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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똑똑한 등산

산행 시 호흡법과 보행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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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는 멈추지 말고 늦춰라

아무리 천천히 산행한다 하더라도 급격한 오르막에서는 숨이 턱까지 차오르며, 혈액의 흐름이 빨라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지점에서 멈추면 안 된다. 갑자기 멈춰서면 그때까지 순조롭게 흐르던 혈액에 갑자기 산소결핍 현상이 일어난다.

이런 현상을 산소부채(oxygen debt)라고 한다. 운동할 때 평소 여분으로 비축해두었던 산소까지 모두 소비해 갑작스럽게 산소가 부족해지는 경우를 말한다. 전력으로 오르막을 오른 뒤 주저앉아 쉬면 숨이 차서 헉헉거리게 된다. 올라오는 동안 몸에서 빌려 쓴 산소를 원상태로 되돌리기 위해 서둘러 산소를 보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몸은 언제나 적정 수준의 혈류량을 유지해야 하므로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는 멈추지 말고 속도를 늦춰야 한다.

몸이 풀리는 느낌을 경험하라

숨이 턱까지 차오른 후 속도를 늦추어 천천히 걷다 보면 호흡이 점차 원활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산소 부족으로 인해 발생한 피로물질이 땀과 소변으로 배출되면서 산소 흡수 능력이 좋아지는 것이다. 또한 엔도르핀이 분비되어 스트레스 물질을 분해시킴으로써 우리를 고통에서 묘하게 해방시켜준다. 이러한 현상을 '세컨드 윈드(second wind)'라고 한다.

사점에 접어든 후 세컨드 윈드를 맞이하는 시간은 빠르면 30초~2분 정도 걸린다. 세컨드 윈드 상태가 되면 숨막힘 현상이 사라지고, 호흡은 깊어지며, 심장박동이 안정되고, 통증도 사라져 산행을 지속할 수 있게 된다.

사점(dead point)과 세컨드 윈드(second wind)

산행을 하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한계점까지 도달하는 경우가 있다.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다가 자신의 속도를 놓치게 되어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지경에 이르게 될 때, 이러한 지점을 사점이라 한다. 운동 강도가 심폐기능의 한계점을 넘어서는 경우다. 이러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운동을 지속할 경우 사망에 이르기도 하는 '죽음의 경계점'이라고 할 수 있다. 사점이 지나면 고통이 줄어들고 호흡이 순조로워지며 운동을 계속할 의욕이 생기는데, 이 상태를 세컨드 윈드, 즉 제2차 정상 상태라고도 한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호흡곤란, 가슴통증, 두통 등의 고통이 피로감으로 뇌에 전달되어 운동을 멈추게 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지점에서 산행을 멈추고 쉬는 것이다. 지방을 분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산행하는 것이라면 사점에 이르기까지 가는 산행을 해서는 안 된다. 호흡을 하기 힘들 정도로 산행한다는 것은 매우 고강도의 운동이며, 고강도의 운동을 할 때는 지방 분해가 멈추기 때문이다.

산행 중 호흡은 코로 하나, 입으로 하나?

호흡을 할 때는 코로만 호흡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코로 호흡을 해야 폐로 들어가는 공기를 따뜻하게 하고 먼지, 미생물, 세균 등을 걸러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은 평소 꾸준히 운동을 해온, 일명 '스포츠심장'의 기능을 가진 사람만이 가능하다. 스포츠심장이란 운동으로 단련된 심장으로, 심장의 수축력이 좋아 심장이 한 번 수축할 때 많은 양의 혈액을 보낸다. 따라서 일반인에 비해 1분당 심장박동수가 적어 호흡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된다. 똑같은 호흡을 하기 위해 일반인의 심장이 1분에 70~80번을 박동할 때, 스포츠심장을 가진 사람은 40~50번 정도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태가 되기 위해서는 꾸준한 산행이 필요하다. 평소 운동을 하지 않고 산행하는 초보자라면 코와 입으로 호흡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등산 시 필요한 산소를 섭취하기 위해 들이마셔야 하는 공기의 양은 1분당 약 150리터지만 코로만 들이마실 수 있는 양은 57리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등산 중에는 숨이 가쁘지 않도록 코와 입을 모두 사용해 숨을 충분히 들이마시는 것이 좋다. 또한 추운 겨울, 바람이 부는 곳에서 입을 크게 벌리고 숨을 쉬면 차가운 냉기가 바로 전달되어 호흡기에 무리를 줄 수 있다. 겨울에는 마스크 또는 바라클라바와 같이 안면을 가릴 수 있는 장비를 착용하고 호흡하는 것이 좋다.

보행법은 레스트 스텝(rest-step)으로

등산 중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가장 아낄 수 있는 방법이 걷기다. 걷기, 즉 보행을 잘하는 사람을 보면 바람에 날리듯 물 흐르듯 힘들이지 않고 사뿐사뿐 걷는다. 반면 초보자들은 성급하고 리듬감이 없다. 이는 호흡 조절 없이 무작정 나아가기만 함을 뜻한다. 결과적으로 금방 지치고 힘들어질 것이다.

