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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ADHD, 주변에 알려도 될까?

2024.07.12. 오전 10:30

ADHD 진단을 받은 후, 많은 사람들이 이를 주변에 알려야 할지 고민합니다. '솔직해야 하지 않을까?', '이해받고 싶어'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이는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우리 모두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받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 경험과 관찰을 토대로, 그건 좋은 생각이 아닙니다. 적어도 사회적 관계에서는 ADHD를 알리지 않는 것이 더 현명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이 필요한 순간.....

이런 분들께 권해드립니다.

● 성인 ADHD 진단을 받은 분

● 성인 ADHD 진단을 받고 주변 사람들에게 말해도 될지 고민하는 분

● ADHD를 주변에 공개하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 알고 싶은 분

● 나의 ADHD를 언제/어떻게 알려야 할지 고민하는 분

오늘의 글은 약간 매운맛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당신이 ADHD라는 것은 주변에 알리지 않는 것이 현명합니다.

적어도 ‘충분히 준비가 되기 전까지’는 말이죠.

저는 왜 ADHD에 대한 글을 쓰고 있을까요?

저는 저와 같은 성인 ADHD인 분들에게는 공감과 용기를 드리고 싶고, 성인 ADHD 인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ADHD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그런데 또 하나의 커다란 동기는 ADHD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 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저는 성인 ADHD 진단을 받은 후 그야말로 미친 듯이 정보를 찾아봤고, 새롭게 알게 된 것을 이야기하고 싶어서 참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주변에 ADHD에 대해 말하고 싶은 여러분의 욕구를 너무나 이해합니다. 그런데 제가 이 네이버라는 공간을 이용하는 이유는 뭘까요?

아이러니하지만 "주변의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말을 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는 자신의 ADHD를 공개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보고 용기를 얻습니다. 유명인들의 ADHD 이야기가 들리면 왠지 모를 자신감을 얻기도 하죠. 아동의 10%, 성인의 3-5% 가 ADHD인 이 시대에는 분명 ADHD에 대한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고, 그를 위해서는 자신의 경험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우리 사회는 아직 ADHD에 대한 이해가 부족합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ADHD를 단순한 주의력 부족이나 게으름으로 오해하곤 합니다. 누구나 "조금만 노력하면 되잖아?", "의지가 부족한 거 아니야?"와 같은 말을 들어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심지어 우리는 자기 자신에게도 늘 이런 핀잔을 주며 살았습니다. 이런 편견 때문에, 현실에서는 ADHD를 알리면 오히려 불필요한 오해와 차별을 받을 수 있습니다.

ADHD인 아이들의 경우에도 ADHD를 교사에게 알리는 것의 결과는 복불복입니다. 경험이 풍부하고 열린 사고의 선생님이라면 아이를 도와주시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오히려 불필요한 낙인이 찍힐 수도 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ADHD 아동의 부모에게 ‘학교에 알려야 할까?’는 매년 맞닥뜨리는 어려운 고민입니다.

그런데 성인은 주변에 알린다고 해서 애초에 도와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자신의 ADHD를 알리면 배려와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미 자기 앞가림은 스스로 해야 할 나이가 되었으니까요. 그래서 ADHD에 대한 담론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되, 개인적인 관계에서는 조심하라는 모순적인 조언을 드리게 되는 겁니다.

직장에서는 특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냉정히 말씀드리자면 ADHD를 알리면 자신의 능력을 의심받거나, 중요한 업무에서 배제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 리더 선정 시 ADHD가 있다는 이유로 고려 대상에서 제외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동료들과의 관계에서도 불필요한 거리감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일부 동료들은 여러분이 업무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여 협업을 꺼릴 수도 있습니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편견을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거든요.

친구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ADHD를 모르는 사람들은 여러분의 행동을 오해할 수 있고, 이는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약속을 자주 잊거나 대화 중 주제를 자주 바꾸는 등의 행동이 ADHD 때문이라고 설명해도, 이해받지 못하고 오히려 이상하게 여겨질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상대가 하는 행동의 원인에 크게 관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건 그 행동이 나에게 불편한가 아닌가 입니다. 아주 특별한 관계 (예를 들면 배우자 같은)가 아니라면 행동의 원인을 안다고 해서 당신을 보는 시각이 크게 달라지는 일은 없습니다.

물론 ADHD를 알림으로써 적절한 배려와 도움을 받고 좋은 친구를 사귀게 될 수도 있습니다만, 반대로 동료들의 안줏거리가 되거나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 또한 절반입니다. 적어도 사회적인 관계에서는 그 가능성은 확실히 절반 이상입니다.

도박이나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ADHD를 공개하지 않으면서도 일상생활에서 마주치는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방법을 추천드립니다.

첫째, 사람들의 공감과 이해를 바라는 마음은 고이 접고, 자기 관리에 집중하세요.

ADHD 증상을 스스로 관리하는 방법을 익히고 실천하세요.

