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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 | 1949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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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 | 스코틀랜드 |
대표작 | 「Brothers in Arms」(1985) |
마크 노플러의 손에 들린 기타는 손오공의 여의봉일지 모른다. 그만큼 그의 기타는 변화무쌍함을 뽐내면서도 천의무봉(天衣無縫)의 자연스러움을 지녔다. 하긴 그에게는 캐릭터 상으로나 연주 스타일 면에서나 손오공의 경박함과 부잡스러움이 없으니 그의 기타는 차라리 손오공의 여의봉보다는 삼장법사의 지팡이에 비유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겠다.
마크 노플러는 무표정한 기타리스트여서 때로 그의 모습은 심드렁해 보이기까지 한다. 수많은 라이브에서 관객들은 열에 들떠 춤을 추고, 함께 연주하는 연주자들 또한 흥에 겨워 상기된 표정으로 몸을 흔들 때에도 그는 거의 무심한 얼굴로 그러나 너무나 멋지게 기타를 친다. 다이어 스트레이츠의 유명한 라이브 콘서트 가운데 하나인 1983년의 알케미 라이브(Alchemy Live)에서도, 1986년의 시드니 라이브에서도 그는 냉정함을 유지한다. 별다른 제스처도 없이 가끔 알 듯 말듯 한 미소를 머금을 뿐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그의 기타는 정말이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절제와 완급조절 면에서라면 그는 최고의 기타리스트임이 분명하다. 마크 노플러는 실제 솔로 연주를 아주 잘 하고 테크닉 또한 뛰어나지만 절대로 오버하는 법이 없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중요한 것은 곡이다. 현란한 테크닉의 솔로는 단지 보여주기 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화려함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곡과 잘 연결되는 솔로가 좋은 연주이다." 이 한 마디가 그의 기타 철학을 대변한다.
솔로 에드립을 잘 해야만 위대한 기타리스트가 되는 것은 아니다
마크 노플러는 1949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우에서 태어났다. 음악을 좋아했던 부모 덕분에 어려서부터 음악을 접했다. 십대 시절에는 친구들과 스쿨밴드를 만들었는데 이 때 쳇 앳킨스, 스코티 무어, 비비 킹, 장고 라인하르트, 행크 마빈 등의 기타 연주를 접하고 큰 영향을 받았다. 그는 다채로운 경력의 소유자이다. 대학에서는 문학과 저널을 공부했고 졸업 후에는 고등학교 교사와 신문사 기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1977년 마크 노플러는 동생인 데이비드 노플러(기타, David Knopfler)와 존 일슬리(베이스, John Illsley), 픽 위더스(드럼, Pick Withers)와 함께 다이어 스트레이츠를 결성했다. 그 해 여름 다이어 스트레이츠는 다섯 곡이 담긴 데모 테이프를 녹음했는데 그 중에는 밴드의 최초 히트곡이 되는 〈Sultans of Swing〉이 포함되어 있었다.
정식 데뷔 앨범 「Dire Straits」는 1978년에 나왔다. 데뷔 앨범인데도 이미 충분히 원숙한 마크 노플러의 기타 연주가 빛을 발한 〈Sultans of Swing〉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1980년작 「Making Movies」는 마크 노플러의 변화된 스타일과 발전된 송라이팅 능력이 두드러지는 앨범이다. 그는 이 앨범에서 재즈적인 어프로치를 선보임과 동시에 편안한 컨트리 지향성도 숨기지 않았다. 〈Tunnel of Love〉 〈Romeo and Juliet〉 등이 인기를 끌었다.
1985년 앨범 「Brothers in Arms」는 다이어 스트레이츠의 모든 것이 집약된 역작이다. MTV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빌보드 싱글차트 1위에 오른 히트곡 〈Money for Nothing〉에서 들려준 파워풀한 리프와 마음을 침잠하게 하는 록 발라드 〈Brothers in Arms〉에서 들려준 쓸쓸하기 그지없는 스산한 연주는 마크 노플러 기타의 양면을 잘 보여준다. 그 뿐만이 아니다. 편안한 연주와 읊조리는 보컬로 일관하는 컨트리 성향의 노래 〈So Far Away〉와 차트상에서도 크게 히트한 다이내믹한 록 넘버 〈Walk of Life〉, 전주부의 색소폰이 매력적인 재즈적 느낌의 〈Your Latest Trick〉, 그리고 훗날 나나 무스크리(Nana Mouskouri)가 리메이크하기도 했던 〈Why Worry〉에 이르기까지 앨범은 뭐 하나 버릴 것 없이 매력적인 곡들로 가득 차 있다.
다이어 스트레이츠는 공연을 많이 하는 밴드였고 라이브 앨범도 여러 장 발표했는데, 그 중에서도 「Alchemy」(1984)가 최고의 작품으로 꼽힌다. 1983년 여름 런던 햄머스미스 오데온에서 펼쳐진 공연실황을 담은 앨범으로 원곡보다 길게 늘려 무려 11분 동안 연주한 〈Sultans of Swing〉이 단연 하이라이트이다. 여기서 마크 노플러는 그 어느 때보다 현란한 기교를 보여주는데, 그러면서도 역시나 냉정을 유지하면서 묵직하게 중심을 잡는다.