등산은 100미터 달리기가 아니다. 마라톤처럼 자신의 체력을 적절히 분배할 줄 알아야 지치지 않는 산행을 할 수 있다. 근육은 이완 상태(쭉 펴진 상태)보다 수축된 상태(오므라져 있는 상태)에서 에너지 소비가 많다. 초보자가 오르막이나 계단을 오르는 모습을 자세히 보면 앞쪽 발을 쭉 펴기도 전에 뒤쪽 발을 앞으로 내딛는다. 양쪽 발 모두 에너지를 소비하는 잘못된 자세로 걷기 때문에 옆사람과 같은 양의 에너지를 사용하더라도 훨씬 일찍 지치게 된다.

레스트 스텝의 기본 원리는 중심이동의 원리다. 완만한 평지에서는 평소대로 편하게 걸으면 되지만 가파른 언덕이나 급경사의 계단을 오를 때 레스트 스텝을 사용하면 체력 안배에 도움이 된다.

산을 오를 때 한쪽 발을 앞으로 올려 딛고 있으면 무릎이 적당히 구부러진다. 이때 바로 다음 발을 내딛는 것이 아니라 구부러진 발 쪽으로 체중을 모두 옮긴다. 그리고 구부린 무릎을 가볍게 펴주는데, 이때 뒤쪽 발은 0.2~0.3초 정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반대 발을 내딛고 체중을 옮겨 무릎을 펴면서 일어설 때 반대 발도 휴식을 취한다. 무릎을 펴고 일어날 때는 자신의 체중을 근육이 아닌 뼈로 받치도록 한다. 근육의 힘을 절약하는 것이다.

이러한 원리는 연속되는 근육 운동에서 근육의 피로를 풀어주고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한다. 반복되는 근육의 수축이완 운동 사이사이에 여유를 갖게 된다. 이러한 보행법을 말 그대로 휴식을 뜻하는 '레스트 스텝'이라고 한다. 이 보행법이 숙달되면 장시간 산행에도 지치지 않고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레스트 스텝에서 명치, 무릎, 발끝은 일치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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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트 스텝의 3단계

〈1단계〉 적당한 보폭으로 딛는다.

레스트 스텝 1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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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 진행하는 발쪽으로 중심을 이동시킨다.

레스트 스텝 2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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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 중심을 이동하여 구부린 무릎을 펴주며 일어설 때 뒤쪽에 있는 발은 잠깐동안 휴식을 할 수 있다.

레스트 스텝 3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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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바닥 전체를 디뎌라

산행을 하다 보면 평지, 오르막, 내리막 또는 너덜지대나 바위가 많은 곳 등 다양한 등산로를 지나게 된다. 그런데 어떤 등산로를 지나더라도 걸을 때는 발바닥 전체로 지면을 디뎌야 한다. 발바닥 전체로 딛고 뒷부분부터 지면을 뜨면서 마지막에 발가락으로 밀어주며 걷는 것이다. 평지에서는 자연스럽게 이런 방법으로 걷게 되는데 평평하지 않은 곳에서는 앞부분만 디디며 걷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방법은 근육을 쉽게 지치게 만든다. 자신의 모든 체중을 발 한쪽 부분으로만 지탱한다면 종아리와 허벅지 근육에 그만큼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등산로가 아무리 험하더라도 내딛고자 하는 방향을 눈으로 확인한 뒤 발바닥 전체로 디딜 수 있는 곳을 찾아 디뎌야 헛디디거나 넘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고, 아울러 에너지도 절약할 수 있다.

발의 끝 부분만 걸쳐 딛는 것은 에너지를 낭비하는 보행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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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에서는 될 수 있는 한 발바닥 전체를 디뎌야 에너지 소비를 절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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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폭은 자연스럽게, 시야는 전방을

등산로에서는 평상시처럼 자연스러운 보폭으로 걸으며 관성이 유지되도록 한다. 너무 높이 딛거나 너무 멀리 디디면 관성이 멈추고 또 다른 에너지를 사용하여 에너지를 낭비하게 된다. 하산할 때는 올라가는 보폭의 절반가량으로 줄여서 내려오는 것이 무릎 관절에 오는 충격을 줄여줄 수 있다. 하산 시에 절대로 뛰어 내려가서는 안 된다.

등산로가 가파르지 않고 원만하게 탁 트여 있는 곳을 걸을 때는 시야가 전방을 향하면 된다. 또한 급경사의 오르막이나 내리막을 걸을 때는 가끔 전방을 주시하며 가야 할 길의 방향을 정하고, 발을 내디딜 때는 디딜 지점을 주시해서 디뎌야 한다.

대부분의 사고는 내리막에서 일어난다

산행 다음 날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현상은 잘못된 산행을 했다는 증거다. 걷지도 못할 정도로 다리를 절뚝거린다면 허벅지 근육과 무릎 관절이 손상된 것이다.

