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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뉴스레터를 시작했나

개인 뉴스레터 운영 비하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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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받고 싶은데 관심받기 싫은 상태에서 SNS는 너무 열려 있었다. 조금 더 닫혀 있는, 그러면서도 너무 닫혀 있지는 않은 애매한 방법을 쓰고 싶었다. (2022.09.30)

pixabay 

2020년 1월부터 '월간정의정'이라는 이름으로 개인 뉴스레터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제목처럼 한 달에 한 번 구독을 신청한 사람들에게 본명으로 메일을 보낸다. 이제까지 만들었던 창작곡이나 연주곡, 길거리에서 녹음한 소음, 재밌게 들었던 다른 사람의 음악 등 소리 콘텐츠가 주요소다. 가끔 소설이나 시, 산문을 보낼 때도 있다.

개인 뉴스레터를 시작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제일 큰 이유로는 창작물을 계속해서 만들어내고 싶었는데, 아마추어로서 동기가 없었다. 스스로 마감을 만들고 남들에게 대대적으로 공표하면 동기가 생긴다. 또한, 여기저기 끼적였던 창작물을 한 곳에 모아놓고 싶다는 기록의 의미도 컸다.

인스타그램은 늘 사진, 그것도 감성적이고 잘 나온 이미지 위주로 콘텐츠가 구성된다. 트위터는 사람들을 빵빵 터지게 할 드립을 올려야 한다는 강박감이 생기는데다, 글이 아닌 형태의 콘텐츠와는 잘 맞지 않았다. 페이스북은 광고만 넘쳐나고 실제 사용자는 모두 갈아엎고 나간 황무지 같았다. 블로그는 검색을 통해 모르는 사람들이 유입될 수 있지만, 지인들에게는 접근성이 낮았다.

정해진 일부 사람들에게만 보여주면 새로운 구독자를 유입시키기가 힘들다. 전부 오픈해버리면 어느 순간 사람들이 몰려 와 사이버불링을 할까 봐 겁부터 난다. 관심받고 싶은데 관심받기 싫은 상태에서 SNS는 너무 열려 있었다. 조금 더 닫혀 있는, 그러면서도 너무 닫혀 있지는 않은 애매한 방법을 쓰고 싶었다.

가끔은 너무 많은 말이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들린다. 댓글과 의견은 자주 이상한 방향으로 흐른다. 나는 인터넷 뉴스와 웹소설 플랫폼에서 댓글이 보이는 게 싫다. 할 수 있다면 SNS에도 댓글 기능을 다 꺼놓고 싶다. 상호 작용, 좋지. 좋긴 한데. 이 정도까지 서로 의견을 주고받아야 할까? 이런 이유를 토대로 이메일 구독 서비스가 적당해 보였다. 신청 페이지에 이메일 주소만 남기면 내가 모르는 사람한테도 메일을 보낼 수 있다. 개인 이메일 서비스이다 보니 그렇게까지 오픈되어 있지도 않았다. 물론, 내가 출연하는 팟캐스트 <책읽아웃>에서 언급한 이후로 생각보다 많은 불특정 사람들이 메일을 신청하긴 했다. 이 정도로 열려있길 바라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많이 구독하니까 좋은 것 같기도 하고...

요즘은 이메일 발송 서비스마다 원하는 방식으로 이메일을 디자인할 수 있도록 편리한 도구를 많이 제공한다. 메일 안에서 나는 글을 쓸 수도 있고, 영상을 삽입할 수도 있고, 소리를 넣을 수도 있다. 가끔 영상과 소리를 삽입한 이메일을 볼 때마다 해리포터 시리즈에 나오는 예언자 일보를 떠올린다. 고도로 발전된 인터넷은 마법과 구분할 수 없다.

뉴스레터의 장점은 곧 단점과 같다. 매월 스스로 주는 마감이 너무 벅차서, 말일이면 늘 반 울다시피 메일을 만든다. 이번에는 정말 할 말이 없는데 뭘 쓰지? 이렇게 엉망으로 만든 걸 남들에게, 그것도 많은 사람한테 보내줘도 될까? 정말? 앞에서 한참 상호 작용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 것과 무색하게, 독자·청자의 반응이 아무것도 없으면 더욱 동력이 깎여 나간다. 아무도 내 말을 듣지 않는다. 인터넷 세계의 지하상가를 떠돌아다니면서 뜻 모를 소리를 중얼거리는 광인이 된 것 같다. 이걸 계속 해야할까? 정말?

보임과 보이지 않음, 마감과 스트레스, 성취감과 위장 장애 사이를 뚫고 매월 어떻게든 지속한다. 이제까지 보낸 메일 리스트를 보면서 그래도 여기까지 왔구나 하고 뿌듯하다. 

이 글은 30일에 올라가고, 나는 또 내일 당장 보내야 할 이메일을 생각한다. 올해가 가기까지 3번의 메일 기회가 남아있다. 춤 영상도 한번 보내보고 싶었는데, 과연 올해 안에 영상을 보낼 수 있을 것인가. 구독자 외에는 누구도 알지 못하는 나와 나 사이의 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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