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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 | 1945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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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 | 미국 |
대표작 | 「Stephen Stills」(1970) |
밴드나 솔로 활동을 통해서 이미 실력이 검증된 유명 뮤지션들이 헤쳐 모인 형식으로 새롭게 결성한 밴드를 통칭해서 흔히 '슈퍼 그룹'이라고 한다. 팝 음악의 역사에서 슈퍼 그룹 혹은 슈퍼 밴드로 불리는 팀은 많은데 대표적으로 1960년대 말 에릭 클랩튼이 재적했던 크림과 블라인드 페이스가 있었고, 크로스비 스틸스 내쉬 & 영(Crosby, Stills, Nash & Young, 이하 'CSNY')이라는 당대의 슈퍼 프로젝트도 있었다. 1970년대의 에머슨 레이크 & 파머(Emerson Lake & Palmer)나 배드 컴퍼니(Bad Company)도 슈퍼 그룹으로 불렸고, 1980년대로 넘어오면 아시아(Asia)와 배드 잉글리시(Bad English) 등이 있었으며, 그 뒤로도 그 계보는 오디오슬레이브(Audioslave)와 벨벳 리볼버(Velvet Revolver) 등으로 이어져오고 있다.
그런데 이 '슈퍼 그룹'이라는 용어가 언제부터 쓰이게 되었는지는 명확하지가 않다. 다만 가장 가능성 높은 추론은 1968년에 알 쿠퍼의 아이디어에 의해 탄생한 음반인 「Super Session」이 그 출발점이었다는 주장이다.
스티븐 스틸스는 알 쿠퍼의 「Super Session」에 마이크 블룸필드와 함께 초빙되었던 인물이다. 그는 2003년 「롤링 스톤」이 선정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기타리스트 100' 순위에서 28위에 올라있으며, 2007년 크로스비 스틸스 & 내쉬(이하 'CSN')와 버펄로 스프링필드의 멤버로서 동시에 록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됨으로써 같은 날 두 번 이름을 올린 최초의 뮤지션이라는 기록도 갖고 있다.
밴드의 자유로운 이합집산을 즐긴 보헤미안
스티븐 스틸스는 1945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태어났다. 군인 집안에서 태어나 아버지의 근무지를 따라 자주 이사를 다녀야만 했다. 어려서부터 음악에 관심을 보인 그는 플로리다와 루이지애나 같은 미국 내 지역뿐 아니라 코스타리카와 엘살바도르 등에서 외국 생활까지 경험하면서 블루스와 포크 뿐 아니라 라틴 음악으로부터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
1960년대 초에는 본격적인 음악활동을 위해 대학을 그만 두고 뉴욕으로 가서 유명한 카페인 카페 어 고고(Cafe A Go Go)의 하우스 밴드인 오 고고 싱어스(Au Go Go Singers)를 결성해 활동하다 훗날 버펄로 스프링필드의 동료가 되는 리치 퓨레이(Richie Furay)를 만났다.
1965년에는 캐나다 투어 중에 닐 영을 만났으며, 이듬해 닐 영이 미국 로스엔젤리스로 이주해 오자 리치 퓨레이와 브루스 파머(Bruce Palmer, 1946~2004), 듀이 마틴(Dewey Martin, 1940~2009) 등과 함께 버펄로 스프링필드를 결성했다.
버펄로 스프링필드의 활동기간은 2년이 채 되지 않았고 그동안 발표한 앨범도 세 장에 불과하다. 히트곡도 1966년 발표한 데뷔 앨범 「Buffalo Springfield」의 수록곡 〈For What It's Worth〉가 유일하다. 이렇듯 버펄로 스프링필드는 대중적인 성공과는 거리가 먼 밴드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대에 미친 영향에 있어서만큼은 그 크기와 중요성을 상당히 높게 평가받는다.
포크 록과 컨트리 록의 뼈대 위에 당대를 호령하던 사이키델릭 사운드까지 수용하고 있었던 버펄로 스프링필드가 선보인 예리하면서도 서정적인 기타와 다소 난해하면서도 조화롭기 그지없던 화성은 이후 등장한 1960~70년대의 수많은 포크 록, 컨트리 록 밴드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특히 스티븐 스틸스는 자신이 만든 노래 〈For What It's Worth〉를 통해 히피이즘이 꽃을 피우던 당시의 시대상을 제대로 포착했다는 찬사를 이끌어냈다.
버펄로 스프링필드의 해산 직후 알 쿠퍼의 요청으로 「Super Session」(1968) 프로젝트에 참여한 스티븐 스틸스는 곧바로 또 다른 슈퍼 그룹을 출범시켰다. 1968년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홀리스(Hollies)의 공연이 끝난 후 조니 미첼의 집에 모인 데이비드 크로스비와 그래험 내쉬, 스티븐 스틸스는 함께 그룹을 결성하기로 뜻을 모았다. 데이비드 크로스비와 스티븐 스틸스는 이미 버즈와 버펄로 스프링필드를 떠난 상태였으므로 그 해 겨울 그래험 내쉬가 홀리스를 탈퇴해 합류하면서 이 놀라운 프로젝트는 현실이 되었다. 각자가 이미 뛰어난 송라이터이자 연주자로 공인받은 이들이 한데 뭉쳤으니 기대가 큰 것은 당연했다. 세 사람의 성에서 이니셜을 취해 밴드명을 만든 CSN는 1969년 데뷔 앨범 「Crosby Stills & Nash」를 발표하며 그 위용을 드러냈다. 스티븐 스틸스가 작곡한 〈Suite : Judy Blue Eyes〉가 포문을 열고 있는 앨범은 빌보드 앨범차트 5위까지 올랐고, CSN은 이듬해 그래미 어워즈에서 최우수 신인상을 수상하며 성공적인 출발을 알렸다.
