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달라질 여행의 모습은?
『여행을 바꾸는 여행 트렌드』 김다영 저자 인터뷰
다시 문이 열리고, 이제 묵혀두었던 여행 가방을 꺼낼 때가 다가오고 있다. 앞으로 우리가 만나게 될 여행은 어떤 모습일까? 사람들은 어떤 여행을 사랑하고 즐기게 될까? (2022.07.05)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여행 산업은 거대한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그만큼 없던 것이 새롭게 탄생할 여백이 많아지기도 했다. 사람들은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국내 여행으로 시선을 돌렸고, 글로벌 여행 플랫폼 대신 로컬 플랫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유명 관광지가 아닌 ‘핫플에서의 인증샷’을 원하는 MZ세대가 여행 소비의 주축으로 떠올랐고, 상품이 아닌 경험과 가치를 구매하는 이들은 ‘지속가능한 여행’을 고민하고 있다.
엄혹한 환경 속에서도 국내외에 수많은 여행 스타트업들이 등장한 것은 전염병이 창궐해도 여행을 향한 인류의 욕구는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다시 문이 열리고, 이제 묵혀두었던 여행 가방을 꺼낼 때가 다가오고 있다. 앞으로 우리가 만나게 될 여행은 어떤 모습일까? 사람들은 어떤 여행을 사랑하고 즐기게 될까? 그 변화 속에는 어떤 의미가 숨어 있을까? 모든 궁금증에 대한 답을 『여행을 바꾸는 여행 트렌드』에서 만나보자.
2020년 4월에 출간된 『여행의 미래』 이후 2년여 만에 다시 여행 산업의 현재를 분석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책을 펴내셨는데요. 그사이 우리의 일상에는 참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특히, 여행 업계는 전례 없는 상황을 맞이해야 했고요. 업계 종사자로서, 그리고 여행을 사랑하는 ‘여행자’로서 저자님의 일상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여행 산업과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분들뿐 아니라 여행을 좋아하셨던 모든 분들이 지난 2년간 엄청난 변화를 느끼셨을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단 한 번도 상상해보지 않았던 ‘랜선 여행’을 하며 여행에 대한 갈증을 달래기도 하고, 해외여행 대신 지역 기반의 개성 있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새로운 방식의 국내 여행을 즐겨 하게 됐습니다.
여행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동시에 그동안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던 한국의 관광 자원이 가진 잠재력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여행의 미래』 출간 이후 여행 업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여행 트렌드 및 관광 상품 기획 분야로 교육 사업을 확장하면서 직업적으로 큰 도약이 있었습니다.
여행 산업의 구조에 관련해서 ‘플랫폼 비즈니스’에 대해 중점적으로 소개하셨습니다. 부킹닷컴이나 익스피디아 같은 온라인 여행 플랫폼(OTA)는 팬데믹 이전에도 존재했었는데, 최근의 여행 플랫폼 시장에 주목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인터넷의 태동과 함께 출현한 온라인 여행 플랫폼(OTA)은 세계 여행 산업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오프라인 기반의 ‘여행사’라는 비즈니스 모델이 온라인 플랫폼으로 바뀌어온 과정은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의 대표 사례라고 할 수 있는데요. 지난 20년간 OTA도 커다란 변화를 거쳤으나, 이를 체계적으로 소개하는 콘텐츠가 없어, 이번 책에서 다루고자 했습니다. 부킹닷컴이나 익스피디아와 같은 초창기 OTA에서 에어비앤비와 같은 공유 경제 플랫폼, 최근의 ‘슈퍼 앱’으로 이어지는 여행 플랫폼의 변화를 쉽게 이해하실 수 있게 소개했습니다.
『여행을 바꾸는 여행 트렌드』를 살펴보니 MZ세대가 여행 소비의 주축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여러 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도 ‘가격이 아닌 가치를 소비한다’는 대목이 인상 깊었어요. 이것이 여행의 변화에 왜 중요한지,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간략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여행 산업에서 MZ세대는 매우 중요한 소비자입니다. 일례로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여행 시장인 중국에서는 2019년 해외여행 소비자의 약 75%가 MZ세대입니다. 이들은 팬데믹 이후에도 중국 국내 여행 소비의 주축이 됐습니다. 이러한 양상은 국가를 막론하고 세계적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MZ세대는 유형의 재화만큼이나 무형의 경험도 많이 소비하는 데다, 소비의 목적이나 가치 부여의 기준이 기존의 세대와는 다릅니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타인과 공유할 만한 경험,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할 가치가 있는 경험에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MZ세대들의 특성은 여행 산업이 주목해야 할 중요한 소비 패턴입니다. 이번 책에서는 이러한 지점을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들여다보았습니다.
여행과 기술의 결합, 이른바 ‘트래블테크’ 부분은 상당히 흥미롭고 신선합니다. 여행 산업의 범주가 더욱더 확장되는 데 트래블테크의 발전이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을 여러 사례로 설명해주셨죠. 그렇다면 현재 여행 스타트업 혹은 기존 기업들이 가장 집중하고 있는 기술 분야는 무엇인가요?
