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1년6개월째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8월 넷째 주(26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17% 올랐다. 67주 연속 상승세다.
이처럼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압력이 거세진 주된 이유는 시장의 수급 균형이 깨졌기 때문이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이달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42.9로 지난 2021년 10월(162.2)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전세수급지수는 KB부동산이 표본 공인중개사무소를 대상으로 조사한 통계로 100을 초과할수록 공급 부족, 100 미만일수록 공급이 충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 데이터를 살펴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은 이날 기준 2만6929건으로 조사됐다. 이는 3개월 전보다 5.6% 감소한 수준이다. 올해 초와 비교하면 무려 22.7%가 줄어들었다.
지역별로는 서울 종로구의 전세 물량이 164건에서 108건으로 3개월 새 34.2% 줄었다. 이어 학군지인 양천구(-28.0%), 중랑구(-25.9%), 강남구(-21.4%) 등의 순으로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서울 지역의 전세 품귀 현상이 심화하면서 전세 신고가도 속출하고 있다. 양천구 목동 ‘목동센트럴 푸르지오’ 전용면적 110㎡는 지난달 역대 최고가인 보증금 17억원에 세입자를 구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 대치 팰리스' 전용면적 94㎡는 지난달 22억원에 전세 신고가를 경신했다.
문제는 가을 이사철이 본격화되는 다음달에 수도권 입주 물량이 급감한다는 점이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다음달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은 9729가구로, 이달(1만9092가구)의 절반 수준이다.
여기에 금융 당국의 가계 대출 관리 강화 방침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에 이어 전세자금대출까지 옥죄면서 수요자들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건부 전세대출을 중단하면서 대출을 받아 들어갈 수 있는 전세 매물 자체가 줄어들고, 반전세나 월세로 수요자들이 이동하면서 주거비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사철에 임대차 2법 만기 물량까지...다주택자 규제 완화 등 조치 필요"
업계에선 계약갱신청구권 4년이 지나 만기가 돌아온 전세 매물이 시장에 나오고 있는 데다 본격적인 가을 이사철 시기가 맞물리며 전셋값 상승세가 더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전세사기 여파로 비아파트 수요가 크게 줄었고, 입주 물량도 매우 부족해 전셋값 상승은 불가피하다"며 "이사철 시기인 데다 계약갱신 만료 도래 물량도 시장에 나오고 있는 만큼 전셋값 상승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전세 시장 불안이 계속되자 정부는 최근 임대료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20년 장기임대주택' 도입 방안을 내놨다. 기존 10년짜리 장기임대주택과 달리 세입자가 바뀌면 시세에 맞춰 임대료를 올릴 수 있도록 하고, '주거비 물가상승률'보다 더 높은 임대료 인상률을 허용하는 모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당장 실효적 효과가 나타나기는 어려운 만큼 추가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다양한 시도는 필요하지만, 임대시장의 모든 주택을 공공임대로 대체할 수 없는 것처럼 법인이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결국은 개인과 법인이 혼재하는 임대주택 시장이 될 수 있도록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완화를 통한 물량 공급 등의 방안을 같이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