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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별 독서법 - 작가의 페르소나, 괴테와 베르테르

2024.07.04. 오후 1:03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초판(1774)

문학 장르의 특성상 작가는 작중 인물의 입을 빌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독자에게 우회적으로 전한다. 그 과정에서 작가는 자기 삶의 경험을 대변하는 페르소나를 작중 인물로 등장시키는 경우가 많다. 작품 속에서 작가의 페르소나를 찾아내어 작가의 실제 삶과 연계해 비교 분석하는 작업은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진짜 메시지를 파악하는 데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한다. 특히 주요 인물이 어떠한 좌절과 시련을 겪는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극복하는지에 주목하면 인생의 진리와 진실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작가가 자신의 실제 경험을 토대로 집필한 대표적인 작품으로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 1749~1832)의 『젊은 베르테르 의 슬픔(Die Leiden des jungen Werthers)』(1774)을 들 수 있다. 괴테는 스물네 살 무렵 겪은 실연의 기억을 바탕으로 자신의 페르소나인 베르테르라는 캐릭터를 창조했다. 베르테르는 정혼자가 있는 여인 샤를로테 부프(Charlotte Buff)를 연모하지만 이루어질 수 없음을 깨닫고 괴로워하다 끝내 권총으로 생을 마감하는 인물이다. 행간에 흘러넘치는 그의 절절한 사랑과 비통한 심경은 실제 경험하지 않고서는 상상할 수 없었을 법한 무게감을 띤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베르테르는 자살했지만 괴테는 자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대 수많은 젊은이들이 괴테의 책을 읽고 모방 자살을 시도 해 ‘베르테르 효과(Werther effect)’라는 용어까지 생겨났지만 정작 괴테는 현생에서 잘 먹고 잘 살다가 늙어 죽었다는 것이 아이러니한 점이다. 심지어 그는 샤를로테를 못 잊기는커녕 다른 여인과 결혼도 하고 노년기에도 연애를 즐겼다. 실제로 괴테에게 샤를로테와의 만남과 이별은 자신의 인생을 뒤흔들어 놓은 중대한 사건이었지만 죽을 정도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는 대신 자신의 분신인 베르테르를 요절시킴으로써 고통을 극복하고 새출발했다. 현실의 괴로움을 예술로 승화시킨 결과물이 바로 그를 세계적 대문호의 반열에 올린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