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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형님, 환생한 호랑이의 두 번째 이야기

2024.07.02. 오전 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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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셔도 늦지 않습니다 ^^

안녕하세요. 오늘 소개해 드릴 이야기는 '호랑이 형님'입니다. 지난번에 잠깐 언급했던 아동문학가 방정환 님의 동화입니다.

저작권이 풀린 이후로 다양한 내용과 결말의 이야기들이 나온 상태입니다. 하지만, 저는 원작을 가지고 가장 원작스럽게 풀되 오늘날 보기 편한 글로 각색을 해봤습니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의 호랑이와 '저승사자에게 잡혀간 호랑이' 그리고 오늘 등장할 호랑이까지 모두 같은 호랑이입니다.

아직 위에 두 이야기 읽기 전이라면, 먼저 읽고 오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과연, 호랑이의 두 번째 생은 어떨지 살펴보겠습니다.


이야기 내용

호랑이 형님

원작 방정환

각색 변희승

*이야기의 내용은 원작자의 작품을

채널 주인이 각색했음을 알립니다.

이야기는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에 있었던 일이야. 어느 마을에 지혜가 뛰어난 나무꾼 한 명이 살고 있었어.

하루는 나무꾼이 길도 없는 숲속에 들어가서 나무를 하다가 커다란 호랑이를 만났어. 호랑이는 며칠이나 굶주린 것처럼 아주 무서운 눈빛으로 천천히 나무꾼에게 다가왔어.

입을 크게 벌리며 오는 모습이 마치, 나무꾼을 맛있게 먹을 준비를 하는 것 같았지. 나무꾼은 어떻게 하면 호랑이한테 잡아먹히지 않을까 생각해 봤어.

먼저, 큰 소리로 살려달라고 외쳐 보는 건 어떨까? 깊은 숲속이라서 듣고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을 거야. 그럼, 재빨리 달려서 도망가는 건 어떨까? 달리기는 호랑이가 더 빠르겠지.

나무꾼은 겁에 질려서 다리가 덜덜덜 떨리고 꼼짝달싹을 못했어. 호랑이와 거리가 세 발자국밖에 남지 않았거든. 이대로 먹히나 싶은 그때, 나무꾼은 아주 좋은 생각을 떠올렸어. 그리고 곧장 엎드려 호랑이에게 절을 했지.

"아이고, 형님! 이제야 만나 뵙습니다그려."

나무꾼은 절을 하고, 오히려 호랑이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어. 호랑이는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었지. 형님이라니?

"이놈아. 사람 놈이 나를 보고 형님이라니, 형님은 무슨 형님이냐?"

나무꾼은 아주 반가운 얼굴로 시치미를 딱 떼고는 능청스럽게 말했어.

"우리 어머니께서 늘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형이 있었는데, 그 형이 산에 갔다가 길을 잃어서 돌아오지 못했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죽었구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후로 가끔씩 꿈에서 형이 호랑이가 되어서 돌아오지 못한다고 울고 있는 모습을 봤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분명, 제 형이 산속에서 호랑이가 되어 돌아오지 못하는 것이라고 하셨죠. 그러니 저보고 산에서 호랑이를 만나거든 형님이라 부르고, 자세한 이야기를 해주라고 하셨습니다. 근데, 이제야 이렇게 만났으니, 제가 얼마나 반갑겠습니까. 그동안 이 산속에서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습니까?"

나무꾼은 호랑이의 손을 잡으며 눈물까지 글썽거렸어. 호랑이는 나무꾼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이 누구의 아들이었는지 생각해 봤어. 전혀 생각나지 않았지.

또, 어디서 태어났는지 생각해 봤어. 이것도 역시 전혀 생각나지 않았지. 어렸을 때 무슨 일이 있었나 생각해 봤지만,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어.

호랑이는 어쩌면 자신이 나무꾼이 얘기했던 것처럼 정말 나무꾼의 형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 거야.

