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본 TV] 김신영과 <전국노래자랑>
<전국노래자랑>
'김신영의 <전국노래자랑>'을 보겠다고 TV 앞에 앉지 않았다면, 여전히 몰랐을 누군가의 세계다. 이것이야말로 김신영 효과, 제작진의 신의 한 수가 아닐까. (2022.10.21)
'김신영의 <전국노래자랑>'이 드디어 시작됐다. 그가 故송해 선생의 뒤를 이어 새로운 진행자가 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첫 방송을 기다렸다. 벌써부터 눈앞에 그려지는 것 같았다. 특유의 넉살과 재치와 입담으로 시민들과 어우러지는 김신영의 모습이. 그라면 30년 넘게 송해 선생이 지켜온 프로그램의 정서를 이어가면서도 자신만의 색깔로 재미와 웃음을 더할 게 분명했다. 이보다 탁월한 선택은 없을 거라며 제작진의 안목에 감탄했다. 그렇게 기대감 속에 맞은 지난 주말(16일), 마침내 <전국노래자랑>의 새로운 시작을 보았다.
먼저 무대에 오른 이는 가수 양희은이었다. '참 좋다'를 부른 뒤, 격려와 응원으로 맞아달라며 MC 김신영을 소개했다. 두 사람이 함께하는 '행복의 나라로'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김신영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눈물을 삼키는 듯 잠시 노래 부르기를 멈췄다. 그가 느꼈을 감정을 다 알 수는 없지만, 어렴풋이 짐작하며 덩달아 목이 메었다. 긴 역사만큼 존재감이 큰 무대를 책임지게 되었으니 부담감이 없지 않았을 테다. 그런 순간에 자신을 믿어주고 환대해주는 많은 이들과 마주했으니 무언가 뜨거운 것이 울컥 넘어오기도 했을 것이고. 무엇보다 <전국노래자랑>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웃음도 눈물도 나누는 공간이다. 어쩌면 모든 희극인이 바라는 무대와 가장 가깝지 않을까. 그런 곳에 서게 됐을 때 벅차오르는 감정이 왜 없었을까.
의심할 여지없이, 이것은 김신영 개인의 성취다. 20년의 방송 생활 동안 내디딘 걸음들이 모여 지금의 무대로 이어졌다. 그를 <전국노래자랑>의 캐스팅 후보로 제안했던 김상미 CP는 10년 동안 라디오를 진행해온 성실함에서 (새 MC로서) 김신영의 가능성을 봤다고 말했다. 선택의 또 다른 이유는 '유머 코드'였다. 김상미 CP는 "(김신영의) 유머 코드를 잘 살펴보면, 대부분 서민에 가까운 분들이다. 세신사, 식당 아주머니, 빠지 아저씨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분들을 잘 관찰하고 그런 분들에게서 웃음을 뽑아내는 능력이 뛰어나다. 전 국민을 무대로 올려서 함께 놀 수 있는 MC로 잘 어울리고 적격이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김신영의 활동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김상미 CP의 말에 공감할 것이다. 그리고 지난 주말, 김신영을 지켜보며 같이 코끝이 찡해졌을 것이다. 오랜 시간 진심과 열정으로 일해 온 사람이 주목 받게 됐을 때, 그 순간을 지켜보는 우리 마음도 뜨거워지는 법이니까.
물론, <전국노래자랑>의 주인공은 진행자가 아니다. 매회 달라지는 촬영 지역의 시민들이다. 이날 방송은 경기 하남 시민들과 함께했고, 대학생부터 경찰 공무원까지 연령도 직업도 다양한 이들이 무대에 올랐다. 다채로운 선곡과 개성, 무대 매너만큼이나 출연 이유도 달랐다. 마지막 학기 등록금이 부족해서 나온 대학생도 있었고, 팔순을 맞은 어머니를 위해 출연을 결심한 삼남매도 있었다. 공통점이 있다면 노래와 춤에 진심이라는 것과 진짜로 신이 났다는 것, 그리고 한 꺼풀 벗어 던진 것처럼 가뿐해 보였다는 것이다.
사실, 오랫동안 이해하지 못했다. 사람들이 <전국노래자랑>에 나와서 노래와 춤과 장기를 선보이는 이유를.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 앞에서, 더구나 전국민 누구나 볼 수 있는 방송에서, 얼굴을 공개하며 노래하는 이유가 뭘까. 내향인으로서 끝내 이해하지 못할 일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이번 방송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전국노래자랑>의 무대에 서야 하는 이유, 나만의 무대를 갖고 싶은 이유는 출연자의 숫자만큼이나 많고 또 많았다. '와, 저런 끼를 갖고 있는데 발산하지 않고는 못 살지' 싶을 만큼 흥이 넘치는 사람도 있었고, 오랜 시간 노래를 해왔음이 분명해 보이는 실력 탄탄한 출연자도 있었다. 스스로 즐겁기 위해서 무대에 오른 이도, 소중한 사람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서 노래하는 이도 있었다.
그들을 바라보면서 노래는 물론이고 춤 동작과 동선, 손짓 하나와 개인기까지 고민하며 연습했을 시간을 가늠해봤다. 고되지 않고 신났을 것이다. 설렜을 것이다. 그 시간들이 반복되는 일상에 숨통을 틔워주지 않았을까. '취업 준비생', '회사원', '한의사'처럼 자신을 규정짓는 말들에서 잠시나마 자유로워지지 않았을까. 누구에게나 일상은 반복되고 이름표는 따라붙는 것이어서, 당연히 내향인도 예외는 아니므로, 그들이 무대에 오르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김신영의 <전국노래자랑>'을 보겠다고 TV 앞에 앉지 않았다면, 여전히 몰랐을 누군가의 세계다.
달라진 <전국노래자랑>을 보며 '세대 통합을 기대한다'고 말하는 목소리도 있다. 젊은 여성이 진행을 맡은 만큼 시청자층이 넓어지지 않겠냐는 분석인데,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김신영이라는 이유로 <전국노래자랑>을 찾아 본 청년 여성이 나만은 아닐 테니. <전국노래자랑>의 재미를 맛 본 시청자도 나만은 아닐 테다. 이것이야말로 김신영 효과, 제작진의 신의 한 수가 아닐까. 김신영 씨, 히트다! 히트!
# 김신영이 진행하는 <전국노래자랑>이 궁금하다면
# 한껏 신난 사람들을 보며 같이 웃고 싶다면
# 일요일 12시에 <전국노래자랑>을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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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에서 작가를 인터뷰하고, 팟캐스트 <책읽아웃> ‘황정은의 야심한책 - 삼자대책’ 코너에서 책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