근육 손상은 대부분 하산할 때 발생한다. 일본의 운동생리학 전문가 야마모토 마사요시 교수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오르막을 오를 때는 호흡 순환계에 커다란 부담을 주지만 근육계에는 상처를 주지 않는다. 반면, 내려갈 때는 호흡 순환계에 부담이 적지만 근육계에 미치는 부담이 매우 크다. 호흡 순환계에 미치는 부담은 가슴 두근거림과 호흡곤란 등을 통해 즉시 나타나, 대뇌가 피로감으로 인식해 멈추라고 명한다. 그래서 올라가다가 힘들면 쉬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근육 중의 작은 세포가 손상되는 것은 즉시 파악되지 않으며 일정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다.

다음 날 나타나는 증상은 근육통이다. 근육통은 근육세포가 손상을 입었을 때 나타나는 염증에 의한 통증이다. 근력이 약한 사람에게는 더욱 잘 나타난다. 올라갈 때 몸무게가 50kg이라면 내려오면서 착지할 때 전해지는 충격은 몸무게의 두 배 이상이다. 여기에 배낭의 무게와 올라갈 때 사용해서 피로해진 근육의 상태를 감안한다면 가해지는 충격은 더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려갈 때는 호흡에 영향을 거의 받지 않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내려가는 경우가 많다. 달리듯이 내려갈 때 관절과 하중의 충격은 더욱 늘어나고, 멀리 딛기 위해서 앞뒤 발의 간격이 벌어질 때 뒤쪽 발의 대퇴사두근이 신장성 수축을 하여 무리하게 되는 것이다. 앞쪽 발은 관절에 충격을 받고, 뒤쪽 발은 근육세포가 손상을 입는다. 따라서 내려갈 때는 오히려 올라갈 때 보폭의 절반 정도로 발을 디뎌야 부상을 예방할 수 있다.

다양한 상황에서의 보행법

산에는 다양한 형태의 등산로가 있다. 따라서 길의 형태에 따라 걷는 방법도 달리 해주어야 안전한 산행을 할 수 있다.

계단이나 급경사를 오를 때

등산로의 계단이나 급경사를 오를 때는 철저하게 레스트 스텝을 적용하여 올라야 한다. 속도는 천천히 유지하고, 레스트 스텝으로 이동하면서 호흡은 편하게 들이쉬고 내뱉는다. 또한 다양한 근육을 사용해 오르면 피로감을 덜 느낄 수 있다. 정강이를 기준으로 안쪽, 바깥쪽, 정면 근육을 번갈아가며 사용하면 된다. 걸음 모양은 지그재그 형태로 나타난다. 계단을 내려갈 때도 마찬가지 방법을 사용하면 도움이 된다.

가파른 곳을 내려갈 때

등산로의 내리막길에서 급경사진 계단이나 로프를 잡고 이동할 때 정면으로 내려가면 중심이 앞으로 쏠려 넘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내려가는 방향으로 돌아선 채 로프나 계단난간을 잡고 내려가는 것이 안전하다.

사다리가 놓인 경사진 곳

사다리는 맨몸으로 그냥 오르내리기 힘든 곳에 설치되어 있다. 겁을 먹고 사다리에 매달리다시피 한다면 오히려 위험하다. 몸은 가능한 한 사다리에서 멀리 떨어지도록 유지한 채로 시선은 눈앞의 사다리 끝 부분을 보도록 한다.

돌이 많은 경사진 곳

돌이 많은 곳에서는 낙석에 주의해야 한다. 조심성 없이 발을 내딛다가 굴러내린 돌에 뒷사람이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폭을 작게 하고 최대한 돌을 차지 않으면서 돌을 누르듯이 발을 얹어 내디뎌야 한다.

물이 흐르는 계곡

산행 중 계곡을 만난다면 과감히 후퇴하거나 최대한 피해 가는 것이 가장 좋다. 부득이하게 반드시 건너야 한다면 계곡의 폭이 넓어 물살이 약하며 깊이가 얕은 곳으로 건너야 한다. 깊이가 무릎 이상이라면 위험하므로 자제하고, 비가 와 계곡물이 불어난 경우에는 절대 건너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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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기 집필자 소개

국립 목포대 레저스포츠학과 스포츠마케팅 석사과정 중이며, 코오롱등산학교 교육센터 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중국 사천성 산악구조대 훈련교관, 한국산악회 이사, 대한산악연맹 등산교육원 전임강사로 참..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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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등산
똑똑한 등산 | 저자김성기 | cp명하서출판사 도서 소개

건강하고 안전한 등산을 위한 필수 지침서. 등산 전에 알아야 할 핵심 노하우를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하게 다루며 건강하고 안전하게 등산을 즐길 수 있도록 안내한다.

전체목차
Part 4. 산행 중의 에너지 저장과 소비 산행과 신체 에너지의 관계 산행식량 섭취와 준비방법
Part 7. 배낭 안의 필수품들 사계절 산행 시 필수품 가을·겨울 산행 시 추가 준비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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