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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학교 30m 이내 금연구역 확대…"단속에만 의존하면 한계 뚜렷" [데일리안이 간다 75]

허찬영 기자 ([email protected])
입력 2024.08.20 03:01 수정 2024.08.20 03:01

청소년 간접흡연 피해 줄이고자 국민건강증진법 개정 통해 학교 인근 금연 구역 범위 확대

학교 근처 바닥엔 담배꽁초 여전…서울시 "금연 구역 인지할 수 있는 표지 등 홍보 방안 마련"

시민 "30m라는 범위 애매하고 알 방법 없어…명확한 기준 담은 법 개정 필요하다고 생각"

전문가 "근본적 해결 방안은 흡연자가 줄어드는 것…중장기적인 포괄적 담배 규제정책 필요"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 어린이집 정문 앞에서 주운 담배꽁초.ⓒ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지난 17일부터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주변의 금연 구역이 확대됐다. 하지만 해당 금연 구역 곳곳에서 여전히 흡연자가 목격되는 등 아직 실효성은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시는 자치구별 상황에 맞게 홍보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단속에 의존해야 하는 보여주기식 정책보다는 흡연자들의 인식을 개선해 흡연자 자체를 줄일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고 주장했다.


최근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으로 기존에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등학교·중학교 및 고등학교 경계선으로부터 10m 이내였던 금연 구역이 30m 이내로 확대됐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간접흡연 피해를 줄이고 건강한 교육 환경을 조성하자는 취지다. 법 개정에 따라 금연 구역 내에서 흡연 행위가 적발될 경우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데일리안은 19일 어린이집과 초등학교 등이 있는 서울 영등포구 인근을 찾았다. 이날 총 5곳의 어린이집·학교를 찾아가 본 결과 3곳에만 변경된 어린이보호구역 내 금연 구역 표지판이 있었다. 2곳은 법 개정 전의 범위인 10m 이내 흡연 금지를 안내하는 표지판이 붙어있었다.


해당 지역의 어린이집 근처는 음식점이나 술집, 원룸 등이 몰려 있어 흡연자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또 학교 근처 금연 구역 바닥 곳곳에는 다 핀 담배꽁초들이 널브러져 있기도 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번화가 내에 위치한 어린이집. 금연 구역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붙어있다.ⓒ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담배를 피우던 시민 A씨는 "근처에 초등학교가 있는지 몰랐다. 또 30m 이내가 금연 구역인 줄도 몰랐다"며 "30m라는 기준이 참 애매한 것 같다. 앞으로 학교 근처에서 흡연하지는 않겠지만 좀 더 명확하게 법안이 개정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어린이집 근처에서 흡연하던 시민 B씨는 "금연 구역이라는 표지판도 없고 다른 분들도 흡연하고 있어 이곳이 금연 구역인 줄 몰랐다"며 "어린이집에서 30m 이내가 금연 구역이라고 하는데 정확히 그 범위를 알려주는 무언가가 필요할 것 같다. 아이들이 많이 다니는 구역에서 담배를 피워 미안하다"고 했다.


이들의 주장과 같이 법 개정 이후 실제 단속에 있어서 경계선 30m 적용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예를 들어 학교 담장으로부터 30m를 적용한다면 범위가 분명치 않고, 실제 단속의 현실성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에 서울시는 "해당 법안은 지난해부터 고시했기 때문에 별도의 계도 기간 없이 범위 내 금연 구역에서 흡연하면 곧장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며 "학교와 유치원 등에 바뀐 내용으로 표지판을 다시 설치하라 요청했으며 각 자치구는 흡연자들이 30m 이내라는 것을 인지할 수 있도록 확대된 크기의 표지판 부착, 금연 구역 노면 표시 등 홍보를 철저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면에 표시된 금연 구역 안내.ⓒ 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전문가들은 금연 구역 범위 확대가 흡연자들의 금연에 큰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정부 주도의 강력한 담배 규제정책을 통해 흡연자들의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효과적인 대책이라고 주장했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초·중·고등학교는 비교적 크기가 커 한눈에 위치를 확인할 수 있지만 어린이집·유치원은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여기에 흡연자에게 과태료 10만원을 물게 한다면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것"이라며 "이 법안은 금연 정책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엿볼 수 있지만 실행력에는 한계가 있는 반쪽짜리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이 센터장은 "흡연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방안은 흡연자가 줄어드는 것이다. 금연 구역을 단속하고 시민들의 인식을 개선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금연 정책을 내세워야 한다"며 "담뱃세 인상과 효과적인 금연 지원 프로그램 개설, 금연 정책을 위한 예산 투입 등 포괄적 담배 규제정책에 중장기적으로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신이철 원광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는 "100m 이상이면 모르겠지만 10m에서 30m로 늘렸다고 해서 금연에 큰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30km 속도제한이 뿌리내린 것처럼 금연 구역 내에서 흡연하면 안 된다는 인식이 자리 잡아야 한다. 흡연자들에게 어린 학생들의 간접흡연 위험성을 깨닫게 하는 교육 등을 통해 기본적인 인식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건강증진법 개정 이전(오른쪽)과 이후에 설치된 금연 구역 안내 표지.ⓒ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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