1995년 마크 노플러는 본격적인 솔로 활동에 돌입했고 리더가 떠난 다이어 스트레이츠는 자연스럽게 소멸되었다. 마크 노플러의 솔로 활동은 다이어 스트레이츠 시절만큼 화려하진 않았지만 거장다운 호방한 면모를 보여주었다. 1996년에 발표한 솔로 데뷔 앨범 「Golden Heart」와 2000년에 나온 2집 「Sailing to Philadelphia」가 주목할 만한 솔로 앨범이다. 이밖에 마크 노플러는 컨트리 음악에도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기울인다. 그는 많은 컨트리 스타들과 함께 작업하고 공연했는데, 1990년 쳇 앳킨스와 함께 만든 「Neck and Neck」와 2006년 에밀루 해리스와 함께 한 「All the Roadrunning」이 특히 많은 관심을 끌었다.
마크 노플러는 영화음악 분야에서도 일가를 이룬 인물이다. 그는 1983년 [Local Hero]의 음악 작업에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꽤 많은 영화음악을 만들었는데,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은 1984년 영화 [Cal]의 주제곡 〈The Long Road〉이다. 〈The Long Road〉는 1980~90년대 국내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 [영화음악실]의 시그널 음악으로 쓰여 우리에게도 친숙하다. 데이비드 놀란(David Nolan)의 애잔한 바이올린 선율이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구게 만드는 1989년 영화 [브룩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의 러브 테마곡 〈A Love Idea〉도 마크 노플러가 만든 곡이다.
누구보다 쉽고 편안하게, 그것도 무표정한 얼굴로
마크 노플러의 연주는 부드럽다. 맛깔스러운 연주 혹은 감칠맛 나는 연주라는 표현은 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이다. 그는 내추럴 톤을 선호하며 특정한 스케일에 얽매이지 않고 곡마다 그 안에서 가장 적절한 프레이즈를 만들어낸다. 그는 곡 속에 자연스럽게 잘 녹아드는 해석력이 뛰어난 솔로를 만드는 데에도 탁월한 능력을 보이지만 그러나 솔로 연주는 그의 지향점이 아니다. 그가 만든 곡들은 특정 악기가 리드하기보다는 각각의 파트가 잘 어우러져 편안하고 안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그는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솔로를 줄이는 대신 곡 전체의 분위기와 진행을 자연스럽게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다.
마크 노플러가 주로 사용하는 기타는 펜더 스트라토캐스터와 텔레캐스터이지만 1980년대 다이어 스트레이츠 시절엔 깁슨 레스 폴 기타도 즐겨 사용했다. 그는 피크를 사용하지 않고 손가락으로 피킹하는 기타리스트로 유명한데, 실제로 그는 공연에서 피크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데 언젠가 한 인터뷰에서 마크 노플러는 갑자기 호주머니에서 피크를 꺼내 진행자를 깜짝 놀라게 한 적이 있다. 그 자리에서 그는 녹음실에서 리듬 기타를 칠 때는 자신도 종종 피크를 사용한다고 털어놓았다.
마크 노플러의 무심하듯 내뱉는 목소리는 밥 딜런과 연결되는 부분이 있고 맛깔스런 블루스 필의 기타 연주는 에릭 클랩튼을 연상시키는 면이 있다. 실제로 마크 노플러는 이들과 인연이 깊다. 그는 밥 딜런의 앨범 「Slow Train Coming」에 참여해 기타를 쳐 주었고 「Infield」에서는 기타 연주뿐만 아니라 앨범 전체의 프로듀싱까지 맡았다. 밥 딜런은 초창기 마이크 블룸필드와 로비 로버트슨 이후로 마크 노플러의 기타 연주를 가장 마음에 들어 했다. 마크 노플러와 에릭 클랩튼은 종종 한 무대에 함께 등장한다. 뒤에서 조용히 백킹을 해주던 에릭 클랩튼이 어느 순간 앞으로 툭 튀어나와 솔로를 치고 마크 노플러가 선배 거장에게 솔로를 맡기고 뒤로 빠져 여유롭게 뒤를 받치는 장면은 볼 때마다 흐뭇하다. 만면에 웃음을 띤 두 사람의 표정이 그렇게 만든다.
허영만 화백의 만화 중에 『고독한 기타맨』이라는 만화가 있다. 나는 『고독한 기타맨』을 고등학교 시절에 읽었는데, 스토리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기억을 더듬어보면 만화 속 주인공인 강토의 꿈은 위대한 뮤지션, 위대한 기타리스트가 되는 것이었다. 그는 꿈을 이루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가는데 만화 속에서 밥 딜런의 앨범 세션을 위해 구성된 드림팀이 등장한다. 그 드림팀에 마크 노플러가 포함되어 있었다. 리드 보컬은 주인공 강토가 맡고 하모니카는 밥 딜런, 키보드와 신디사이저는 맨프레드 맨, 드럼에는 데니스 엘리옷, 오르간은 대릴 홀, 백 보컬은 스티비 닉스 등으로 갖다 붙인 이 가상의 리스트에서 기타는 마크 노플러가 맡고 있었다. 명단을 받아든 우리의 주인공 강토는 이렇게 감탄사를 내뱉는다. "아…… 이런 기라성 같은 스타들이!" 마크 노플러는 당시 그 반열에 있었다.
트레이드마크처럼 되어버린 헤어밴드를 하고 피크 대신 손가락으로 쳐대던 그 현란한 연주라니. 그러나 더욱 감탄할 수밖에 없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그 연주를 마크 노플러는 누구보다 쉽고 편안하게 그것도 무표정한 얼굴로 해낸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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