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사전 상세 본문

출처 더 기타리스

크리스 임펠리테리

Chris Impellitteri

그는 왜 그토록 속주에 집착했을까

요약 테이블
출생 1964년
국적 미국
대표작 「Stand in Line」(1988)
크리스 임펠리테리

ⓒ 어바웃어북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1980년대 후반은 헤비메탈의 마지막 전성기였다. 그리고 당시의 헤비메탈 씬은 고도의 테크닉으로 무장한 기타 영웅들의 일대 격전장이었다. 그런데 온갖 테크닉 중에서도 가장 높은 가중치는 속주에 주어졌다. 누가 더 빠르냐가 최대의 관심사였다. 속된 말로 빠르면 먹어주는 시대였다. 1987년 수많은 속주 기타리스트들이 각축을 벌이던 전장에 또 한 명의 고수가 나타났으니 그의 이름은 크리스 임펠리테리였다.

빨리 쳐야 인정받았던 시절

1964년 미국 코네티컷에서 태어난 크리스 임펠리테리는 1987년 자신의 성을 밴드명으로 삼은 그룹 임펠리테리(Impellitteri)를 이끌고 록계에 처음 명함을 내밀었다. 그 해 첫 번째 EP 「Impellitteri」를 발표하고 이때부터 이미 놀라운 속주를 앞세운 화려한 솔로 플레이로 주목을 받았지만 앨범은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다.

1988년 밴드의 창단 보컬리스트였던 밥 록(Bob Rock)이 떠난 자리를 관록의 보컬리스트 그래험 보넷이 채우면서 임펠리테리의 최고작 「Stand in Line」이 나왔다. 재미있는 것은 잉베이 말름스틴과 크리스 임펠리테리의 라이벌 구도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든 그래험 보넷의 상관관계이다. 속주에 관한 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두 사람이고 보면 라이벌 의식이 없었을 리 없다. 장르적으로도 이들은 네오 클래시컬 메탈, 이른바 바로크 메탈의 범주로 함께 묶인다. 나이는 잉베이 말름스틴이 불과 한 살 위이지만 데뷔시기는 3,4년 이상 빨랐으니 크리스 임펠리테리가 잉베이 말름스틴의 영향을 받았음은 분명해 보인다. 크리스 임펠리테리의 기타 연주에 클래시컬한 요소가 많은 것은 1960년대 말 리치 블랙모어에서 시작되어 1980년대 잉베이 말름스틴으로 이어 내려온 일련의 흐름 속에 있는 것이다. 잉베이 말름스틴의 알카트라즈를 떠난 그래험 보넷의 다음 기착지가 크리스 임펠리테리가 이끌던 임펠리테리였던 것은 우연이라 하기엔 뭔가 절묘한 측면이 있다.

최고의 전성기라 할 수 있는 「Stand in Line」 앨범 발표 당시 임펠리테리

ⓒ 어바웃어북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아무튼 크리스 임펠리테리와 그래험 보넷의 조합은 잘 맞았다. 「Stand in Line」은 임펠리테리를 정의하는 단 한 장의 앨범이기 때문이다. 그래험 보넷의 야성적인 보컬과 크리스 임펠리테리의 인정사정 볼 것 없는 속주는 썩 잘 어울리는 조합을 이루었다. 「Stand in Line」은 한 마디로 당대의 속주 경향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앨범으로, 전반에 걸쳐 크리스 임펠리테리의 속주가 폭발한다. 첫 곡 〈Stand in Line〉은 안개 속을 뚫고 들려오는 듯한 은은한 종소리로 시작하지만 이내 속주 모드로 돌입한다. 그리고 수록곡 가운데 〈Secret Lover〉 〈White and Perfect〉 〈Goodnight and Goodbye〉에 이르기까지 앨범의 곳곳에서 그의 광속 질주는 계속된다. 특히 곡의 중반부터 작렬하는 속주 애드립이 인상적인 〈Goodnight and Goodbye〉는 힘과 박력이 넘치는 드럼의 전폭적인 지원이 눈길을 끄는데 여기서 또 하나 흥미를 끄는 것은 당시 밴드의 드러머가 훗날 미스터 빅의 드러머가 되는 팻 토페이(Pat Torpey)였다는 사실이다.

