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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그라네스 2세(Tigranes II the Great)

ⓒ Beko/wikipedia | Public Domain

그의 치세 때 아르메니아는 그 나라 역사상 유례없이 큰 세력을 떨쳤고 잠시 동안이나마 로마령 동방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가 되었다. 티그라네스는 아르타바스데스 1세의 동생 또는 아들로서 BC 2세기초 아르탁시아스가 창건한 왕조 출신이었다.

파르티아의 왕 미트라다테스 2세에게 인질로 잡혀갔으나 지금의 북서 이란에 있는 메디아와의 국경지대를 이룬 70개의 골짜기를 양도하고 풀려났다. 이후 티그라네스는 자신의 왕국을 넓히는 일에 착수해 소페네 왕국(유프라테스 강 상류의 동쪽)을 합병했다. 또한 폰투스의 왕인 미트라다테스 6세 에우파토르와 동맹을 맺고 그의 딸 클레오파트라와 결혼했다. 그러나 이 두 왕국 사이에 카파도키아 지방(소아시아 동부)을 놓고 분쟁이 벌어지자 BC 92년 로마가 개입한 사태가 일어났다.

티그라네스는 우선 파르티아와 전쟁을 시작했다. 당시 파르티아(카스피 해 남동쪽에 있음)는 미트라다테스 2세의 죽음(BC 87경)으로 내분이 일어났고 스키타이인의 침략을 받아 일시적으로 세력이 약해져 있었다. 티그라네스는 옛날 자신이 양도했던 골짜기들을 다시 정복하고 메디아 지방의 대부분을 폐허로 만들었으며 아트로파테네(아제르바이잔), 고르디에네·아디아베네(둘 다 티그리스 강 상류 지방에 있었음), 오스로에네의 왕들을 아르메니아의 봉신이 되게 했다. 그는 또한 메소포타미아 북부를 합병하고 카프카스 지방의 이베리아와 알바니아를 속국으로 삼았다.

셀레우코스 왕조의 세력 다툼에 지친 시리아인들이 BC 83년 티그라네스에게 자신들의 왕이 되어달라고 간청했으며, BC 78~77년 그는 카파도키아를 재점령하고 '왕 중의 왕'이라는 칭호를 썼다. 그는 아르메니아와 메소포타미아 사이의 변경(그 정확한 위치는 아직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음)에 새로운 왕실 도시인 티그라노케르타를 세워 그곳에 자신의 재물을 축적해두고 카파도키아·실리시아·시리아 지방에 있는 그리스 도시 12곳의 주민들을 옮겨와 살게 했다.

BC 72년 폰투스 왕 미트라다테스는 로마의 압력으로 아르메니아로 피신했고 BC 69년 루쿨루스가 이끄는 로마군이 아르메니아를 침략했다. 티그라네스는 티그라노케르타(BC 69. 10. 6) 및 옛 수도였던 아르타크사타에서(BC 68. 9) 2차례에 걸쳐 로마군에 패배했다. 다행히도 루쿨루스가 본국으로 소환되어 미트라다테스와 티그라네스는 잠시 숨돌릴 틈을 얻었다. 그러나 티그라네스의 아들이 그에 대항해 반란을 일으켰다.

아들 티그라네스는 파르티아 왕 프라테스 3세의 지원을 받았으나 패배한 뒤 로마의 장군 폼페이우스에게로 달아났다. 폼페이우스가 아르메니아로 진격해오자 티그라네스는 항복했으며(BC 66), 폼페이우스에게 융숭한 대접을 받고 시리아와 남부의 정복지와 교환한다는 조건으로 나머지 아르메니아 영토를 돌려받았다. 티그라네스는 그뒤 10년 이상 로마의 속왕으로서 아르메니아를 다스렸으나 소페네와 고르디에네를 제외한 다른 정복지는 모두 잃어버렸다. 그의 뒤를 이어 아들 아르타바스테스 2세가 왕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