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옷 대신 ‘어울린다'는 감각을 판매한다, 패션계 개인화 전략의 끝판왕 - 조조타운

2024.10.17. 오전 11:02

✅ 시티호퍼스 카톡채널 추가하기(클릭)

오늘 골라 입은 옷, 스스로에게 잘 어울린다고 얼마나 확신하세요? 자신의 취향을 명확히 알아서 그에 맞는 패션 아이템을 착용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을 거예요. 자신의 추구미를 명확하게 정의하기 어려워서 평소 입던 스타일만 계속 고집하는 분들처럼요.

일본 최대 규모의 온라인 패션 플랫폼 ‘조조타운(ZOZOTOWN)’에서는 이와 관련해 한 가지 질문을 던졌어요. 옷을 구입할 때 고민이 있냐고 물었더니 80%가 넘는 소비자가 그렇다고 답했는데, 주된 고민은 주로 ‘어떤 스타일이 나에게 어울리는지 모르겠다’는 것이었죠. 이렇게 답한 소비자 중에는 Z세대가 유독 많았고요.

조조타운의 새로운 사업은 바로 이 질문에서 시작됐어요. 소비자에게 어울리는 스타일과 제품을 찾아주기로 한 거죠. 그 후 2022년 12월, 도쿄 오모테산도에 최초의 오프라인 매장 ‘니아우랩 바이 조조(niaulab by ZOZO)’를 열게 돼요. 그런데 이 매장, 제품을 판매하지 않았어요. 어떻게 된 사연일까요?

조조타운 미리보기

• #1. 제품을 팔지 않는 매장이 매출을 2배로 올리는 법

• #2. 메이크업, 바르는 대신 AR로 ‘피팅’하세요

• #3. 안경과 스마트폰으로 찾는 인생 파운데이션

• 실패 속에서 찾은 새로운 비즈니스의 씨앗

온라인으로 신발을 구매했다가 사이즈가 맞지 않아 실패해 본 경험,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거예요. 분명 좋아하는 브랜드에서 맘에 드는 디자인을 고른 다음, 평소 알던 발 사이즈로 주문했는데 말이죠. 주된 이유는 제조사나 브랜드에 따라 신발 사이즈나 착용감이 미세하게 다르다는 것이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은 따로 있어요. 신발 사이즈를 고르는 기준이 ‘발 길이’ 하나뿐이라는 거예요.

그렇다 보니 온라인에서 신발을 살 때는 누구나 사이즈가 맞을지 불안할 수밖에 없는데요. 2020년 2월에 일본에서 이런 걱정을 해소해주는 제품이 출시됐어요. ‘조조매트(ZOZOMAT)’라는 이름의 얇은 매트죠. 조조매트는 스마트폰을 사용해서 발을 3D로 측정할 수 있는 매트예요. 사람의 발 사이즈만이 아니라 ‘형상’까지 측정하죠. 어떻게 가능한 일일까요?

©ZOZO

준비물은 조조매트와 스마트폰만 있으면 돼요. 매트 위에 발 한쪽을 올린 다음 스마트폰을 들고 7개 각도에서 사진을 찍으면 측정 결과가 나오죠. 발 길이는 물론이고 발 둘레, 발 너비, 발등 높이, 발뒤꿈치 폭까지 밀리미터 단위로 표시돼요. 이 결과를 바탕으로 발과 가장 궁합이 좋은 신발을 제안하는 것까지가 조조매트의 역할이에요.

조조매트를 출시한 건 일본 최대 규모의 온라인 패션 플랫폼 ‘조조타운(ZOZOTOWN)’을 운영하는 ‘조조’예요. 조조타운 내에 신발 전문 몰인 ‘조조슈즈(ZOZOSHOES)’를 오픈하면서 발 모양을 측정해 주는 조조매트를 무료로 배포하기 시작했죠. 출시 이후 4개월간 고객의 신청을 받아 배포한 조조매트는 약 130만 매예요. 4개월간 113만 명이 조조매트로 자신의 발 모양을 측정했죠.

조조매트의 가장 큰 장점은 측정 데이터를 바탕으로 조조슈즈에서 판매하는 신발 중 가장 잘 맞는 모델을 제안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조조매트의 배포 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조조슈즈의 매출이 올라갈 수밖에 없죠. 이 제안을 토대로 신발을 구입한 고객들은 자신의 발과 딱 맞는 신발에 놀라곤 해요. 평소에 알고 있던 발 사이즈와 다른 사이즈의 신발을 추천 받아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던 사람도, 직접 신어보면 편안한 착용감에 감탄하죠.

그 결과, 조조매트를 사용한 뒤 신발을 구입한 고객의 반품률은 비이용자에 비해 36.9%나 낮아졌어요. 더불어 조조슈즈에서는 딱 맞는 신발을 안심하고 받아볼 수 있다는 이미지도 각인됐죠. 조조는 조조매트를 통해 수집한 빅데이터를 AI로 꾸준히 학습 중이라, 제안의 정확도는 나날이 향상 중이에요.

최근 조조는 조조매트의 새로운 버전도 발표했어요. 기존 매트는 16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4세 이상의 아이도 사용할 수 있는 전용 매트 ‘아이 전용 조조매트(ZOZOMAT for Kids)’를 개발한 거죠. 이 매트는 어린이의 발 모양을 측정할 뿐 아니라, 발 크기의 성장을 예측해 신발을 신을 수 있는 기간까지 알려줘요.

이처럼 조조는 고객에게 딱 맞는 제품을 찾아주기 위해 ‘개인화’에 초점을 맞추고 패션 테크를 적극 활용해 왔는데요. 최근에도 취향을 수치화하거나, 퍼스널 스타일링 매장을 열면서 비즈니스를 키워나가고 있어요. 조조타운의 개인화 전략은 어떤 모습으로 진화 중일까요?

©ZOZO

©ZOZO

#1. 제품을 팔지 않는 매장이 매출을 2배로 올리는 법

2022년 12월, 조조가 도쿄 오모테산도에 오프라인 매장 ‘니아우랩 바이 조조(niaulab by ZOZO, 이하 니아우랩)’를 오픈했어요. 온라인 패션 플랫폼을 운영하는 조조에서 최초로 연 상설 매장이니만큼 더욱 화제가 됐죠. 그런데 조조는 이곳에서 제품을 ‘판매’할 생각이 없었어요. 제품을 판매하지 않는 매장이라니, 조조는 이곳에서 뭘 하려고 한 걸까요?

많이 본 콘텐츠

전주 월요일 00시부터 일요일 24시까지 집계한 결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