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00억…계획 4분의 1 수준
무상할당 공급 과잉…가격 하락
기업, 경매 참여보다 장외 구매
예정처 “4차 수립땐 재설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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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이 하락하면서 기후대응기금의 자체수입인 배출권 매각대금이 급감했다. 정부는 일부 사업비를 깎고 다른 기금으로부터 전입금을 받는 등 기금운용의 비효율이 커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4일 기획재정부와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배출권 매각대금 수입이 정부의 계획 대비 4분의 1에 불과한 1000억원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기후대응기금은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에 필요한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2022년 설치됐다. 기후대응기금은 자체수입인 배출권 거래수입과 일반회계 전입금, 교통시설특별회계 전입금, 복권기금 전입금 등으로 구성되며 지난해에는 2조4867억원 규모로 계획됐다. 이중 배출권 매각대금 수입금은 4008억9600만원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 배출권 수입은 996억2200만원에 그쳤다. 이는 2022년 배출권 매각대금 수입인 3188억2600만원과 비교해서도 68.7%나 감소한 것이다. 자체수입인 배출권 매각대금이 줄어들면서 배출권 매각대금이 포함된 기후대응기금의 수입 수납액은 2조2267억원으로 당초 계획액 대비 89.5%로 나타났다.

배출권 매각대금이 급감한 것은 배출권 공급이 과도해져 정부 예상 대비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제3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에 따라 정부는 기업에 배출권을 할당한다. 무상할당대상 기업은 총량의 100%를, 유상할당대상 기업은 총량의 90%는 무상, 10%는 유상으로 할당받게 된다. 정부는 배출권을 유상으로 할당하기 위해 배출권 경매시장을 열어 배출권을 판매하며, 그 매각대금을 기후대응기금 수입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무상할당되는 배출권의 공급이 과도해지면서 기업들은 정부의 경매에 참여하기보다 장내·장외에서 무상할당된 배출권을 사들이는 게 유리해졌다.

정부는 2023년 배출권 예상 공급량은 2060만톤, 공급단가는 톤당 2만7000원, 낙찰률은 70%로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 공급량은 1901만톤, 공급단가는 계획 대비 39.5% 수준인 톤당 1만672원으로 하락했다. 낙찰률은 41.5%였다.

배출권 매각대금이 줄면서 정부는 기금운용계획을 변경해 44개 사업 운영비와 여유자금을 감액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당초 계획 대비 배출권 매각수입이 급감하면서 지출사업 집행에 제약이 발생했고 계획액을 초과한 기금전입금 증액이 이뤄지는 등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후대응기금의 자체수입 비중 감소 문제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10% 유상할당 비율이 내년까지 유지되며 해외와 달리 국내 배출권 시장의 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유상할당 배출권의 톤당 낙찰가격은 9500원 수준이다.


예정처는 “정부는 기금운용계획안을 편성할 때 추계를 면밀히 하고 4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 수립 시 적정한 유상할당 비율을 설정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최다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