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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정밀화학 헤셀로스 생산공장. 롯데케미칼

중국의 과잉공급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동까지 가세해 석유화학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불황이 길어지면서 기업은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비롯해 자산 매각 및 투자 속도 조절 등 자구책을 펼치고 있다. 정부도 기업과 함께 구조 재편에 대한 논의를 추진한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에틸렌 스프레드는 200달러 초반대에 머물고 있다. 에틸렌 스프레드는 석유화학 업계 수익성의 지표로, 통상 300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보는데 오랜기간 이를 크게 밑돌았다.

중국은 증설을 통해 에틸렌 등 기초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해 과잉공급을 촉발했다. 여기에 쿠웨이트국영석유화학회사(KIPIC)가 지난 5월 알주르 공장을 부분가동하며 에틸렌 생산에 나섰다.

이로 인해 범용 제품이 저렴한 가격에 쏟아지며 국내 석유화학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하락했고 범용 비중이 높은 국내 석유화학업체의 실적이 부진을 이어지고 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기초화학 제품 비중이 높은 롯데케미칼은 3분기 486억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보인다.

이에 석유화학업계는 범용 비중을 줄이고 스페셜티를 비중을 늘리는 사업 전력을 펼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에셋라이트(자산경량화)' 추진을 통해 기초화학 사업 비중을 60%에서 2030년에 30%까지 줄인다는 계획이다. 내년 투자금액을 올해 대비 40% 줄어든 1조7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이와함께 △기초화학 첨단소재 △정밀화학 △전지소재 △수소에너지의 전략사업단위별 명확한 방향 설정으로 지속가능한 사업구조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LG화학은 스티렌모노머(SM)를 생산했던 전남 여수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여수 NCC 2공장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태양광용 폴리올레핀엘라스토머 등 친환경 스페셜티 개발 및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찌감치 스페셜티 전환을 추진한 금호석유화학은 기술경쟁력을 갖춘 타이어용 합성고무 등의 기술 경쟁력 확보에 매진한다는 방침이다. 한화솔루션은 전선 고부가가치 소재인 가교폴리에틸렌(XLPE) 생산 확대 등에 나선다.

정부와 함께하는 구조재편에도 속도가 붙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4월 정부는 주요 석유화학업체 등이 참여하는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협의체'를 출범시켰다. 구조조정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대는 형성하고 있지만 기업마다 처한 상황과 전략이 달라 6월 말 예정이었던 종합대책 발표가 미뤄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범용 제품의 경쟁력은 더욱 하락할 것”이라며 “스페셜티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구조 재편을 위해 인센티브 지급 등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면서 “기업마다 입장 차이가 있어 대책 마련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조성우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