그렇게 생각하니까 오랫동안 뵙지 못했던 어머니도 그리워졌어. 또, 혼자 산속에서 쓸쓸히 지내온 날들이 슬펐는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나무꾼에게 말했지.

"아이고, 아우야. 그래, 어머니께서는 지금도 잘 계시냐?"

"날마다 형님을 생각하며 울고만 계셔서 건강이 좋지 않으십니다. 오늘 이렇게 만났으니, 어서 집으로 가서 어머님을 뵙도록 합시다. 분명, 좋아하실 겁니다."

나무꾼이 호랑이를 잡아당기며 조르니까 호랑이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어.

"아우야. 내 마음이야 지금이라도 단숨에 뛰어가서 어머님을 뵙고 그동안 불효한 죄를 빌고 싶다만, 내가 이렇게 호랑이의 탈을 쓰고 있으니 갈 수가 있겠느냐. 직접 가서 뵙지는 못하지만, 한 달에 두 번씩 돼지나 한 마리씩 집에 가져다줄 테니, 네가 나 대신 어머님을 잘 보살펴드려라."

나무꾼을 아우라고 믿은 호랑이는 나무꾼을 잡아먹지 않고 집으로 돌려보냈어. 집에 돌아온 나무꾼은 십년감수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지.

그날 이후, 호랑이는 정말로 한 달에 두 번씩, 꼭 초하루와 보름날 밤마다 나무꾼의 집 뒷마당에 돼지를 한 마리씩 가져다 놓았어.

나무꾼은 그 돼지가 호랑이 형님이 밤사이에 어머니를 위해서 가져다 놓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 그렇게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지날 때까지 호랑이 형님은 늘 돼지를 물어다 주었지.

그러던 어느 날. 나무꾼의 어머니가 돌아가셨어. 나무꾼이 슬피 우는소리가 산속에 울려 퍼졌지. 그 소리를 들은 호랑이는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걸 알게 됐어.

그날 이후부터 초하루와 보름이 되어도 나무꾼의 집 뒷마당에는 돼지가 보이지 않았어. 나무꾼은 호랑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싶어서 호랑이를 만났던 산으로 가봤어.

산속을 두리번거리던 나무꾼은 꼬리에 베[布] 헝겊을 매달고 있는 새끼 호랑이 세 마리를 만났어. 신기하게도 새끼 호랑이들은 나무꾼을 무서워하지 않았어.

나무꾼은 꼬리에 베 헝겊을 가리키며 그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았지. 새끼 호랑이들은 아주 친근한 표정으로 말했어.

"우리 할머니는 호랑이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그 할머니가 살아 계실 때는 우리 아버지가 한 달에 두 번씩 돼지를 잡아다 드리고 왔습니다. 하지만,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된 뒤로 우리 아버지는 먹을 것을 잡아오지도 않고, 음식을 먹지도 않고 매일 절벽에서 '어머니 어머니'하고 울기만 했습니다. 그러다 정신을 잃고 절벽에서 떨어져 돌아가셨습니다. 그래서 꼬리에 베 헝겊을 묶은 것이지요."

나무꾼은 한때 호랑이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거짓말을 했지만, 그 말을 믿고 호랑이가 의리도 지키고 어머니께 효도를 한 일에 감사하며 눈물을 흘렸어.

이후 나무꾼은 호랑이 형님이 어머니를 위해 돼지를 잡아다 준 것처럼, 새끼 호랑이들이 성장할 때까지 잘 돌봐주었단다.


어떠셨나요? 처음의 호랑이와 완전히 다른 모습이죠? 악하게 살다가 지옥에서 온갖 벌을 받은 후에 환생한 호랑이는 완전 반대의 호랑이가 되었습니다.

물론, 나무꾼의 비상한 거짓말이 아니었다면, 이번 생도 사람을 잡아먹는 호랑이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변화하기 위해 스스로를 속여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저도 오늘부터 제 자신을 속여봐야겠습니다. '나는 모든 아이들이 알고 있는 아동문학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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