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내일은 '입동'입니다.
이맘때면 논에는 가을걷이가 끝나고 볏짚만 쌓여 있어야 하는데, 아직 추수를 마치지 못한 농가가 많다고 합니다.
올해 유난했던 폭염과 늦더위에 장마처럼 가을비가 계속되는 이상기후 때문입니다.
손은민 기자입니다.
◀기자▶
미곡처리장에 수확한 벼를 팔러 온 농민은 한 둘뿐입니다.
그마저도 겨우 벼 한 포대를 싣고 왔습니다.
2층 높이 저온창고는 텅텅 비었습니다.
원래 이맘때면 창고 가득 3단, 4단으로 수매한 쌀이 쌓여 있어야 합니다.
◀박정호 유천미곡종합처리장 부장▶
"거의 한 2천 톤은 더 들어와야 될 것 같은데 아직까지… 아직 타작을 많이들 안 하셨어요."
들판마다 노랗게 다 익은 벼가 그대로 있습니다.
가을걷이는 10월 말 다 끝나야 하는 데 11월이 넘도록 절반도 수확 못 한 곳투성입니다.
계속된 가을비 탓입니다.
푹푹 꺼지는 질퍽한 논에는 벼를 베는 트랙터와 콤바인이 들어갈 수 없습니다.
◀윤영식 경북 청도군 벼재배 농민▶
"건조해야 되는데 땅이 습기가 많으니까 물이 차고 이러니까 수확을 못 하는 거죠."
지난 9월 말부터 10월 중순 사이 전국 평균 117.6mm의 비가 왔습니다.
평년보다 1.5배 많은 양입니다.
경북만 놓고 봐도 비가 내린 날이 11.1일, 이틀 걸러 하루꼴로 비가 왔습니다.
당장 기온도 크게 떨어질 걸로 예보됐습니다.
농민들은 애가 끓습니다.
맑은 날만 기다리다 서리라도 맞으면 쌀 품질이 떨어져 제값을 못 받습니다.
◀김광염 경북 청도군 벼재배 농민▶
"서리 내리기 전에 우리가 나락을 다 수확해야 되거든. 40년 가까이 농사를… 여기서 나고 지었기 때문에 그런데 이만큼 비가 와서 이렇게 애를 먹인 적은 없었지 싶어요, 없어요."
올여름 역대급 폭염과 늦더위에 벼멸구 피해도 크게 봤습니다.
여기에 장마 같은 가을비가 겹쳐 제때 추수마저 못 하면서 농가들 속이 타들어 가고 있습니다.
농촌진흥청은 올해 벼 수확량과 도정률이 평년보다 많이 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MBC 뉴스 손은민입니다. (영상취재 장우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