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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판화는 성기 르네상스 양식을 유럽 전역에 보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라이몬디는 프란치아라고도 불리는 유명한 금세공자이자 화가인 프란체스코 라이볼리니의 공방에서 훈련을 받았다. 〈피라무스와 티스베 Pyramus and Thisbe〉(1505) 같은 초기 판화의 인물·옷주름선·구도뿐 아니라 딱딱하고 불규칙한 음영선에는 프란치아의 영향이 드러나 있지만, 배경·빛과 그림자를 다룬 솜씨는 그가 루카스 반 레이덴의 판화를 잘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또한 뒤러의 힘찬 윤곽선과 선영을 통해 입체감을 표현하는 법을 연구한 것도 그에게 도움이 되었다.

1510년경에는 로마로 갔고 그곳에서 라파엘로와 미켈란젤로 및 그 제자들의 작품을 복제하는 일에 거의 모든 시간을 바쳤다. 그는 돈을 많이 벌었고 많은 제자를 받아들였는데, 그중에서 가장 뛰어난 제자는 마르코 다 라벤나라고 불리던 마르코 덴테와 아고스티노 베네치아노라고 불리던 아고스티노 데 무시였다.

〈유아의 대학살 Massacre of the Innocents〉을 비롯한 라이몬디의 가장 훌륭한 판화는 그가 라파엘로파에 속했던 초기에 제작되었다. 이 작품에서는 인물을 이상적인 모습으로 표현하는 라파엘로의 화풍을 따르고 있지만, 자신에게 맡겨진 부분(둥글리기와 음영 넣기, 배경과 풍경)에서는 북구 화가들의 작품을 모방하면서 얻은 기술과 자유분방함을 한껏 발휘했다. 그러나 북구 화가들의 작품처럼 세부를 강조하지는 않았다.

라파엘로의 후기 작품들을 인그레이빙으로 복제한 라이몬디의 판화는 명암을 더 딱딱하고 거칠게 사용한 것과 구도가 약간 허술한 것이 특징이다. 라이몬디는 줄리오 로마노의 음악을 기초로 한 외설적 표현의 인그레이빙으로 인해 체포되어, 로마를 점령한 스페인인들에게 막대한 몸값을 지불해야 했기 때문에 결국 파산했고, 석방된 뒤에는 볼로냐에서 여생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