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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부모가 지옥의 메두사일 수 있음

2024.07.05. 오전 11:47

지옥의 메두사라는 제목에 마음이 불편한 부모들이 꽤 많은 듯하다. '내가 얼마나 자녀를 사랑하고 헌신하는데, 나에게 지옥의 메두사라니 가당키나 한 소리인가' 하면서 말이다. 이런 가당치도 않은 이야기를 시작으로 우리의 잃어버린 지혜를 찾아가 보도록 한다.

사춘기의 자녀를 바라보는 부모의 시선은 참으로 복잡하다. 지금까지는 부모 말 잘 듣고 공부 잘하는 모범생 자녀였는데, 요즘 들어 매사 짜증이 늘었고 자기 마음대로 하려는 성향이 강해졌다. 조언이나 올바른 길을 안내하려면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게요" 하면서 짜증부터 낸다. 방에서 무엇을 하는지 나오지도 않고, 부모가 방에 들어오는 것도 싫어한다.

사춘기 자녀와의 갈등은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지만, 부모 입장에서 가장 힘든 것은 부모를 부정하는 듯한 자녀의 태도와 눈빛이다. 부모 말 잘 듣던 자녀가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면서 부모의 뜻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로 일관하다 보니 부모-자녀 관계는 살얼음 판이다. "내가 얼마나 너를 아끼고 사랑했는데, 네가 나에게 이럴 수 있지?" 하는 서운한 감정이 앞선다.

어릴 때 부모를 신처럼 생각하던 자녀는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자신만의 길을 가고자 한다. 자신 삶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자녀는 부모가 만든 기존 질서를 무너트리고 자신만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 싶어 한다. 사춘기는 자신만의 질서를 만들고자 하는 '창조적 파괴 과정'이다. 그리스 신화의 페르세우스처럼 자녀들도 자신만의 영웅신화를 쓰고 싶은 것이다. 이런 자녀의 '창조적 파괴 과정'을 부모가 강하게 억압하면 자녀는 자신만의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데 실패하게 된다.

페르세우스는 자신만의 세상 탐험에 앞서 지하세계의 메두사와 마주한다. 만약, 페르세우스가 메두사에 의해 지하세계에 갇히게 되었다면, 페르세우스의 세상 모험도 영웅 등극도 없었을 것이다. 그리스 신화의 페르세우스나 메두사는 하나의 상징이다. 페르세우스는 창조적 파괴를 통해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자 하는 자녀의 상징하고, 메두사는 기존의 질서를 유지하고자 하는 부모를 상징한다.

자녀의 세계와 부모의 세계가 충돌할 때, 경험 많은 부모는 자녀 세계의 허점과 부족한 점이 보인다. 자녀를 사랑하는 부모는 자녀의 앞길에 있는 장애물을 제거하거나 장애물이 없는 지름길로 안내하고자 한다. 하지만, 이런 행위는 자녀가 자신만의 인생 모험을 시작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생 모험이라는 것이 위험이 가득 도사리고 있는 전장과 유사하다. 우리의 사랑하는 자녀들은 이런 인생의 모험과 전투를 통해 자신의 삶의 영웅으로 등극해가는 과정이다.

우리의 일상 삶에서 마주하는 페르세우스와 메두사 사례를 생각해 보자. 부모와 자녀의 세계관이 충돌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부모가 자녀의 세계관을 논리나 경험으로 누르려고 하지 말고 가볍게 지지해 주자. 자녀의 생각이 무엇이 문제라고 훈수를 두고 싶은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아빠도 미처 생각 못 해 봤는데,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 그런 생각을 좀 더 발전시켜 보고 다음에 또 이야기해 보자꾸나. 아빠도 그 부분은 좀 더 생각해 볼게' 정도로 자녀의 세계관을 지지해 주자. 이런 작은 지지가 모여서 자녀는 메두사의 강력한 힘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

또한, 경험 많고 유능한 부모는 은연중에 조언자가 아닌 결정자가 되려고 한다. 자녀가 어떤 문제나 상황에 마주했을 때, 부모가 매사 결정을 내려주면 자녀는 부모에게 무의식적으로 의존하게 된다. 부모는 결정자가 아닌 조언자로 남아있어야 한다. 조언은 현실적으로 해 주되, 매 순간의 결정은 자녀가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자. 말이 안 되는 결정을 내려도 존중해 주고 대신 책임도 같이 져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자.

부모들은 이 지점에서 자주 무너진다. 부모의 인생 경험상 자녀가 문제의 늪에 빠질 것이 안 봐도 비디오인 상황에서 자녀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게 정말 쉽지 않다. 하지만, 멀리 보고 자녀의 결정을 존중해 주자. 부모가 언제까지 자녀의 장애물을 치워줄 수 없다. 스스로 결정하고, 잘못된 결정에서 교훈을 얻어서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페르세우스의 인생 모험이고 영웅 등극 과정인 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면, 인류에 업적을 남긴 위대한 인물의 첫째 아들들이 사람 구실도 제대로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시쳇말로 금수저 다이아몬드 수저를 물고 태어났는데 사람 구실도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싶지만 역사적 사실이다. 위대한 부모를 둔 자녀들은 강력한 메두사와 평생을 함께해야 하는 불운을 안고 태어난 것이다. 매번 메뉴사와의 전투에서 패배하고, 평생을 메두사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메두사의 아바타로 불행하게 살아간다.

부모라는 강력한 메두사를 극복해야만 자녀는 페르세우스의 세상 탐험을 시작해 볼 수 있다. 자녀를 세상 탐험도 못하게 지하세계에 묶어 놓고 싶은 부모는 없겠지만, 일상에서 부모의 기대와 행동들이 지옥의 메두사처럼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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