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한강을 산책하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을 마주하게 된다. 블루투스 이어폰을 끼고 한강변을 달리는 사람들, 자전거를 타면서 운동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라면이며 치킨을 사와 식도락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캠핑 의자와 랜턴을 가지고 와 아늑한 캠핑 분위기를 낸다. 여럿이 모여앉아 한 명씩 무서운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도 있으며, 낚싯대를 던져놓고 우두커니 앉아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물고기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다. 거기에다 주말이 되면 스킨십을 하는 커플부터 춤추는 젊은이들까지 그야말로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한강변으로 모여든다. 이렇게 다양한 모습으로 각자의 활동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어느 날은 한 커플을 보았다. 커플은 음악을 트는 문제를 가지고 의견을 조율하는 중이었다. “에어팟으로 듣
전설의 시리즈 <스타워즈>도 많은 회사로부터 거절당한 적이 있다는 것을 아는가? 영화 캐릭터들과 우주선들을 장난감으로 만들어줄 회사를 찾을 때의 이야기다. 1976년 스타워즈의 전 제작사 루카프 필름은 첫 스타워즈 영화가 개봉하기 전 스타트랙 시리즈의 장난감을 만들었던 메고(Mego)에게 스타워즈 장난감 제작 계약을 제안했다가 거절당한다. 그렇게 1순위였던 회사에 거절당하고, 바비인형으로 유명한 마텔 사를 포함, 다른 장난감 회사들과도 컨택하지만 모조리 거절당한다. 거절당한 이유는 분명했다. 장난감 회사들이 영화의 폭발적인 흥행을 예상 못해서도 있지만, 일정이 너무 급박했기 때문이었다. 보통 그 시절, 영화를 바탕으로 한 장난감은 1,2년 전부터 개발에 착수했다. 그런데 스타워즈의 경우 감독이 아이디어 유출을 두려워한 바람
텔레비전이 바보상자라는 둥의 말들에는 연연하지 않았음에도, 나는 예전부터 영상매체를 즐겨 보는 사람이 아니었다. 내가 어린 시절에는 접할 수 있는 동영상 콘텐츠가 정형화된 TV프로그램들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영상 하나를 만드는 데도 많은 돈과 시간, 여러 사람의 동의가 필요했던 시절이라, 기성세대와 기득권의 가치관과 취향에서 벗어난 새로운 발상이나 이미지를 보여주는 영상들도 거의 없었다. 최소한 내가 접할 수 있는 한계에서는 그랬던 것 같다. 그와 달리 책은 상상도 못한 넓고 다채로운 세계를 보여줬다. 다양한 문화권의 생활상과 그들의 신화에서 뻗어 나온 상상력을 보여주는 동화책들부터가 만화영화들과는 달랐다. 여기에서 만화영화란 방대한 세계관을 담은 명작 애니메이션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과거 티브이에서 내
잘난 사람은 잘난 대로 살고~ 못난 사람은 못난 대로 살고~ 어느 유명한 트로트 곡의 노래 가사 일부다. 잘난 사람은 잘난 대로, 못난 사람은 못난 대로 그럭저럭 만족하며 살 수 있다면 세상이 얼마나 평화로울까? 하지만 인간은, 인간뿐 아니라 모든 동물은 그렇게 되기는 어려운 본능을 가지고 있다. 물건에 우열이 있다면 다음과 같다. 고급 소재의 비싼 물건이 있고, 적당한 가격의 ‘가성비 좋은’ 물건이 있으며, 싸고 필요하기 때문에 사는 저가의 물건들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우열이 있다고 믿으며, 능력치나 외모, 경제 상황에도 우열을 매긴다. 경제상황은 기준에 따라 다르겠지만 가지고 있는 재산과 수입에 따라 인간은 상류층, 중산층, ‘서민’이라 통칭되는 보통의 중간 계층, 빈민층으로 나뉜다. 모두가 각자가 생각하기에 우수한
한 여중생이 무인 점포에서 샌드위치를 계산하던 중 기계가 오작동이 되었다. 스마트폰 간편결제로 결제해서 돈은 분명히 빠져나갔는데 기계에는 결제가 제대로 안 된 것으로 뜬 것이다. 이는 무인 점포의 기계에 종종 일어나는 오작동 중의 하나라고 한다. 여중생은 잠시 고민하다 씨씨티비 카메라를 향해 돈이 빠져나간 내역을 당당하게 보여준 뒤, 가게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얼마 후, 이 여중생은 큰 곤경에 처한다. 그 무인점포에 자신이 핸드폰 화면을 보여주는 장면과 함께 얼굴 정면이 나온 사진이 붙은 것이다. 가게 주인은 사진과 함께 이런 문구를 함께 기제했다. “샌드위치를 구입하고는 결제하는 척하다가 '화면 초기화' 버튼을 누르고 그냥 가져간 여자분!! 잡아보라고 CCTV 화면에 얼굴 정면까지 친절하게 남겨주고 갔나요? 연락주세요.”
