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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서울, 어쨌든 오른다”…식을 줄 모르는 ‘아파트 사랑’ 열기

[서울 집값 왜 오르나]①
다주택자 규제에 ‘똘똘한 한 채’로 서울 쏠림
주택 공급 부족, 전세 사기에 아파트 인기만↑

서울 한강변 풍경, 왼편 앞에 중앙대병원이 보이고 한강 건너편 이촌동에 고층으로 지어진 래미안첼리투스아파트가 보인다. [사진 신인섭 기자]

서울 아파트값이 20주 연속 상승하고 있다. 지방에서는 미분양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지만 서울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시장 양극화의 기세는 멈추지 않을 듯이 보인다. 지난 8월 8일 정부는 서울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언급하며 주택 공급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서울 부동산 시장이 다시 과열되는 원인은 무엇인지 분석해 봤다. [편집자 주]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서울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강남 지역 아파트를 중심으로 상승세를 탔던 부동산 시장은 서울 전역을 넘어 수도권으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 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0.26% 올라 20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대구(-0.13%), 대전(-0.06%), 세종(-0.03%), 부산(-0.02%) 등 지방 주요 도시의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인 것과 비교하면 서울의 오름세는 더 눈에 띈다.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 집값 상승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다주택자 억제 정책으로 인한 ‘서울 쏠림’ 현상이 꼽힌다. 이른바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가 서울로 몰리면서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를 부채질했다는 해석이다. 서울 시내에서도 특히 강남, 서초, 용산, 마포 등 집값 상승이 기대되는 지역일수록 더 많은 수요가 집중된다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에 살지 않는 거주자가 서울 아파트를 매수한 거래는 1396건을 기록했다. 5월 기준 매수 건수가 1063건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31.3% 증가한 수준이다. 외지인이 서울 아파트 매입 건수는 지난 1월 564건, 2월 621건, 3월 785건, 4월 1061건, 5월 1063건 등이다. 꾸준히 늘고 있다는 뜻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서울 집값이 올라서 외지인의 유입이 늘어나는 것인지, 외지인의 유입이 늘어 서울 집값이 오르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결과적으로 전국에서 서울 아파트를 사기 위해 몰리는 이유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는 다주택자 규제에서 시작한다. 과거 문재인 정부는 다주택자를 부동산값 폭등의 주범으로 보고 규제를 강화했다. 취득세와 양도세 부담을 늘린 것이다. 여러 차례 문제점이 지적됐지만, 아직 개선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 때문에 주택 여러 채를 보유하는 대신 가격 상승 가능성이 큰 한 채에 집중하는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 현재 무주택자가 집을 한 채를 살 때는 기본세율(1~3%)을 적용해 취득세를 부과하지만, 2‧3주택 이상 구매 시 세율은 각각 8%, 12%로 높아진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초 경제정책 방향에서 3주택자 취득세율을 8%에서 4%를 낮추고, 조정 지역 2주택자는 중과(8%)를 폐지해 기본세율(1~3%)을 적용하겠다고 했지만, 취득세 중과 완화와 관련한 법 개정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부동산 정책이 수시로 바뀌면서 고가의 1주택을 보유하는게 낫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많다”며 “특히 강남 고가 아파트는 희소가치가 있어 가격이 올라도 수요가 줄지 않는 ‘베블런 효과’가 나타나는 등 똘똘한 한 채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축 아파트는 공급 부족, 깡통 전세에 빌라는 외면

아파트 공급 부족 문제는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쏠림 현상을 자극했다. 지난 8일 정부가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통해 발표한 ‘국민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보면 서울 지역 아파트 공급이 얼마나 부족한 상황인지 짐작할 수 있다. 올해 상반기 서울 기준 아파트 인허가 건수는 과거 상반기 평균 건수의 82%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아파트의 경우 10% 수준에 불과했다. 전국 기준 아파트 인허가 건수가 같은 기간 92%, 비아파트 82%였던 것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서울에서 착공된 아파트는 과거 상반기 평균의 84%, 비아파트는 14%에 불과했다. 준공 역시 서울 아파트는 전국 장기 평균의 92%, 비아파트의 경우 26% 수준이었다. 서울 시내에 주택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은 게 집값 상승 원인과 무관하지 않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주택 매수 수요를 분산하기 위해 마련했던 사전청약제도가 제구실하지 못한 것도 집값 상승의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사전청약이란 본청약을 하기 1~2년 전에 미리 청약을 받아두는 제도다. 그런데 본청약 시행 시기가 지연되거나 사전청약 사업이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주택 매수 대기자들의 불안을 가중했다.

사전청약을 받은 뒤 사업을 취소한 단지는 5곳 1739가구, 이 중 사전청약 가구 수는 1510가구다. ▲인천 가정2지구 2블록 우미린(278가구) ▲경기 파주 운정3지구 주상복합용지 3·4블록(804가구) ▲경기 화성동탄2 주상복합용지 C28블록 리젠시빌란트(108가구) 등 수도권 지역에서 취소 물량이 줄줄이 나왔다. 사전청약을 접수한 뒤 아직 본청약을 진행하지 않은 민간 사전청약 단지도 전국 24개, 1만2827가구에 달한다. ▲인천 검단신도시 ▲인천 영종국제도시 ▲경기 평택 고덕국제신도시 ▲오산세교2지구 ▲수원 당수지구 등 수도권 물량도 적지 않다.

사전 청약의 실효성 문제가 불거지자 결국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는 공공 사전청약 신규 시행을 중단키로 했다. 국토부는 “사전청약 도입 초기인 2021년 7월~2022년 7월에 사전청약을 시행한 단지들의 본청약 시기가 본격 도래하고 있지만, 계속 지연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사전청약 당첨자의 대기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깡통 전세, 사기’ 문제로 빌라 등 비아파트에 대한 신뢰가 깨진 것도 부동산 시장에는 악재가 됐다. 올해 상반기(1~6월) 주택 매매 가운데 아파트 비중은 76%를 기록했다.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6년 이후 상반기 기준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상반기 전국 주택 매매는 31만751건, 이 중 아파트 비중은 76.1%(23만6374건)로 집계됐다. 2021년 상반기에는 아파트 거래 비중이 66.7%, 2022년에는 59.3% 수준이었는데, 지난해 74.1%로 반등하더니 올해 더 높아진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획기적으로 서울 신축 아파트 공급 대책에 나오지 않으면 당분간 이런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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