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규취득만 안돼”…고령 택시운전자 연령제한 ‘반쪽’정책 논란

2024.08.13. 오후 2:24

평균나이 64세 택시 업계 고령화 심각…노인 운전자 교통사고 증가 추세

[사진=뉴시스]

고령 운전자 사고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커지자 서울시가 고령자의 ‘택시 면허 취득’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기존 고령 택시 기사에 대한 해결책은 없어 자칫 고령화를 부추길 수 있단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 ‘택시 운송 사업 발전 계획안’을 이달 중 국토교통부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2일 밝혔다. 해당 계획안에는 △75세 이상 고령자의 ‘택시 면허 취득’을 제한 △기존 75세 이상 택시 기사가 면허 반납 시 나오는 감차 지원금 증액 △면허 자격 검사 강화 등의 방안이 담겼다. 고령자들의 택시업계 진입을 막고 지원금을 늘려 기존 업자들도 줄이겠다는 목적이다.

서울시는 “국토부가 택시발전법 등의 시행령을 개정해야 시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번 계획안을 통해 국토부에 건의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전국 70세 이상 개인택시 기사는 3만7000여명으로 지난 2019년 2만5906명에서 4년 새 46.2% 늘어났다. 서울의 경우 택시 기사 6만8989명 중 75세 이상은 5263명으로 약 7.6%다. 서울시 개인택시 기사의 평균 연령은 64.6세로 65세 이상 택시 기사의 비중은 전체의 50.3%에 달할 정도로 개인택시업계는 고령화돼 있다.

현재 개인택시 기사가 되려면, 다른 개인택시 기사의 영업 면허를 구매해야 한다. 서울시는 계획안을 통해 75세 이상 운전자가 앞으로 번호판을 살 수 없게 하자고 제안할 예정이다. 이미 75세를 넘긴 개인택시 기사와 법인 기사에 대한 제한은 따로 없다.

75세 이상 택시 기사가 면허를 시에 반납할 경우 지급하는 ‘감차 지원금’을 대폭 올려 기존 고령 택시 운전자 수를 줄이겠단 방침이다. 감차 지원금은 일종의 ‘보상금’ 제도다. 지원금 총액은 법인 2300만원, 개인 2800만원 수준이다.

문제는 서울 개인택시 면허는 8500만~1억2000만원, 법인은 3000만~4000만원에 거래돼 사실상 반납하는 경우가 없다. 그래서 서울시는 지원금을 총 4000만원 수준으로 인상해 법인 고령 택시 기자 수를 줄여나갈 계획이다. 개인택시의 경우 거래가가 더 높아 효과를 기대하긴 힘들다.

▲ 고령자 교통사고 수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사진은 지난달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택시 사고 현장으로 운전자는 70대로 확인됐다. [사진=뉴시스]

서울시는 ‘면허 자격 유지 검사’도 강화할 방침이다. 현행 도로 찾기, 표지판 인식 등 검사에 ‘야간 시력 검사’ ‘브레이크 압력 검사’ 등 세부 항목을 추가해 문턱을 높이겠단 것이다. 고령 택시 기사의 연도별 자격유지검사 합격률은 2020년 96.28%, 2021년 97.29%, 2022년 98.22%, 지난해 98.6%로 사실상 대다수가 합격해 실효성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고령자 진입을 막으면 오히려 택시 기사 고령화가 심해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75세 진입 제한이 생기면 직전 나이인 60대 개인택시 면허 구매자가 늘어날 것이고 이들은 비싼 값을 주고 구매한 면허 본전을 찾기 위해 더 기존 고령화 기사들보다도 오랫동안 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수요가 몰리면서 안 그래도 비싼 개인택시 면허 가격이 올라가 젊은 기사들의 개인택시 진입이 힘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존 75세 이상 기사들 또한 나이 제한이 걸린 만큼 가진 면허를 포기하지 않고 더 오래 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기존 고령 택시 기사들에 대한 해결책이 없다면 시민들의 불안감을 해소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한 누리꾼은 “나이 제한을 걸어도 결국 기존 고령 기사들이 많고 제한으로 시장을 독점하면 고령자에서 초고령자 기사들이 나올 수 있다”며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택시업종에 나이 제한을 두고 해당 나이가 넘어가면 운전을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들의 고령 택시기사에 대한 불안감은 최근 시청역 사고 이후 크게 증폭된 상태다. 지난달 시청역 역주행 참사를 낸 운전자도 68세로, 사고 원인은 ‘운전 미숙’으로 조사됐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작년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총 3만9614건이다. 2005년 통계를 집계한 이후 최대치다. 고령 운전자 사고는 2020년 3만1072건, 2021년 3만1841건, 2022년 3만4652건 등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버스나 택시 등 고령 운수업 종사자들에 대한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불합격자와 반납자에 대한 내근직이나 사무직으로 업종 연계하는 등 실효성과 안전성을 모두 잡을 수 있는 모델을 설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콘텐츠는 프리미엄 구독자 공개(유료) 콘텐츠로 무단 캡쳐 및 불법 공유시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본 콘텐츠는 무료로 제공중입니다.
콘텐츠가 마음에 드셨나요?

르데스크 구독으로 더 많은 콘텐츠를 만나보세요!

많이 본 콘텐츠

전주 월요일 00시부터 일요일 24시까지 집계한 결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