CSN은 1969년 닐 영을 받아들여 CSNY으로 재편되었다. 안 그래도 슈퍼 그룹으로 주목받던 CSN이 CSNY으로 업그레이드된 것은 우드스톡 페스티벌과 함께 1969년의 가장 놀라운 사건으로 꼽힐 만큼 화젯거리였다. 우드스톡에 출연해 존재를 알린 CSNY는 이듬해 데뷔 앨범 「Deja Vu」를 발표했는데 이 앨범 역시 스티븐 스틸스가 만든 〈Carry On〉으로 시작된다. 앨범 발표 이후 대대적으로 벌인 투어의 제목도 'Carry On' 투어였다. 앨범은 1960년대가 지나가면서 히피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파괴와 태동의 기운이 격돌하던 혼돈의 시기에 터져 나온 역작, 치열한 시대정신이 반영된 걸작이라는 찬사 속에 빌보드 앨범차트 1위에 오르며 대중적으로도 성공을 거두었다. 전체적으로는 닐 영의 가세로 좀 더 강력해진 일렉트릭 기타 사운드가 두드러져 보였지만 사실상의 리더로서 팀을 조율한 스티븐 스틸스의 송라이팅 능력과 연주력 역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수록곡 가운데 조니 미첼의 곡인 〈Woodstock〉은 네 사람의 절묘한 화음이 인상적인 곡인데 이 곡을 부르고 나서 그들 스스로가 자신들이 만든 하모니에 놀랐다는 뒷얘기도 전해진다.
CSNY의 성공으로 자신감을 얻은 스티븐 스틸스는 같은 해 솔로 데뷔 앨범인 「Stephen Stills」를 발표했다. CSNY의 동료인 데이비드 크로스비와 그래험 내쉬 뿐 아니라 지미 헨드릭스, 에릭 클랩튼, 부커 티 존스(Booker T. Jones), 링고 스타, 캐스 엘리엇(Cass Elliot, 1941~1974) 등 초호화 멤버가 참여한 이 앨범은 스티븐 스틸스의 역량이 극대화된 작품이다. 아름다운 화음과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가 어우러지는 〈Do for the Others〉와 열정적인 라틴 리듬이 가미된 〈Love the One You're with〉, 일렉트릭 블루스 넘버 〈Go Back Home〉과 펑키한 하드 록 〈Old Times Good Times〉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곡들이 총 망라되어 있다. 딱히 우울한 분위기의 앨범이 아닌데도 사랑의 여름이 끝나버린 쓸쓸한 서정은 가슴을 아리게 한다.
1972년작인 「Manassas」도 주목받은 작품이다. 크리스 힐먼(Chris Hillman), 알 퍼킨스(Al Perkins), 댈러스 테일러(Dallas Taylor), 폴 해리스(Paul Harris) 등 뛰어난 연주자들을 대거 영입한 스티븐 스틸스는 매너서스(Manassas)라는 밴드의 이름으로 한껏 욕심을 부렸다. 더블앨범인 「Manassas」는 LP 4면의 네 파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The Raven' 파트는 라틴과 록, 'The Wilderness' 파트는 컨트리와 블루그래스, 'Consider' 파트는 포크와 포크 록, 'Rock & Roll is Here to Stay' 파트는 블루스와 록으로 채워졌다. 록큰롤의 큰 흐름 속에서 다채로운 색깔을 담아낸 스티븐 스틸스의 감각이 번뜩이고 있는 앨범이다. 'Consider' 파트의 마지막 곡인 〈The Love Gangster〉의 녹음에 참여해 베이스를 연주한 롤링 스톤스의 빌 와이먼은 "그 땐 정말 롤링 스톤스를 떠나 매너서스로 가고 싶었다"는 말로 이 앨범의 뛰어남과 거기에 매료되었던 자신의 심경을 표현한 바 있다.
낡고 오래된 마틴 기타에서 울려 퍼지는 서정
스티븐 스틸스의 기타 연주를 구성하는 재료는 록큰롤과 블루스 그리고 컨트리이다. 여기에다 종종 라틴의 느낌을 새겨 넣는다. 그는 기타 외에도 피아노, 오르간, 베이스 등 다양한 악기를 다루며 콩가와 같은 라틴 퍼커션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 그래서 그의 음악에는 의외로 퍼커션의 등장이 활력을 불어넣는 곡들이 많다. 그는 어쿠스틱 기타 연주시에 변칙 튜닝을 즐겨 사용하며 무대 위에서는 아주 긴 어쿠스틱 솔로 연주도 자주 들려준다.
스티븐 스틸스는 어쿠스틱 기타로는 마틴 기타를 주로 쓴다. 특히 전쟁 전에 만들어진 구형 모델을 선호하는데 나무판이 얇아서 더 맑은 소리를 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렉트릭 기타로는 펜더 프리시즌 베이스와 스트라토캐스터, 깁슨 레스 폴과 파이어버드, 그레치 컨트리 젠틀맨 등 여러 회사의 다양한 모델을 두루 사용한다. 그 중 가장 즐겨 쓴 모델은 (생김새 면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타라는 그레치 화이트 팔콘 기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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