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수학 상수인 파이는 원의 지름에 대한 원주의 비율로, 참으로 매혹적인 숫자다. 그리고 파이 파텔이 말했듯이, 이 숫자는 영원히 계속된다. 파이는 두 정수의 비로 나타낼 수 없는 ‘무리수’다. 끝이 없으니 딱 떨어지는 분수나 소수로 적을 수도 없다. 주인공의 이름에 빗댄 ‘무리수 파이’에 대한 생각이 바로 이 소설의 핵심 주제다. <수학의 아름다움이 서사가 된다면>(미래의 창)
부커상 수상작인 소설 <라이프 오브 파이>는 바다에서 조난당한 소년이 벵골 호랑이와 구명정에서 227일을 표류하며 살아남는 이야기다. 주인공의 별명인 ‘파이(Pi)’는 원주율을 말할 때 쓰는 바로 그 파이(π)다. 수학자 새러 하트는 주인공의 이름에 빗댄 ‘무리수 파이’에 대한 생각이 바로 이 소설의 핵심 주제라고 말한다.
바다에서 표류하다 살아남은 파이의 이야기는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일까. 파이가 망망대해를 떠돌 때, 무작위처럼 보이는 π의 자릿수들이 해수면에 울려 퍼진다. 이는 파이의 이야기 뒤에 숨은 끔찍한 혼돈에 대한 은유처럼 읽힌다. 파이는 이 불가해한 자신의 경험이 의미 있는 형태가 되기를 갈망하며, ‘이야기’를 통해 ‘무리수’를 ‘유리수’로 만드는 불가능으로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