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망 확충이 국가적 과제로 부상한 가운데 송전선로를 땅속에 묻는 '지중화' 구간을 확대하고 관련 기준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송전망 건설 관련 지역의 낮은 수용성, 갈등 문제를 지중화로 해결, 건설 지연을 최소화하자는 취지다.
김호곤 한국전력 전력계통본부 송변전건설단장은 24일 한전 주최 '전력망 적기 확충을 위한 혁신 대토론회'에서 “전력망에 대한 지자체, 주민의 낮은 수용성으로 인한 건설지연을 개선하기 위해 (송전선로) 지중화 원칙 수립을 현실적 대안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단장이 말한 지중화 원칙은 송전선로를 지중화해야 하는 기준을 말한다. 송전선로 건설 과정에서 지역, 주민이 지중화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현재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 제대로 된 논의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김 단장은 “지중화 구간을 확대하되 명확한 기준을 법제화해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면서 “(송전선로) 경과지의 인구 밀도 등 주변 여건, 사업의 시급성, 지역 형평성 등을 반영해 기준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지중화로 인해 비용 부담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송전망을 원활하게 구축할 수 있게 된다”면서 “이와 함께 송전망 건설 주변 지역에 대한 보상·지원을 확대하는 등 국가의 책임을 강화해야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재원이다. 전력망 투자 비용은 기존 10차전력수급기본계획과 연계해 수립한 10차 장기 송변전 설비계획 기준, 56조5000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지중화 확대, 송전망 주변 지역에 대한 보상 강화 등 비용을 고려하면 투자비는 크게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단장은 “2036년까지 송전망 투자로 매년 4조원 안팎이 쓰여야 한다”면서 “현재 한전의 재정 상황을 감안하면 자구노력만으로는 한계점에 봉착한 상태로 전기요금 정상화가 꼭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동철 한전 사장도 “국가경쟁력 강화와 국민경제 안정을 위해서는 에너지 혁신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전력망 투자를 늘려야 한다”면서 “한전의 현재 여건상 투자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최소한의 전기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패널토론에 나선 정연제 서울과기대 교수는 “송전망 확충이 시급하다고 말은 하지만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지에 대한 구체적 논의는 보이지 않는다”면서 “전기 요금 현실화와 더불어 전력 소비자, 발전사업자, 한전 등 각 주체별 요금 부담 비중과 방안 등을 논의해야 한다”고 세부 과제를 제시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철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국민의힘)은 “(송전망 부족으로 인한) 송전 제약이 현실화되면서, LNG 발전보다 값싼 석탄으로 생산된 전기가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국가 전체적으로 비효율이 극대화되면서,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되고 있다. 전력망 적기 구축을 위해 정부, 국회, 시민사회 등 모두가 협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호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