하도 인기가 많아, 원작자가 2,000억을 벌고 은퇴했다는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 등장인물 전원이 기모노를 입고 등장하는 일본 느낌이 강한, 나쁘게 말하면 ‘왜색이 짙은’ 작품인데도 소위 ‘오타쿠’ 층 외의 일반 한국 대중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았다. 특히 인기가 많았던 시즌1은 주인공이 혈귀라 불리는 사람 잡아먹는 괴물들에게 가족을 잃고 훈련을 통해 강해지는 성장기를 다뤘다. 그리고 이런 류의 성장 스토리에 없으면 서운한 혹독한 스승 캐릭터, ‘사콘지’가 등장한다.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사콘지는 주인공 탄지로를 인정해주지 않는다. 저러다 죽으면 어떡하나? 걱정이 들 정도로 끊임없이 시험한다. 그리고 매일 주인공에게 함정이 잔뜩 설치된 산을 하산하는 훈련을 시키며 혹독하게 굴린다. 이런 스승의 행동에는 물론 충분히 공
어느 정도 안정적인 커리어를 쌓은 직장인이든 장사나 사업이 안정권에 들어선 자영업자든 예전의 열정을 잃어버리고 ‘성과가 정체되는’ 구간이 있다. 이때 그들은 ‘일상이 고통스럽다’고 느끼게 된다. 일터에 갔다 집에 돌아오면 피곤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항상 죄책감을 갖는다. ‘누구는 일 끝나고 운동도 하고 공부도 한다는데 나는 왜 못할까?’ ‘나는 왜 이렇게 피곤할까? 왜 이렇게 게으를까?’ ‘딱히 실컷 놀지도 못하고, 인생이 힘든데 왜 성과가 더딜까?’ 이런 죄책감 뒤에 자연스럽게 자리하는 것은 ‘변명’이다. ‘의욕이 없는데, 힘이 없는데 어떻게 해.’ 그렇게 쳇바퀴 돌 듯 매일 똑같은 일터에 나가고 에너지가 소진된 채 별 성과 없이 하루를 마감하면서 살다 보면, 하루, 이틀, 한 달, 일 년
‘청주여자교도소 싸움’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우리나라 유일한 여성전용 교도소인 청주여자교도소에 살인을 저지른 이은해, 고유정이 한 방에 수감돼 매일 싸움판이 벌어진다는 소식이었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남자 교도소에 흉악 범죄를 저지른 살인마가 훨씬 더 많을 것이고 수감자 사이의 싸움도 더 난폭할 텐데, 왜 ‘여자 교도소’의 싸움만 화제가 되는 것일까? 아니 애초에, 아내를 살해하거나 여자친구를 살해하는 것은 어지간해선 뉴스거리도 안 되는 세상에 왜 이 두 여성 범죄자만 이렇게까지 유명인사가 된 걸까? 무슨 이야기도 꺼내기 전에 젠더 이슈를 논하며 검열하려드는 독자를 위해 미리 말하지만, 오늘의 주제는 그에 관한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젠더 이슈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졌건, 다른 살인자들보다 이 두 살인자자에
예전에 어떤 작가의 집에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그 분은 서울과는 멀리 떨어져 있는 지방에 큰 땅을 사서 근사한 전원주택을 지어놓고 사셨는데, 집안에서 귀여운 앵무새 마리를 기르고 있었다. 그런데 식사를 하고 밖으로 나가니 고양이 한 마리가 있는 것이 아닌가? 야생 고양이구나. 노란 고등어 무늬의 친근한 외모를 보고 당연히 밖에서 사는 고양이일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조금 후, 그 생각은 달라졌다. 고양이가 너무 친근하게 굴며 몸을 비빈 것이다. 에옹~ 에옹~ 고양이는 애처롭게 울며, 조금만 자리를 벗어나려 들면 다리에 매달리며 놀아달라 졸랐다. 결국 나는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근처에 굴러다니던 나뭇가지로 사냥놀이를 해주었다. 잠시 후, 나는 고양이가 잠시 한 눈을 파는 틈을 타 집안으로 들어왔고, 마침 마주친 작가의 부인에게
우리는 미디어로 매일 다른 나라, 다른 직업, 다른 시대, 심지어 다른 우주까지 접하기 때문에 스스로가 ‘현재 상황과 지역에 고여있다’는 것을 모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수년째 같은 지역에 살고 있지 않은가? 출퇴근 길 매일 같은 교통수단과 같은 길만 오가고 있지 않은가? 늘 같은 식당에서 같은 메뉴를 먹고 있지 않은가? 항상 비슷한 사람들만 만나지 않는가? 매일 비슷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 않은가? 몇 년째 수입이 늘지 않는데도, 같은 업종에 종사하고 있진 않은가? 어지간히 도전적인 사람이 아니고서는 위의 질문들 대부분에 ‘아니오’라고 대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현실에서는 지금 사는 지역, 지금 종사하는 업은 물론이고 별다른 도전이 필요 없는 식사 메뉴 고르기에서 마저 매일 비슷비슷한 ‘안전한’ 선택을
수년 만에 넷플릭스를 다시 깔고 신기한 것을 발견했다. 이전에 넷플릭스를 볼 때보다 ‘넷플릭스 제작’ 다큐멘터리의 숫자가 눈에 띄게 늘어나 있었다. 그중 다수는 실제 범죄 사건을 다루는 범죄 실화 다큐멘터리들이었다. 다큐멘터리들은 다양한 범죄를 소재로 하고 있었는데, 어떤 것은 연쇄살인마 같은 강력 범죄 이야기를 다루었고 어떤 것은 로맨스 스캠 사기꾼 이야기를 다루었다. 하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어지간한 스릴러 영화나 드라마 못지않게 흥미진진하고 자극적인 내용이었다는 점이다. 게다가 그 모든 것이 ‘실화’라는 사실은 콘텐츠를 더욱 생생하게 느껴지도록 만들었다. 대표적으로 몇 가지만 간단히 소개해 본다. <존 게이시 테이프>는 성공적인 사업가이자, 정치활동과 봉사활동으로 주민 사회에 기여하고 있었던 존 게이시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