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약, 버젓이 온라인 불법 유통···낙태죄 폐지에도 손 놓은 국회 탓
21대 국회 위헌 법률 처리 부진 정의당 "여성들 무법지대에 있어" 미프진, 모조품 부작용 피해 우려 여성의 낙태를 처벌하는 규정을 담고 있는 형법의 개정시한이 지났는데 3년 넘게 법률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낙태약은 은연중 온라인 등에서 불법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법제사법위원회에 위헌 결을 받은 형법 조항을 수정하는 형법 개정안 6건과 모자보건법 개정안 1건이 계류돼 있다. 낙태죄 처벌 규정을 폐지하고 임신 주 수나 사유 제한 없이 임신 중단을 가능하게 하자는 내용이다. 임신, 임신 중단, 출산, 양육 등에 대한 사회적 지원체계를 구축하자는 내용도 담겼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자기낙태죄, 의사낙태죄를 처벌하는 형법 조항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며 2019년 4월 11일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개정시한은 2020년 12월 31일이었다. 21대 국회는 임기 종료가 오는 29일로 현재 15일 남았다. 임신중지 보완 법안은 그동안 논의에 진전이 없어 자동 폐기될 전망이다. 22대 국회에서도 해당 법안을 추진한 정의당 의원이 당선되지 않아 장기간 또 입법 공백이 예상된다. 장혜영 녹색정의당 원내대표 직무대행은 지난달 MBC 라디오에서 “21대 국회 첫해에 마무리됐어야 되는 일인데 지금까지 마무리되지 못해 사실상 임신 중지 문제에 있어서 여성들은 말 그대로 무법지대에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경구 임신중단약물로 가장 널리 활용되는 미프진은 세계보건기구(WHO)가 2005년 필수 의약품으로 지정했다. 영국, 프랑스 등 해외에선 합법화됐지만 현재 국내에서 불법이기 때문에 처방이 불가하며 유통·거래·판매·구매 전부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여성경제신문 취재 결과 미프진은 SNS인 X(옛 트위터)에서 음성적으로 유통되고 있었다. 미프진의 정품 가격은 한화로 약 35만원~60만원에 이르지만 중국, 인도산 모조품의 경우 5만원~10만원대로 효능이 검증되지 않았다. 산부마다 메스꺼움, 구토, 설사, 발열, 현기증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런 거래로 인해 피해가 발생하면 구매 자체가 불법이기에 보상받을 창구가 없는 구조다. 산부인과 개원가에서는 임신 14주 이내 여성을 대상으로 MTX주사(메토트렉세이트)를 활용한 중절을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MTX는 암과 류머티즘 관련 질환의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이며 인공임신중절이라는 쓰임새가 명시된 바 없다. 앞서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지난 2020년 12월 '인공 임신중절 임상 가이드라인 연구' 보고서를 통해 국내에서 인공임신중절의 목적으로 등록된 약물이 없는 상태임을 지적한 바 있다. 낙태 관련 시민단체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보장 네트워크’(모임넷)가 임신중지 경험 20·30대 여성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해 지난 2월 발표한 결과 임신중지 수술의 경우 임신 주 차와 상관없이 30만∼100만원가량으로 병원마다 큰 차이를 보였다. 모임넷은 “정부와 보건당국은 임신 중지를 건강권으로 공식적으로 보장하고, 안전한 임신 중지에 관한 포괄적 정보와 의료기관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며 “의료보장 체계 구축과 임신 중지 시술 의료수가의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