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독자] 무용해 보이지만 그래서 가장 유용한 것
〈월간 채널예스〉 4월의 독자
성과와 경쟁의 시대, 돈이 최고인 시대에 아이를 낳아 기른다는 것, 문학을 읽는다는 건 어쩌면 쓸모 없어 보일지 몰라요. 그러나 인간으로서 갖는 생명력, 존엄함, 억압의 시대를 거슬러가는 힘은 이런 무용한 데서 나오는 게 아닐까요? 무용해 보이지만 그래서 가장 유용한 거죠.
안정인(35세)
두 아이의 엄마이자 비정규직 지식노동자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대학원에서는 여성학을 공부했죠. 전공 분야인 페미니즘 관련 서적은 다 읽으려고 노력하고요. 사회과학, 소설, 에세이도 즐겨 읽어요. 학교에 다닐 때는 전공 도서를 읽느라 소설은 멀리 했지만, 엄마가 된 후로부터는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을 짬 내서 읽고 있어요.
평론가 김현 선생님께서 “문학은 써먹을 데가 없어 무용하기 때문에 유용한 것이다. 모든 유용한 것은 그 유용성 때문에 인간을 억압하지만, 문학은 무용하므로 인간을 억압하지 않는다. 그 대신 억압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고 하셨잖아요. 성과와 경쟁의 시대, 돈이 최고인 시대에 아이를 낳아 기른다는 것, 문학을 읽는다는 건 어쩌면 쓸모 없어 보일지 몰라요. 그러나 인간으로서 갖는 생명력, 존엄함, 억압의 시대를 거슬러가는 힘은 이런 무용한 데서 나오는 게 아닐까요? 무용해 보이지만 그래서 가장 유용한 거죠.
어릴 때, 제가 좀 자주 아픈 편이었어요. 몸이 약한 아이가 에너지를 별로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이 독서였던 것 같아요. 결혼한 후로는 아이 둘을 낳고 기르며 사회에서 소외되었다고 느껴질 때, 책을 꺼내 읽었죠. 조용한 집에서 혼자 책을 읽고 하루 종일 골똘히 생각하다가 짧은 글을 페이스북에 풀어냈을 때, 친구들이 공감을 많이 해줬어요. 제겐 큰 힘이 됐죠. 특히 둘째 아이를 낳고 첫 아이와 관계가 힘들 때, 밤마다 일기를 썼는데요. 내가 살려고 했던 일이었는데 나중에 심리상담책을 보니, 매우 효과적인 치유법 중 하나라고 써있더라고요.
책은 주로 인터넷서점에서 구입해요. 관심이 있는 책은 미리 카트에 담아뒀다가 모아서 구입해요. 물론 가끔 오프라인서점도 가요. 사 들고 오는 재미가 있어서 일부러 한 두 권은 사오곤 하죠. 신뢰 가는 사람의 추천을 받아 책을 구입하기도 해요. 진심을 다해 리뷰를 쓰기도 하고요.
근래 가장 인상이 깊었던 책은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예요. 부모가 자신의 아이를 전부 알 수는 없다는 겸허함, 내 아이를 둘러싼 사회가 정말 중요하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어요. 또 최은영 작가님의 첫 소설집 『쇼코의 미소』, 오소희 작가님의 『엄마 내공』도 재밌게 보았어요. 소설가 중에는 김애란 작가님을 가장 좋아하는데, 최은영 작가님의 신작도 기대돼요. 아, 사회과학 쪽에서는 엄기호, 김두식 선생님의 책이 기다려집니다.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수 클리볼드 저/홍한별 역 | 반비
이 책은 몇 문장으로 요약하기 어려울 정도로 종합적으로, 딜런 클리볼드가 태어나서 사건을 벌이기까지의 17년, 또 사건 발생 후 17년, 총 34년간의 일을 정리하고 있다. 왜 그런 사건이 벌어졌는가, 사건을 벌인 아이들은 어떤 아이들이었는가의 이야기가 중심에 있지만, 사건 이후 가해자의 가족들이 어떤 일들을 겪었고, 어떤 생각과 감정을 겪어왔는지 역시 솔직하고 세밀하게 정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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