그레험 보넷과 크리스 임펠리테리

ⓒ 어바웃어북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 앨범에서 크리스 임펠리테리는 오로지 속주에만 집중하지는 않았다. 대중적인 고려는 〈Since You've Been Gone〉의 배치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원래 레인보우의 곡으로 가장 유명하고 알카트라즈도 리메이크했던 이 곡은 대중적으로도 아주 친숙한 록 넘버인데, 레인보우에서도, 알카트라즈에서도, 임펠리테리에서도 보컬은 그래험 보넷의 몫이었다. 같은 보컬이지만 조금씩 다른 느낌을 주는 세 밴드의 버전을 비교하면서 들어보는 것도 아주 재미있는데 임펠리테리의 버전은 가장 명료하면서도 스피디하다. 그리고 결코 빼놓을 수 없는 한 곡 〈Somewhere over the Rainbow〉가 있다. 크리스 임펠리테리는 속주에 능하면서도 서정적인 멜로디 라인을 뽑아내는 데에도 일가견이 있는 기타리스트이다. 그의 곡 가운데 아마도 가장 유명한 곡일 〈Somewhere over the Rainbow〉는 그것을 잘 보여준다. 영화 [오즈의 마법사]의 수록곡으로 주디 갈란드(Judy Garland, 1922~1969) 이래 수많은 뮤지션들이 리메이크했던 이 명곡을 크리스 임펠리테리는 애절하면서도 로맨틱하기 그지없는 기타 연주곡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것은 세상에 존재하는 〈Somewhere over the Rainbow〉의 수많은 리메이크 중에서도 가장 이색적이고 개성 넘치는 버전 가운데 하나로 이후 수많은 기타 키드들이 앞다투어 커버했던 곡이기도 하다. 물론 이 서정적인 인스트루멘틀 넘버에서조차도 그의 속주 본능은 감출 수가 없는 것이어서 그 와중에도 속주는 어김없이 등장한다.

아쉬운 것은 임펠리테리의 전성기가 「Stand in Line」, 이 한 장의 앨범을 마지막으로 사실상 끝났다는 것이다. 이후 임펠리테리는 잦은 멤버 교체 속에서도 활동을 지속하고 있고 가장 최근에는 초창기 보컬리스트 밥 록이 다시 합류해 앨범을 내기도 했지만 반응은 영 시원치 않다.

잉베이 말름스틴보다도 빨랐다

크리스 임펠리테리는 펜더 스트라토캐스터와 마샬 앰프의 전형적인 조합을 통해 속주의 한계를 실험한 기타리스트이다. 그는 아르페지오 스윕 피킹과 얼터네이트 피킹을 폭넓게 활용해 속주의 전장을 누볐다. 그러면서도 클래시컬한 느낌을 만드는 프레이즈와 마이너 스케일을 통해 서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대표적으로 〈Somewhere over the Rainbow〉가 그것을 잘 보여준다.

크리스 임펠리테리에 대한 비판의 대부분은 그가 속주에 집착해 다른 부분을 대거 희생시켰다는 데에 집중된다. '건조한 속주', 그것이 그의 한계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위에서도 얘기했듯이 단지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아쉽게도 그는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멈추고 말았다. 그가 더 이상 꽃피지 못한 것은 아마도 그의 재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1980년대가 갔고 헤비메탈의 시대가 갔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크리스 임펠리테리는 최소한 속주에 관해서는 잉베이 말름스틴을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2008년 「기타 월드」에 의해 에드워드 반 헤일런, 랜디 로즈, 잉베이 말름스틴 등과 함께 역사상 가장 빠른 기타리스트 가운데 한 명으로 선정되었다. 2005년에는 「기타 원」 매거진의 독자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마이클 안젤로 바티오(Michael Angelo Batio, 그는 두 대의 기타가 V자로 붙은 모양을 한, 생긴 것도 기묘한 기타들로 기인열전 수준의 속주를 들려준다. 그것은 연주라기보다는 묘기에 가깝다)에 이어 역사상 두 번째로 빠른 기타리스트로 선정되었다. 이 투표에서 3위는 잉베이 말름스틴이고 4위는 폴 길버트였다.

「Stand in Line」(1988)

ⓒ 어바웃어북 |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본 콘텐츠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위 내용에 대한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자료제공처 또는 저자에게 있으며, Kakao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정일서 집필자 소개

1970년 순천에서 태어나 중학교 시절 가족과 함께 서울로 이사했다. 이때부터 지독한 라디오 키드, 팝송 키드였다. 휘문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성공회대 문화대학원에서 공부했으며 19..펼쳐보기

출처

더 기타리스트
더 기타리스트 | 저자정일서 | cp명어바웃어북 도서 소개

195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대중을 이끈 위대한 기타리스트! 재즈와 블루스, 록큰롤, 하드 록과 헤비메탈, 펑크와 모던 록 탄생에 이르는 대중음악의 역사 속 기타리..펼쳐보기