예를 들어, 일정 관리 앱을 사용하거나, 중요한 작업 시 방해 요소를 제거하는 등의 전략을 활용하세요. 만약 해도 잘 안된다면 어떻게든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세요. 저도 정말 안될 줄 알았는데, 약물 치료와 병행하니까 천천히 변합니다. 여러분도 됩니다.

둘째, 필요한 경우, 구체적인 행동에 대해서만 설명하세요.

ADHD를 언급하지 않고도 자신의 필요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몇 가지 예시를 들어드리겠습니다.

▶ 직장에서: 회의 중 집중력 저하로 인해 메모를 놓치는 경우, "회의 내용을 더 정확히 기억하기 위해 녹음해도 될까요?"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이는 ADHD를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 학업 환경에서: 시험 중 시간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시간 관리 능력 향상을 위해 개인적으로 타이머를 사용해도 될까요?"라고 교수님께 문의해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자신의 학습 방식을 개선하려는 노력으로 보일 것입니다.

▶ 개인 프로젝트: 장기 프로젝트 수행 시 진행 상황을 공유해야 할 때, "프로젝트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주간 진행 상황 보고를 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하면 목표를 더 잘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제안할 수 있습니다. 이는 책임감 있는 태도로 보일 것입니다.

▶ 사회적 관계: 약속 시간을 자주 놓치는 경우, "저는 시간 관리에 어려움이 있어요. 약속 30분 전에 리마인드 메시지를 보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라고 부탁할 수 있습니다. 이는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면서도 해결책을 제시하는 성숙한 태도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셋째,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세요.

치료사나 코치와 상담하며 ADHD 관리 방법을 배우세요. 이는 약물 치료, 인지행동치료, 또는 일상생활 관리 기술 향상 등을 포함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가장 먼저 실행되어야 하는 노력입니다.

중요한 것은 남들에게 나를 이해시키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삶이 실제로 향상되고 나아지고, 그 결과 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임을 잊지 마세요.

넷째, 온라인 커뮤니티를 활용하세요

익명으로 ADHD에 대한 경험을 나누고 조언을 구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정서적 지지를 받고 유용한 대처 전략을 배울 수 있습니다. 자조모임은 ADHD 인에게 많은 도움이 됩니다. 일상을 나누며 공감과 위로를 얻거나, 성장을 위한 동력을 얻는 등, 커뮤니티 성격에 따라 다양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섯째, ADHD를 알려야 할 사람은 따로 있습니다

가족이나 아주 가까운 친구 등 신뢰할 수 있는 소수에게는 ADHD에 대해 알릴 수 있고 알리는 것이 좋습니다. 이들의 이해와 지지는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단 가족이라도 이해와 지지가 아니라 비난과 공격을 하는 관계라면 알리지 않는 게 낫습니다.)

하지만 넓은 사회적 관계에서는 신중해야 합니다. 꼭 사람들에게 여러분의 ADHD에 대해 알리고 싶다면 적어도 약물 치료나 행동 치료를 통해 자신의 ADHD를 최대한 이해하고 조절할 수 있을 때 오픈하는 것이 좋습니다.

나 자신도 혼란스럽고 어려운 경험을 타인과 함께 나누고 싶은 것은 욕심입니다

세상에는 타인의 문제를 오롯이 나눌 수 여유를 가진 사람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또한 ADHD가 아닌 사람은 결코 ADHD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의 일시적인 호기심과 동정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ADHD는 여러분의 일부이지만, 그것이 여러분의 전부는 아닙니다. 자신의 장점을 발견하고 키워나가는 데 집중하세요.

ADHD가 있는 사람들은 종종 창의적이고, 열정적이며, 문제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이러한 강점을 활용하는 방법을 익힌다면, 여러분의 고유한 재능과 능력으로 충분히 사회에서 잘 살아갈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ADHD를 공개적으로 알리는 것보다는 조용히 자기 관리와 개인적 성장에 집중하는 것이 더 현명합니다. 많은 책과 영상, 그리고 지금 보시는 이런 글을 통해 자신의 ADHD에 대해 정의를 내리고 그것을 삶 속에서 다스리는 방법을 찾아내세요.

여러분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면서도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ADHD는 여러분을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여러분이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의 일부일 뿐입니다.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효과적인 대처 전략을 개발할 때, 우리는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잊지 마세요.

ADHD 진단을 계기로 이전보다 나은 삶을 구축하고 성장하는 것에만 집중하세요.

그게 먼저입니다.

주변에 알리는 것은,

그다음에 하는 겁니다.

※ 이상은 저의 주관적인 견해임을 알려드립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정답은 없어요.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저와 소통을 원하시는 분은 댓글을 남겨주세요.

오픈 채팅방과 네이버 카페를 개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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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팅방에 계신 분들께 할인 쿠폰 이벤트도 진행하고 Q&A도 만들어갈 예정입니다.

그럼, 오늘도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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