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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도 자주 틀리는 맞춤법] '한참과 한창' 등 한 끗 차 낱말들
신정진의 작가들도 자주 틀리는 맞춤법 (3)
'한 끗 차 낱말' 중 자주 쓰면서도 의외로 문맥에 맞게 구분해 쓰지 못하는 게 '한참/한창'이다. (2022.10.04)
<채널예스>에서 격주 화요일, 교정가 신정진이 '작가들도 자주 틀리는 맞춤법'을 연재합니다. |
① 가을이 한참이더니 어느새 아침저녁 쌀쌀한 것이 곧 겨울이 올 것 같네. ② 운동을 열심히 했더니 밥을 많이 먹었는데도 금새 배가 고프네. ③ 초로의 신사가 지긋이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 ④ 술 마시기를 좋아하는 김 대리는 술자리에서 늘 흑기사를 자청하곤 한다. ⑤ 얼굴이 보기 좋은 걸 보니 마음이 편하다는 반증이군. * 위 예문은 맞춤법상 틀린 곳이 있음 |
지난 칼럼에서는 같은 말이라도 띄어 쓰냐 붙여 쓰냐에 따라 뜻이 달라지기 때문에 작가들도 헷갈려 자주 틀리는 '안되다/안 되다', '잘되다/잘 되다', '못되다/못 되다', '잘하다/잘 하다', '못하다/못 하다'를 문맥에 맞게 쓰는 법을 알아보았다.
이번에는 글자의 모양새는 비슷하지만 뜻이 전혀 달라서 역시나 자주 틀리는 '한 끗 차 낱말'들을 살펴본다. 그리고 설마 작가들이 이걸 틀릴까 싶지만, 가끔 '한 끗 차'를 '한 끝 차'라고 잘못 쓰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하자. 여기서의 '끗'은 '화투나 투전과 같은 노름 따위에서, 셈을 치는 점수를 나타내는 단위'를 뜻하는 의존 명사이며, '한 끗 차'는 말 그대로 한 점 차이라는 표현이다. 비슷한 말로는 머리카락만큼이나 미세한 차이라는 뜻의 '간발(間髮)의 차'가 있다. 다만, '간발의 차'는 주로 운동 경기에서 아슬아슬하게 이겼거나 졌음을 표현할 때, '한 끗 차'는 아주 작은 차이라는 의미의 관용구로 쓰인다.
참고로 조운파 님이 작사한 '도로 남'은 '한 끗 차 낱말'의 교과서 같은 노랫말이 인상적이다.
"남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를 지우고 / 님이 되어 만난 사람도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 도로 남이 되는 장난 같은 인생사
돈이라는 글자에 받침 하나 바꾸면 / 돌이 되어버린 인생사"
'한 끗 차 낱말' 중 자주 쓰면서도 의외로 문맥에 맞게 구분해 쓰지 못하는 게 '한참/한창'이다. 일상생활에서 '한참'을 더 많이 사용하다 보니 '한창'을 써야 할 자리에도 '한참'을 쓰기 일쑤다. 하지만 각각의 뜻을 제대로 알고 나면 앞으로 틀릴 일은 없을 것이다.
먼저 '한창'은 '어떤 일이 가장 활기 있고 왕성하게 일어나는 때 또는 모양, 어떤 상태가 가장 무르익은 때 또는 모양'이라는 뜻의 명사(예: 공사가 한창인 아파트)와 부사(지하철이 한창 붐빌 시간)로 쓰인다. 한창에서 파생된 단어인 '한창때'와 '한창나이'를 생각하면 그 의미를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다.(예: 한창때에는 나도 힘깨나 썼지. 한창나이에 놀기만 해서는 못쓴다)
'한참'도 명사와 부사로 나뉜다. 명사로 쓰일 때는 '시간이 상당히 지나는 동안'의 의미(예: 네가 오기를 한참 기다렸다)이고, 부사로 쓰일 때는 '「1」 어떤 일이 상당히 오래 일어나는 모양'(예: 그녀의 울음소리가 한참 이어졌다), '「2」 수효나 분량, 정도 따위가 일정한 기준보다 훨씬 넘게'(예: 김밥을 어찌나 많이 쌌는지 셋이서 먹는데도 한참 남아 있다)라는 의미이다.
'한참'과 '한창'을 구분하는 팁이 있다. 시간이나 횟수 등을 나타내는 '~ 동안', '~ 만(에)'과 함께 써서 말이 되면 '한참'을, 말이 안 될 경우에는 '한창'을 쓰면 대부분 맞다. 위의 예문에서 '가을이 한참 동안이더니', '가을이 한참 만이더니'라고 쓰면 왠지 어색하다. 그렇다면 '가을이 한창이더니'가 맞는 것이다.
