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계, 대선 공약에 쏠린 눈…‘희망고문’ 그칠라
윤석열, ‘한국형 반값 임대료 프로젝트’ 공약
이재명, ‘임대료 탕감·신용 대사면’ 등 약속
전문가, 대선 포퓰리즘 우려…“중장기적 정책 세워야”
외식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 선거(대선) 후보자들의 공약에 주목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에 따른 경기 위축 가능성이 커지고, 물가 급등으로 갈수록 영업 환경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여야가 내놓은 경제 정책이 새해에는 조금이나마 숨통을 트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오는 3월 대선의 핵심 관심사는 ‘경제 회복’이다. 대선후보들은 코로나에 지친 자영업자의 민심을 회복하기 위해 저마다 경제를 제1공약으로 걸고 나와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키워드는 ‘자영업자 살리기’로 요약된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지난 2일 코로나19로 인한 영업 제한으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대출 금융 지원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한국형 반값 임대료 프로젝트’는 영세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3년 만기 저금리로 사업자금을 빌려주는 정부 보증 대출 상품이다. 사업자는 대출상환액 중 임대료와 공과금 납부에 사용한 금액에 한해 50%를 면제받을 수 있다. 나머지도 향후 5년간 분할 상환하면 된다.
1인당 50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고 중복대출도 가능하다. 대상자는 약 200만여명(전체 소상공인 80%), 투입 재정은 최대 50조원으로 추산했다. 향후 자영업을 지속해 나가는 데 필요한 자금을 대출해 주는 개념으로 사후 보상이 아닌, 사전 지원을 골자로 한다.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역시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의 임대료와 인건비를 대출금에서 탕감해주겠다고 공약했다. 여기에 국가가 소상공인 부채를 매입하는 채무조정, 신용등급을 일괄적으로 높여주는 ‘신용 대사면’을 약속하기도 했다.
외식업계는 내심 희망을 거는 눈치다. 2년 째 지속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조치로 업계를 둘러싼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연초부터 천정부지로 치솟은 물가에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까지 번지면서 체감경기 마저 차갑게 식은지 오래다.
외식업 종사자들은 그동안 정부 차원의 연착륙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아 왔다. 감당이 어려울 정도로 팽창한 자영업자들의 부채를 해소할 방법이 부재하다는 점이 배경이 됐다. 여야의 앞다툰 대선 공약이 유일한 동아줄로 작용할것이라 믿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등포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유모(30)씨는 “코로나 대유행 사태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전국의 수백만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다. 매출 저하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며 “방역조치가 이들의 고통과 손실로 끝나지 않도록 여야 대선후보, 정부를 망라해 최선의 지원 조치가 이뤄져야만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대선 후보자들의 경제 정책이 실현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부터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으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에게 다양한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형평성과 실효성 등을 문제로 불신만 가중시켰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일례로 정부는 지난해 손실보상제를 도입하면서 손실에 대해 보상하는 비율인 보정률을 80%로 정해 원성을 들었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소상공인에 대한 추가 대책을 발표했지만 초저금리(연 1%) 대출을 해주는 정도에 그쳐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일기도 했다.
서대문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장모(40대)씨는 “지난 2년간 정부 방침에 적극 협조하면서 버텨온 이들에겐 더는 물러설 곳이 없음에도, 그간 정부가 내놓은 정책은 임대료와 같은 ‘급한 불 끄기’에 지나지 않았다”며 “이번에도 희망고문일 것 같아 기대도 안 한다”고 비판했다.
나라 빚이 가장 문제다. 국가채무는 이미 크게 불어났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20년 공공부문 부채는 1280조원으로 직전년도 대비 147조4000억원 증가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부문 부채 비율은 7.3%포인트 증가한 66.2%다. 규모와 비율 모두 역대 최대치다.
전문가들 역시 새로운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 속에서도 현재 선거전 모습을 비판하고 있다. 장밋빛 가득한 포퓰리즘 정책이 쏟아지고 있어 집권 후 약속을 지킬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제 논리가 사라진 자리를 이념과 정치로 채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정희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대선을 앞두고 단기적인 경제 지원 정책들이 쏟아지고 있는데, 가장 필요한 것은 지속 가능한 중장기적 지원 정책”이라며 “일회성 지원인지 등과 같은 지원 이후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국가에서 성장을 위해 빚을 지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투자 이후 손실을 봤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을 해소할 안전장치 마련은 필요해 보인다”며 “현재로서는 대선이 끝나고나서 이런 정책들을 지속적으로 이어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