개인의 선호도나 과거 이용 데이터를 분석해 개인화·맞춤화된 여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이 크게 늘었습니다. 이제는 단순히 여행 상품 검색이나 최저가 비교를 해주는 초창기 OTA 형태를 넘어, 개인의 취향과 현재 위치 등을 기반으로 한 맞춤형 여행 정보와 예약 기능을 바로 제공해주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이 단계에서 중요해지는 기술이 이동과 결제, 모빌리티와 핀테크입니다. 따라서 기존에 모빌리티 사업을 하던 기업들이 여행 서비스에 눈을 돌리고 있고, 기존의 여행 플랫폼들도 최대한 많은 이동 수단 예약을 통합 제공하려고 경쟁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여행 콘텐츠 시장의 중심이 인스타그램에서 틱톡으로 옮겨가고 있으며, 앞으로의 여행 시장에서 크리에이터들의 역량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대목에 공감됐습니다. 여행 상품 생산자 혹은 공급자의 측면에서 크리에이터들을 잘 활용하고 크리에이터 경제에 선순환적 구조를 형성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과거에는 포털이나 소셜미디어 중심으로 생산된 과시성 여행 콘텐츠의 영향력이 높았다면, 팬데믹 이후에는 여행의 두려움을 해소해주고, 생생한 현지 정보를 선도적으로 제공하는 여행 영상 콘텐츠가 MZ세대의 여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미 검색 시장 자체도 네이버 독식 구조에서 구글(유튜브)과의 양강 체제로 변화했는데, 여전히 여행업계에서는 새롭게 떠오르는 콘텐츠 생산자와의 효과적인 협업 사례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번 책에서는 여행 콘텐츠의 영향력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다루었습니다.
생산자 입장에서는 자사의 비즈니스 성격과 맞는 크리에이터와 협업해야 콘텐츠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친환경이나 지속 가능성을 어필하는 여행 캠페인에 과시성 인플루언서를 섭외한다면, 캠페인의 취지나 진정성을 전달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또한, 검색 트래픽(방문자 수)는 더 이상 고객 관여도(Engagement)와 일치하지 않습니다. 여행 인플루언서라고 해도 영향력이 크지 않은 단순 정보 콘텐츠만 생산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관여도가 높은 팬을 확보한 생산자를 찾고 협업하는 일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난 이후 확실히 ‘지속 가능성’ 관련 이슈들이 중요해지고 있는 듯합니다. 『여행을 바꾸는 여행 트렌드』에도 '제로 웨이스트 여행', '에코 리조트', '저탄소 여행', '기차 여행(느린 여행)' 등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으셨고요. 책에서 미처 다루지 못했거나 가장 최근에 경험하신 지속가능한 여행 사례를 하나 더 소개해주세요.
최근 저탄소 실천의 일환으로 채식 지향 혹은 비건의 라이프스타일 트렌드가 부상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여행 일정에서 1~2회 정도는 가급적 채식 메뉴를 선보이는 레스토랑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몇 달 전 부산에 출장을 가서 총 3곳의 채식 맛집을 둘러보는 비건 투어를 해보았는데, 부산의 식문화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었던 경험이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지역을 가든 그 지역에서 구할 수 있는 로컬 식재료를 많이 사는 편인데요. 로컬푸드 직판장을 이용하면 지역 농가에도 도움이 되는 소비를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세계의 문이 다시 열리고 있습니다. 오래 기다렸던 만큼 해외로 떠나고자 하는 사람들이 폭증하고 있죠. 묵혀두었던 여행 가방을 꺼내 다시 여행길에 오르려는 이들이 꼭 알았으면 하는 여행 팁이 있으실까요? 혹은 앞으로의 여행에 있어 생각해봤으면 하는 부분에 대해 조언을 주셔도 좋습니다.
오랫동안 해외여행길이 막혀 있었던 만큼, 새롭게 해외여행을 계획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그런데 최근 여러 매체에서 ‘항공권 가격 고공 행진’에 대한 보도가 나와 여행 비용에 부담을 느끼실 수도 있는데요. 이것이 모든 지역에 다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현재 영미권, 특히 미국의 경우, 항공 수요가 폭증하고 있으나 항공사는 팬데믹 때 이탈한 인력을 재수급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 노선 증편이 쉽지 않습니다. 공급이 부족하니 일시적으로 항공권 가격이 오르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반면, 국내 LCC(저비용 항공사)와 현지 LCC가 일제히 노선을 늘리고 있는 동남아시아의 경우, 현재 항공권 가격이 빠르게 안정되는 추세입니다. 2022년 하반기 여행 계획에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기술의 발전으로 소비자가 여행 상품을 고르고 예약하는 일은 그 어느 때보다도 쉽고 편리해졌습니다. 하지만 여행 플랫폼들은 데이터를 이용한 추천 기능을 통해 우리의 선택을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습니다. 보다 능동적으로 여행의 목적을 설계하고 지속 가능한 여행을 하고 싶다면, 지역 주민이 생산하는 관광 상품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지역민들이 운영하는 숙소와 로컬 투어가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지역과 밀착된 여행을 선택하는 소비만으로도 오버 투어리즘이 가져오는 사회적 부작용을 상쇄하는 효과가 큽니다.
*김다영 여행 트렌드 연구소 ‘히치하이커’ 대표. 전 세계를 돌며 여행 산업의 변화를 탐구하고, 이를 기반으로 앞으로의 여행을 전망하는 일을 한다. 현재 한국관광공사를 비롯한 관광 관련 기관 및 여행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디지털 전환과 여행 트렌드 교육을 하고 있으며, 관광 마케팅과 트래블테크 분야의 자문과 심사,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일반 기업과 공공기관의 임직원을 위한 스마트 여행 전문 강사로도 활동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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