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여파로 정국이 혼란한 가운데, 가상자산 과세 유예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정치적 현안들로 토큰증권(ST) 법안과 2단계 입법 등 주요 과제들 논의는 지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토큰증권 사업 참여 기업들과 2단계 입법을 기대했던 업계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국회는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본회의를 열고 내년 시행 예정이던 가상자산 과세를 2년 유예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소득세법 개정안은 가상자산 양도·대여로 기본 공제금액(250만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 투자자에게 20%의 세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윤 대통령 탄핵 이슈로 인한 여야 대립 속에서도 가상자산 과세 유예안은 예상과 달리 무난히 통과됐다.
가장 시급한 현안이던 가상자산 과세 유예 여부가 결정되자 업계의 시선은 다른 가상자산 관련 입법 논의로 쏠렸다. 토큰증권 관련 법안 통과와 가상자산 시장 규율 체계를 담은 2단계 입법이 대표적이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과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11월 토큰증권 제도화를 위해 자본시장법·전자증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야가 합심해 해당 법안을 조속히 통과하겠다고 밝힌 만큼 업계에선 토큰증권 시장이 조만간 열릴 것이란 기대가 나왔다.
그러나 탄핵과 차기 대선 등의 이슈로 가상자산 관련 과제들은 당분간 국회에서 논의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시국이 시국인지라 (가상자산 관련 입법 논의는) 일단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며 “당장 이번 주 열릴 전체회의도 다른 안건을 다룰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무위는 오는 13일 전체회의를 열고 금융당국과 계엄 여파에 따른 자본시장 현안을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적 불안이 자본시장으로 번지자 환율 상승, 증시 하락 등 시급한 현안을 먼저 해결하겠다는 방침이다.
가상자산 업계의 우려는 날로 커지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은 블록체인 기업과 협업해 지난해부터 토큰증권 발행·유통을 위한 인프라를 마련해왔다. 그러나 관련법이 통과되지 않고 시장 자체가 열리지 않으면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달 열린 블록체인 진흥주간에서 NH농협은행은 스마트팜 토큰증권에 투자할 수 있는 체험 부스를 마련한 바 있다. 자체 구축한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3분도 안 돼서 옥수수, 쌀 등 원하는 농작물에 투자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선보였다. 행사장에서 만난 한 업계 관계자는 “토큰증권 플랫폼은 출시만 하면 될 정도로 준비를 마친 상태”라며 “다만 관련 제도화가 이뤄지지 않아 답답한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가상자산 발행·공시 등을 규정하는 2단계 입법 논의 중단에 대한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 7월 시행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불공정거래 규제 등 투자자 보호 조항만을 담고 있어 '반쪽짜리 법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분야의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 가운데, 현 정치 상황으로 인해 논의가 지연될 것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미국이 비트코인을 전략자산으로 활용하려 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가상자산 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다"면서 "한국은 규제 중심적 접근으로 산업 발전이 더딘 상황에서 2단계 법안 논의마저 중단되면 글로벌 트렌드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거래소뿐만 아니라 블록체인 기업들의 동반 성장을 위한 환경 조성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최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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