'금새/금세'도 은근히 많이 틀린다. 어느새, 그새(그사이) 등의 낱말이 있다 보니 '지금 바로'라는 뜻의 부사를 '금(今) 사이'의 준말이라 오해해 '금새'로 적는 것이다. 하지만 '금세'는 '금시(今時) 에'의 준말이다. 이를 알면 금세를 써야 할 자리에 '금새'를 쓰는 실수는 하지 않을 것이다.(예: 소문이 금세 퍼졌다) 한편, '금새'는 '물건의 값. 또는 물건값의 비싸고 싼 정도'를 뜻하는 명사이다. 평상시에는 금새를 쓸 일이 거의 없을 테니 '금세'만 기억하도록 하자.
'지그시/지긋이'는 둘 다 부사이며, [지그시]로 소리 나기 때문에 헷갈리기 쉽다. '지그시'는 '「1」 슬며시 힘을 주는 모양'(예: 눈을 지그시 감다), '「2」 조용히 참고 견디는 모양'(예: 아픔을 지그시 참다)이라는 뜻이다. 한편, '지긋이'는 '「1」 나이가 비교적 많아 듬직하게'(예: 그는 나이가 지긋이 들어 보인다), '「2」 참을성 있게 끈지게'(예: 돌아다니지 말고 지긋이 앉아서 공부해야지)라는 뜻이다. 그런데 한 단어를 반복적으로 결합한 복합어(첩어)는 '드문드문, 꼭꼭'처럼 해당 단어를 강조하는 의미인데, '지긋지긋(지긋지긋이)'는 '「1」 진저리가 나도록 몹시 싫고 괴로운 모양. 「2」 몸에 소름이 끼치도록 몹시 잔인한 모양'이라는 완전히 다른 뜻이니 주의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깨를 누를 때는 '지그시/지긋이' 중 무엇을 써야 할까? 이 문제의 답은 굳이 안 알려줘도 알 것이라 생각하고 패스하겠다.
'자처하다/자청하다'를 문맥에 맞게 쓰는 방법은 의외로 쉽다. '자처(自處)하다'는 '「1」 자기를 어떤 사람으로 여겨 그렇게 처신하다'는 뜻이고, '자청(自請)하다'는 '어떤 일에 나서기를 스스로 청하다'라는 뜻이다. 따라서 의사, 변호사 등과 같이 직업(역할)을 의미하는 단어가 같이 있으면 '자처하다'를, 행동이나 행위(일)을 뜻하는 단어가 있으면 '자청하다'를 쓰면 된다.
예를 들어 '길동이는 운동회 때마다 치어리더를 자처하고 응원을 열심히 한다'와 '길동이는 운동회 때마다 자청해서 응원을 열심히 한다'로 구분할 수 있다. 전자는 스스로 치어리더(역할)가 되어 응원을 이끈다는 의미이고, 후자는 스스로 나서서 열심히 응원(행위)을 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앞의 예문을 응용하면 '술자리에서 늘 흑기사(역할)를 자처하는 김 대리는 알고 보니 술을 좋아해 자청해서 마시는(행위) 거였다'라고도 쓸 수 있다.
'반증/방증'도 헷갈리는 '한 끗 차 낱말'이다. 반증(反證)은 '「1」 어떤 사실이나 주장이 옳지 아니함을 그에 반대되는 근거를 들어 증명함. 또는 그런 증거'(예: 우리에겐 그 사실을 뒤집을 만한 반증이 없다), '「2」 어떤 사실과 모순되는 것 같지만, 거꾸로 그 사실을 증명하는 것'(예: 그들이 이토록 조용한 것은 더 큰 음모들을 꾸미고 있다는 반증이다)이란 뜻을 갖고 있다. 반면, 방증(傍證)은 '실을 직접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되지는 않지만, 주변의 상황을 밝힘으로써 간접적으로 증명에 도움을 줌. 또는 그 증거'(예: 높은 실업률은 고용 불안의 방증이다)라는 뜻이다.
그런데 뜻풀이를 읽어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면 반증은 '반대와 모순 증거로 반박', 방증은 '간접 증거로 뒷받침'이라는 키포인트와 '땀에 젖은 운동복은 그만큼 내가 열심히 운동했다는 방증이다.', '너를 보면 가슴이 뛰는 것은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방증이다.' 등과 같이 일상생활에서는 반증보다는 방증이라고 써야 할 때가 더 많다는 것을 기억하자.
<해답>-------------------------------
이제 예문 ①~⑤을 맞춤법에 맞게 고칠 수 있을 것이다. 한번 풀어보시라.
① 가을이 한창이더니 어느새 아침저녁 쌀쌀한 것이 곧 겨울이 될 것 같네.
② 운동을 했더니 밥을 많이 먹었는데도 금세 배가 고프네.
③ 초로의 신사가 지그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
④ 술 마시기를 좋아하는 김 대리는 술자리에서 늘 흑기사를 자처하곤 한다.
⑤ 얼굴이 보기 좋은 걸 보니 마음이 편하다는 방증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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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학회에서 『우리말큰사전』을 만들었고, <한겨레>와 <여성중앙> 등에서 교열자로, 홍익미디어와 영진닷컴에서 기획/편집자로 다양한 책과 잡지를 만들었다. 국립국어원 공공언어 감수 전문가 특별 과정 수료, 현재는 <월간 채널예스> 등 여러 매체에서 교정가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