전체목차
Chapter 3. 영웅들의 탄생 - 1960년대 스티브 크로퍼 - 멤피스 사운드를 추억하다 조지 해리슨 - 그의 기타가 조용히 흐느낄 때 키스 리처드 - 롤링 스톤스의 음악감독 로이 부캐넌 - '세계 최고의 무명 기타리스트'라는 농담 에릭 클랩튼 - Life is Slowhand 마이크 블룸필드 - 흑인 블루스 마스터를 향한 백인 블루스 보이의 경의 프랭크 자파 - 록이 포스트모더니즘에 말을 걸다 피트 타운센드 - 에어 타운센드, 디스트로이어 타운센드 로저 맥귄 - 밥 딜런과 비틀스의 조우, 그리고 버즈 지미 헨드릭스 - 뒤바뀌지 않는 넘버 원 제프 벡 - 기타리스트의 애티튜드란 어떠해야 하는가 로비 로버트슨 - 록 음악의 여러 정경을 풍요롭게 그려낸 축복 제리 가르시아 - 여름, 몬트레이, 우드스톡 그리고 그레이트풀 데드 클라렌스 화이트 - 컨트리 록을 탄생시킨 숨은 그림자 지미 페이지 - 어느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제플린호'의 선장 존 맥러플린 - 대영제국의 기타 학자 리치 블랙모어 - 하드 록 기타의 교본을 완성하다 피터 그린 - 록 역사상 두 가지 아쉬운 질문 조지 벤슨 - 아티스트 혹은 엔터테이너 논란 스티븐 스틸스 - 슈퍼 그룹의 계보를 논하다 닐 영 - 예측불허라는 사실만을 예측할 수 있는 사람 조니 윈터 - 뮤지션의 인생을 바꾼 한 줄의 기사 듀언 올맨 - 록의 여신에게 가혹하게 선택된 자유로운 새 산타나 - 우드스톡의 신성에서 록계의 초자연주의자로 귀환 로비 크리거 - 그들은 결국 인식의 문을 열었는가? 데이비드 길모어 - 위대한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의 1등 항해사 리처드 톰슨 - 브리티시 포크계의 뚜렷한 족적 로버트 프립 - 록에 예술의 옷을 입히다
Chapter 5. 헤비메탈 무법지대를 크로스오버하는 연금술사들 - 1980년대 개리 무어 - 그의 기타만큼 슬피 우는 기타는 없다 케이 케이 다우닝 & 글렌 팁튼 - '메탈의 神'으로 불리는 트윈 기타리스트들 앵거스 영 - 반바지 교복을 입고 하드 록의 본령을 사수하다 마이클 쉥커 - 'Rock will never die'의 진원지 리 릿나워 - 퓨전 재즈계 단 한 명의 '캡틴 핑거' 알 디 메올라 - 피킹의 마술적 경지에 오른 사나이 팻 메스니 - 현존하는 가장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기타리스트 애드워드 반 헤일런 - 오직 헨드릭스만이 그의 앞에 있다 데이브 머레이 - 끔찍한 고문기구만큼 파괴적인 사운드 조 새트리아니 - 기타계의 비르투오소 랜디 로즈 - 섬광보다 강렬한 기타 소리, 불꽃 같은 삶 프린스 - 섹시한 팝스타 혹은 비범한 뮤지션 스티브 루카서 - 반주자라는 오해, 연주자로서의 정체성 스티비 레이 본 - 길 잃은 1980년대 블루스 록계의 나침반 피터 벅 - 평범함을 잃지 않는 연주가 가장 비범하다 존 사이크스 - '깁슨 레스 폴 커스텀'을 제대로 폭발시키는 파워 기타맨 리치 샘보라 - 그를 평가절하할 이유는 없다 에릭 존슨 - 기타계의 손꼽히는 멜로디 메이커 더스턴 무어 - 불협화음을 '연주'하는 기타리스트 엣지 - 음악은 코드 세 개만으로도 감동을 준다 잉베이 말름스틴 - 헤비메탈과 바로크 음악의 예기치 않은 조우 비비안 캠벨 - 가슴 깊이 블루스 필을 간직한 벨파스트의 기타 영웅 데이브 머스테인 - 스래시 메탈이 지고 있다. 그러나, 타협은 없다! 조니 마 - 브릿팝의 시조, 그 쟁글거리는 기타 톤 커크 해밋 - 헤비메탈 정통성의 마지막 사수자 크리스 임펠리테리 - 그는 왜 그토록 속주에 집착했을까 마티 프리드먼 - 동양적인 헤비메탈이란 어떤 것일까 제이슨 베커 - 마음으로 치는 기타가 조용히 흐느낄 때 슬래쉬 - 그의 기타에는 총과 장미가 공존한다 존 스콰이어 - 매드체스터, 맨체스터 폭발의 뇌관
전체목차
TOP으로 이동
태그 더 보기


[Daum백과] 크리스 임펠리테리더 기타리스트, 정일서, 어바웃어북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