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드레 말로 저/박종학 역
소설을 알고 싶어하는 친구가 있으면 지금도 가장 먼저 추천하는 책 중의 하나입니다. 기본적으로 나약한 인간이 간혹 위대해지는 순간이 있는데, 결국 그 순간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그 무언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금도 화형 직전 자기 몫의 극약을 어둠 속 동료에게 건네주던 카토프가 잊히지 않습니다.
프리모 레비 저/이현경 역
제가 아는 한 가장 슬픈 에세이입니다. 슬프면서도 강인한 글쓰기의 힘을 보여주기도 했고요. 아우슈비츠를 경험한 작가의 한 시절이 낮은 목소리의 문장을 통해 그대로 전해집니다. 단순히 보고하는 형식의 글이 아니라 모든 감각으로 한 인간의 고통이 그대로 전달되는 특별하고도 섬세한 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연수 저
한 마디로 우아한 역사 소설입니다. 이 소설은 기존의 역사 소설과 달리 한정된 무대를 뛰어넘는 어떤 힘을 갖고 있습니다. 1930년대의 만주에 한정되기엔 소설 속 인물들의 고민과 절망이 지나치게 생생해서 마치 나의 전생을 보고 온 느낌도 들었습니다.
W.G. 제발트 저/이재영 역
어떤 소설은 그냥 그 작가의 인생 같아요. 이 책을 읽는 동안 제발트라는 작가가 걸어오고 만나고 경험한 사람들이 내게 말을 걸어오는 듯한 기분 좋은 환상에 빠져들곤 했습니다. 소설은 허구라는 기본적인 이론조차 무의미해지는 순간, 바로 그 순간에 저는 제발트의 침묵을 들었습니다.
서경식 저/한승동 역
우리가 직접 보거나 경험하지 않아도 알아야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아니, 꼭 알아야 하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나 알게 되는 그 분량만큼 사유가 깊어지는 건 분명합니다. 국경의 보호를 받고 합법적인 신분증이 있다 하더라도 우리는 어떤 의미에서 모두 디아스포라입니다. 디아스포라의 눈으로 보는 세상이 이 책 안에 담겨 있습니다.
이승우 저
누군가는 구도의 삶을 추구합니다. 많은 인물들과 여러 겹의 이야기로 엮어진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는 결국 구도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야만의 시대와 그 시대의 정치게임, 그리고 그로 인한 희생자들에 대해서도 숙고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정찬 저
현대사의 비극이나 우리 사회의 모순이 촘촘하게 배어 있는 단편들로 이루어진 소설집입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를 소설을 통해 듣는 것도 좋겠습니다.
공선옥 저
5ㆍ18 광주 민주화항쟁을 다룬 이 장편소설에는 가차 없이 내던져지고 짓밟히는데도 어느 순간 웃고 있거나 농담을 하고 있는 인물들이 나옵니다. 그런데 그 웃음과 농담이 어떻게 빚어진 건지 조금은 짐작하기에 더더욱 뭉클했던, 매우 아름다운 소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