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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미국 군의 멱살을 잡고 있다고?(feat. 안티모니가 모니?)

2024.08.26. 오후 6:18

중국이 ‘안티모니(Antimony)’란 광물의 수출을 통제하겠다고 최근 발표했습니다. 뭐 중국의 희귀금속 수출을 막는 게 하루 이틀 일도 아니고. 더구나 처음 들어본 이름의 금속이니, 그리 중요한 건 아니다 싶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안티모니는 정말이지 엄청 중요한 광물입니다. 2021년에 미국 포브스지에 이런 기고문이 실렸습니다. “안티모니, 당신이 들어본 적 없는 가장 중요한 광물(Antimony: The Most Important Mineral You Never Heard of).” 가깝게는 우리가 실생활에서 쓰는 플라스틱에 들어가는 난연제로 많이 쓰이고요. 불에 잘 타지 않도록요. 그것보다 중요한 게 총탄과 탄약을 만드는 데 필수품이라는 겁니다. 또 태양광 패널, 그리고 리튬이온 배터리를 넘어서는 차세대 액체금속 배터리의 주원료이기도 합니다. 반도체 공정에서도 소량 쓰이고요.

오늘 ‘언더스탠딩(Understanding)’의 주인공은 안티모니입니다. 안티모니가 어떤 광물인 건지. 수출통제의 타깃은 누구인 건지. 중국은 무엇을 노린 건지. 우리에게도 피해가 오는 건지 등등을 따져보겠습니다.

안티모니 없으면, 총알도 없다?

안티모니가 뭐냐. 안티모노스(Antimonos)라는 그리스어가 어원입니다. 모노스(Monos)는 하나라는 뜻인데요. 거기의 반대(Anti)니까, 혼자서는 존재하지 않는 금속이라는 얘기입니다. 주기율표에서는 51번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구석에 있고요. 영어로는 스티븀(Stibium·Sb)으로 불립니다. 보통 휘안석이라는 형태로 자연계에 많이 존재한다고 하는데요. 이 휘안석의 이름이 영어로 스티브나이트(Stibnite)입니다. 캐낼 땐 회색빛인데, 공기 중에 노출이 되면 은백색으로 변하는 특징이 있고요. 금하고도 많이 붙어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금 광산에서 부산물로도 나오고요.

※휘안석

쓰임새는 다양합니다. 휘안석이 잘 부서져서, 고대인들은 이 스티브나이트를 눈썹이나 속눈썹 화장할 때 사용했다고 합니다. 휘안석은 잘 부서지지만, 안티모니 광물 자체는 단단해서 합금에도 많이 쓰입니다. 녹는 점이 낮아서 가공도 쉽지만, 안티모니를 섞으면 더 경도나 강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이미 500년 전엔 납이랑 섞어서 금속인쇄 활자를 만들었습니다. 청동기 시대에 구리랑 섞어서 쓰기도 했고요. 현대에 와서는 휘발유냐 경유차의 배터리인 납축전지 만들 때 많이 사용합니다.

총탄 만들 때 안티모니를 쓰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총알을 납으로 만든 이유는 간단합니다. 납이 싸고요. 밀도가 높아서 쉽게 녹슬지 않습니다. 무른 데다 녹는점도 낮아서 가공하기도 쉽고요. 문제는 무르다는 건데요. 총 방아쇠를 당기면 공기가 총탄의 뒤에 있는 화약을 치고, 화약이 터지면서 그 힘으로 총알이 발사되죠. 이 총알은 총열의 나선형 강선을 따라서 회전하면서 발사돼야 타깃에 정확히 맞습니다. 살상력도 극대화되고요. 당연히 발사되는 과정에서 총알에 변형이 일어나면 안 되겠죠. 그래서 안티모니를 납에 섞는 겁니다. 총탄 만드는 데 많이 쓰는 라이먼2(Lyman#2)라는 합금이 있습니다. 납 90%, 주석 5%, 안티모니를 5% 섞어서 만듭니다. 총탄을 만드는 데 쓰는 다른 합금도 적어도 안티모니가 2~3%는 들어가고요.

총탄뿐만 아닙니다. 텅스텐으로 만드는 포탄에도 안티모니가 들어갑니다. 총알이나 포탄에 들어가는 화약에도 안티모니가 들어가고요.

미국도 이 안티모니의 중요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은 총탄이랑 포탄 만들 때 쓰는 안티모니를 전적으로 중국에 의존했습니다. 이미 100년 전부터 그랬다는 얘기. 한데 당시 적대국이었던 일본이 중국을 점령하고, 이 안티모니 수출을 막아버린 겁니다. 다행히 아이다호주에 안티모니가 있는 선샤인 광산을 찾아냅니다. 그걸로 당시 쓰는 안티모니의 90%를 충당했는데요. 포브스지의 기고문도 선샤인 광산의 안티모니가 없었다면, 제2차 세계대전의 결과가 달랐을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https://www.forbes.com/sites/davidblackmon/2021/05/06/antimony-the-most-important-mineral-you-never-heard-of/

실제로 미국 상원 의회에 이런 기록이 있다고 합니다. 1942년 아이다호주 선샤인 광산이 발견돼서 제2차 세계대전이 최소 1년 단축됐고, 그래서 100만명에 달하는 미국 군인이 목숨을 구했다고.

☞관련 아티클

https://thestlouisgroup.com/antimony-renewable-11-9-1/

전 세계를 지킨다는 미국이 총알이 없다면?

지금도 중요한 건 마찬가지. 전쟁 안 한다고 총알이랑 포탄을 안 만드는 거 아니죠. 전쟁은 언제 일어날지 모를 일이니까요. 특히나 미국은 전 세계를 지키는 것을 자처하는 국가이기도 합니다. 더욱이 미국은 총기를 개인이 소지할 수 있습니다. 일반 개인이 총알을 산다는 얘기입니다. 우리는 아니지만 목숨을 지킬 미국인에겐 필수품이란 얘기죠. 야간 투시경이나 적외선 센서, 레이저 조준장치 등 정밀 광학 장치에도 안티모니가 들어가고요. 그런 안티모니의 수입 선이 끊긴다? 안될 말이죠.

이렇다 보니 안티모니는 대부분의 나라가 핵심광물로 지정하고 비축해 왔습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도. 안보의 영역이라는 얘기입니다. 미국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더욱이 최근 중국과 패권 다툼을 하고 있죠. 그래서 이미 몇 년 전부터 이 안티모니 공급망을 걱정하기 시작합니다. 유일했던 선샤인 광산은 1996년(2001년이라는 기사도 있습니다만, 시기가 중요한 건 아니니까요)에 문을 닫았으니까요.

☞관련 아티클

https://www.csis.org/analysis/chinas-antimony-export-restrictions-impact-us-national-secur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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