 엄수. 연합뉴스입대한 지 열흘 밖에 되지 않은 훈련병이 얼차려를 받다 쓰러져 이틀 만에 숨진 사건에 대해 군기훈련을 지시한 중대장과 부중대장의 가혹행위 여부를 판단할 경찰의 수사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숨진 훈련병이 민간병원으로 이송돼 숨지기까지 '늑장 대처', '뺑뺑이 이송'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국가의 부름을 받고 가족의 품을 떠난 자녀들에 대한 부모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참고인 조사' 어디까지…경찰 '얼차려 CCTV' 확보
연합뉴스
30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강원경찰청은 전날 숨진 훈련병 박 모씨의 동료 5명을 상대로 1차 참고인 조사를 마쳤다. 경찰은 당시 군의관을 비롯한 고인의 이송 과정에 함께했던 이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조만간 진행할 계획이다.
특히 숨진 훈련병의 응급처치 후 병원으로 이송한 뒤 숨지기 전까지 과정과 사인의 연관성을 밝히기 위해 의료사고 전문 수사요원을 투입했으며 1차 이송된 속초의료원과 사망선고가 내려진 강릉아산병원의 의료기록을 집중적으로 살피고 있다.
당시 숨진 훈련병은 군의관으로부터 체온을 낮추기 위한 수액 투여 등 응급처치를 받은 뒤 속초의료원으로 이송됐다. 하지만 40도가 넘는 고열 증세와 혈중산소량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쇼크를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기초 검사에서 신부전증세가 발견돼 신장 투석을 받아야하는 상황에서 병원은 장비 부재 등 치료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전원을 결정했다. 하지만 상급병원들의 사정으로 약 3시간 만에야 강릉아산병원으로 옮겨졌고 도착 당시 이미 의식이 없는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숨진 훈련병이 군기훈련을 받는 모습이 담긴 부대 내 폐쇄회로(CC)TV도 확보해 살피고 있다. 해당 영상에는 연병장을 돌던 훈련병이 넘어지듯이 쓰러지는 모습이 담겨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당시 상황을 목격한 이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며 부대장에 대한 조사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군기훈련을 지시한 중대장과 부중대장의 업무상과실치사와 직권남용가혹행위 혐의에 대해서는 초기 조사를 마치는 대로 형사입건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하늘로 떠난 훈련병' 아들 軍보낸 부모들 "억울하지 않게 도와달라"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연합뉴스숨진 훈련병의 발인이 이날 전남 나주의 한 장례식장에서 엄수되는 가운데 숨진 고인에 대한 애도가 이어졌다.
지난 2022년 11월 집단 괴롭힘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김상현 이병의 아버지 김기철씨는 전날 장례식장을 찾아 애도의 뜻을 표했다.
김 이병은 숨진 훈련병과 같은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교육을 수료하고 GOP(일반전초) 부대로 배치된 지 한 달 만에 경계근무 중 총상을 입고 숨졌다.
검찰은 지난 2월 군 간부와 선임병들을 모욕죄와 초병협박, 강요죄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으며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군 위문 홈페이지 '더캠프'에는 자녀를 군대에 보낸 부모들의 걱정과 훈련병에 대한 애도의 글이 빗발치고 있다.
숨진 훈련병의 바로 앞 기수인 아들의 수료식을 전날 다녀왔다는 장병의 부모는 "부대가 전혀 애도의 분위기는 없었다"며 "천국에서 영면을 기원하며 저희 부부가 준비해간 국화꽃 한 송이씩 올리고 씩씩한 아들 수료식 행사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이어 "훈련병들이 얼마 전 순직한 사병이 쓰러진 그 연병장에 씩씩한 군가를 부르며 입장하는데 참석 가족들은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늠름하기도 하지만 부끄러워서 어른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부모는 "이제 엄마 품을 떠나 육신도 하늘로 가는 날이네요"라며 "훈련병의 엄마로 지켜주지도, 지킬수도 없어서 죄스럽고 미안한 마음 뿐입니다. 외로운 길이 아니길 빌어봅니다"라고 했다.
자식을 군에 보낸 한 부모는 "제발 우리 아들들 가고 싶어 군대 간게 아니라 어쩔수없이 의무를 다하려 간 것"이라며 "부모님들처럼 보살펴 주는건 바라지도 않는다. 훈련을 못따라가는 아들들도 고려해 배려해 도와주며 안전에 위협받지 않고 건강하게 18개월 군 복무할 수 있도록 신경써달라"고 말했다.
한편 숨진 훈련병은 지난 23일 오후 5시 20분쯤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동료 훈련병 5명과 완전군장으로 군기훈련을 받다 쓰러져 민간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틀 만에 숨졌다.
당시 지휘관인 중대장 등은 규정을 어겨 완전군장으로 구보를 지시하거나 동료 훈련병들이 고인의상태가 좋지 않다는 보고를 무시하고 얼차려를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