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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이기심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을 도입하는 방법

2024.07.09. 오전 12:53

한국처럼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많은 나라도 찾기 힘듭니다. 그래서 중대재해처벌법을 도입하는 시도를 해보려 합니다만 산업계에서 반발이 만만치 않습니다.

되는 것을 되게 하고 안 되는 것은 시도하지 말라(레세페르)는 신자유주의 입장에서 보면 중대재해처벌법이 한국 사회에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먼저 중대재해처벌법이 승인되기 위한 사회적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자유주의 입장에서 볼 때 이 사회적 여건이라는 것은 이기심을 통한 자발적인 승인입니다.

이기심 중에도 타인에게 선한 일을 했을 때, 시간이 지나서 결국에는 재귀적으로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경우 혹은 자기의 이익이 되면서 동시에 타인에게 이익이 되는 경우의 이기심을 셀프 인터레스트 (self-interest)라고 합니다. 앞에 'enlightened'를 두고 수식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셀프 인터레스트는 알렉시스 드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 의 책 '미국의 민주주의'에 나오는 개념입니다.

신자유주의 사상을 완성한 로널드 드워킨이 쓴 책 '고슴도치를 위한 정의론'에도 셀프 인터레스트 (self-interest)라는 용어, 개념이 나옵니다. 드워킨은 디그니티 (dignity, 인간의 존엄성)을 최상위에 두고 그 하위에 셀프 인터레스트 (self-interest)와 오센티시티 (authenticity, 진정성)를 대등하게 둡니다.

이러한 재귀성(再歸性)과 무관하게 에고센트릭한, 단순한 사적 이기심을 프라이빗 인터레스트 (private interest)라고 합니다. 프라이빗 인터레스트(private interest)는 타인에게 해를 끼칠 수도 있습니다. 토마스 홉스가 '리바이어던'에서 언급했던 이기심은 재귀적 이기심이 아니라 단순한 사적 이기심입니다.

▼ 셀프 인터레스트에 대한 더 자세한 설명은 필자의 칼럼 '김밥 가져가지 말아주세요'를 읽어주십시오

영국에서 호주로 노예를 배에 실어 보낼 때 선장이 사회, 타인에 해악을 끼치며 노예가 죽건 말건 혹은 죽기를 바라면서 의약품을 빼돌리며 노예를 호송하는 경우 그 선장은 사적 이기심, 즉 프라이빗 인터레스트 ( private interest)를 추구한 것입니다.

이러한 부조리를 개선하기 위해 노예선이 호주로 출발할 때 태운 노예의 숫자가 아니라 호주에 도착할 때 살아남은 노예의 숫자로 보수를 책정했을 때 선장이 노예의 건강을 세심하게 돌보며 노예를 호송하는 경우 그 선장은 재귀적 이기심, 즉 셀프 인터레스트 (self-interest)를 추구한 것입니다.

자유주의 윤리에서 로널드 드워킨은 인간의 존엄성을 최상위의 가치로 놓고 있지만 필자는 실천적인 윤리 측면에 한해서 셀프 인터레스트 (self-interest)를 최상위의 가치로 놓고 있습니다. 인간의존엄성, 디그니티(dignity)는 셀프 인터레스트 (self-interest)를 추구할 때 저절로 따라오는 가치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필자의 이러한 주장은 인간의 존엄성이 가치가 없다는 뜻으로 하는 말은 아닙니다. 농부들이 이른 봄 차가운 아침에 일어나 작물을 심고 뜨거운 여름 날 땀을 흘리며 작물을 기르는 행동이 만인을 이롭게 하고 존엄할 수 있도록 하지만 그 농부의 행동은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가치를 생각하면서 나온 행동이라기보다는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 나온 행동이라는 뜻입니다.

허구한 날 예측이 틀리는 진보좌파 경제학자들은 타인에게 이익이 되고 자신에게도 이익이 되는 재귀적 이기심 셀프 인터레스트(self interest)를 알지 못합니다. 한겨레에 자주 칼럼을 기고하는 이강국 교수는 셀프 인터레스트를 단순한 이기심, 프라이빗 인터레스트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이들 진보좌파 사상가들은 이기심이라면 부정적인 의미의 사적 이기심 밖에는 알지 못합니다. 그들은 가난한 사람들을 돕고자 하는 깊은 열망과 정부만이 그러한 도움을 제공할 수 있고 사회를 개선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진보좌파 사상가들이 민간과 이기심을 부정적으로 보고 공공을 최우선으로 두고 공공에서 사회 문제의 해법을 찾게 되는 배경에는 이러한 이기심에 대한 개념 이해의 차이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진보좌파들의 모순은 공공을 움직이는 주체도 역시 사람이고 사람의 집단이라는 점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당위와 현실은 구별해야 합니다. 공무원들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전념한다는 당위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이들도 사람이며 이기심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만 합니다.

진보좌파들은 상대에게도 이익이 되는 이타적인 재귀적 이기심 셀프 인터레스트(self interest)를 모르고 타인에게 해로운 토마스 홉스 리바이어던의 이기심이 전부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럼 self interest는 모르고 이기심이라면 private interest가 전부인 그 공무원들이 반드시 공익을 위해 행동한다고 어떻게 보장할까요?

신자유주의자들은 시장 경제의 장점이 사람들이 공익을 위해 사적 이익을 희생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공익을 가장 잘 촉진하는 방식으로 사적 이익을 추구하도록 동기를 부여한다는 것을 압니다. 신자유주의자들은 셀프 인터레스트(self interest)와 프라이빗 인터레스트 (private interest) 의 차이를 알고 셀프 인터레스트 (self interest)가 주된 동기가 되도록 사회를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갑니다.

The one thing (Gary Keller, Jay Papasan 공저, 2013)이라는 책은 알코아社의 CEO 폴 오닐이 산업안전과 인간성존엄을 회사의 최고 목적으로 삼고 경영한 사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폴 오닐이 알코아사의 신임 CEO에 선임되면서 산업안전을 최고의 목표로 삼고 인간성존엄을 최고의 가치로 추구한다고 발표했을 때, 주주들은 "완전히 또라이 히피가 알코아의 최고경영자가 되었어...이 회사는 이제 희망이 완전히 없는 듯 해...."라면서 주식을 팔아치웠습니다.

그러나 알코아사는 폴 오닐 CEO 재임 15년간 사고율이 수십 분의 일로 줄어들었으며 순이익은 5배로 증가해 '위대한' 회사로 성장했습니다.

▼ 산업안전을 최고의 경영 원칙으로 삼으면서 5배로 성장한 알코어를 소개하는 《비즈니스 인사이더》기사 How Changing One Habit Helped Quintuple Alcoa's Income

▼ 안전이 최고의 가치라고 강조하는 알코어의 CEO 폴 오닐 Paul O'Neill CEO of Alcoa - It's all about saf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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