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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증시 상승장을 이끈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 주가가 조정 국면에 진입하면서 AI 관련주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정점을 찍은 뒤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2000년대 초반 시스코 주가 급락 사태를 연상케 하는 '제2의 닷컴버블' 붕괴 초입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감지된다.

월가에서는 엔비디아 주가가 단기적으로 주당 100달러까지 밀릴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중장기 관점에서는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목표가 높이기에 나섰다.

24일 엔비디아 주가가 하루 만에 6.68% 떨어진 결과 118.11달러에 거래를 마치면서 기술적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 기술적 조정이란 연고점 대비 주가가 10% 이상 하락한 것을 말한다.



엔비디아 주가는 18일 135.58달러에 마감해 종가 기준 사상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연초 대비 180% 상승했다. 하지만 이후 연일 매도세가 부각되면서 3거래일 동안 13% 가까이 하락했다. 해당 기간 시가총액은 4300억달러(약 596조1520억원) 정도 줄었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은 2조9100억달러로 마이크로소프트(3조3300억달러), 애플(3조1900억달러)과 격차가 벌어졌다.

한국 투자자 사이에서 인기를 끌어온 엔비디아 2배 레버리지 베팅 상장지수펀드(ETF)도 시세가 급락했다. 그래닛 셰어스 2X 엔비디아 데일리 ETF(NVDL) 시세는 이날 하루 14% 하락했는데, 18일 이후 이날까지 25% 가까이 떨어졌다.

엔비디아 매도세가 두드러진 배경은 주가 고평가에 대한 부담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자사주 매도 소식이 겹치면서 투자심리가 흔들린 탓으로 풀이된다.

버프 도르마이어 킹스뷰파트너스 연구원은 "AI 시대 반도체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지만 엔비디아는 작년 한 해 주가가 238% 뛰고 올해 들어서도 급등해 과도한 감이 있다"면서 "주가가 앞으로 12개월 매출 대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편입 종목 중 가장 높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엔비디아 주가가 3거래일 연속 하락한 데 대해 2000년대 초 닷컴 버블 붕괴 당시 시가총액 1위 기업이던 네트워크 장비업체 시스코 주가가 급락한 것을 떠올리기도 한다. 시스코 주가는 당시 버블 붕괴 이후 80% 급락했다.

다만 증권업계에선 이익 성장 없이 기대감으로만 주가가 올랐던 시스코와 엔비디아는 다르다는 분석이 더 많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42배 수준이다. 엔비디아의 과거 기업가치 최고점(68배)보다 낮은 수치이고, 지난 10년간 평균 PER(40배)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이는 닷컴 버블 당시 시스코의 12개월 선행 PER이 120배를 웃돌았던 점과 대비된다. 서정훈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엔비디아 주가 하락은 합리적인 조정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엔비디아를 비롯해 AI 상승장을 주도한 '매그니피센트 7' 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오히려 더 개선됐다는 점에서 과거와 다르다고 봤다. 현재 7개 기업 ROE는 평균 27% 수준으로, 2020년(21%)보다 높아졌다.

엔비디아 주가 향방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100달러 지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아리 월드 오펜하이머증권 기술 분석 담당 책임 연구원은 "최근 엔비디아 주가가 급락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50일 이동 평균선인 101달러나 100일 이동 평균선인 92달러를 훨씬 웃돌고 있다"며 추가 조정 가능성을 지적했다. 황 CEO의 자사주 매도 소식도 투자심리를 악화시켰다. 이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황 CEO는 10b5-1 규정에 따라 이달 13일부터 21일까지 엔비디아 주식을 총 72만주 매도했다고 신고했다.

[김인오 기자 / 차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