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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미술관에 간
화학자
틴토레토

〈구리뱀〉

의학의 상징

틴토레토, 〈구리뱀〉, 1575~6년, 캔버스에 유채, 840×520cm, 이탈리아 베니스 스콜라 그란데 디 산로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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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을 상징하는 로고에는 왜 대부분 뱀이 들어 있을까? 앰뷸런스에 표시된 생명의 별에도 뱀이 감긴 막대가 들어 있고, 세계보건기구(WHO)의 로고에도 뱀이 감긴 막대가 그려 있다. 또 미육군 의무대의 로고는 뱀 두 마리가 감긴 막대에 날개가 달린 형상이다.

모세의 구리뱀

틴토레토(Tintoretto, 1519~1863)가 그린 〈구리뱀〉은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있는 살라 수페리어에의 천장화다. 당시 베네치아에는 역병이 돌아 전체 인구의 4분의 1이 죽었다. 틴토레토는 시민들을 위로하는 그림을 그린 것이다. 화면을 보면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하단의 불뱀에 물려 고통 받는 백성들과 분노하는 하늘로 나뉘어 있다. 하나님 주위의 천사들의 소동도 하나님의 분노를 더욱 극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화면 중간 왼쪽 언덕 위에 모세가 구리뱀을 단 막대를 들고 있다. 원래 막대에 구리뱀을 단 형상은 세바스티안 부르동(Sëbastian Bourdon, 1616~1671)이 그린 것과 같았을 것이다. 그러나 틴토레토가 그린 뱀은 조금 모양이 독특하다. 머리는 물고기의 형상이고 날개가 달렸다. 신앙심이 돈독하던 틴토레토가 그린 이 뱀은 에덴에서 하와를 유혹했던 느후스단(왕18:4)이다. 또한 틴토레토는 막대를 단순히 일자로 그리지 않고 십자가로 나타내어 모세의 뱀처럼 예수를 나타내려 하였다. 십자가에 감긴 물고기 머리는 병의 치유를 상징하며 아울러 예수도 상징한다. 「요한복음」 3장 14절은 "모세가 광야에서 뱀을 든 것 같이 인자도 들려야 하리니"라고 하여 예수가 모세의 구리뱀과 같은 구원의 역할을 할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세바스티안 부르동, 〈모세와 구리뱀〉, 1653~4년경, 89×105cm, 스페인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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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클레피오스의 신화

그리스 신화에서 아폴로의 아들인 아스클레피오스는 태어날 때부터 외과수술과 관계가 있다. 아폴로와 사랑하여 아스클레피오스를 잉태한 코로니스가 인간과 다시 사랑에 빠지자 그 사실을 까마귀가 아폴로에게 일러바친다. 원래 하얗던 까마귀는 그 때부터 저주를 받아 까맣게 되었고 질투에 화가 난 아폴로가 코로니스를 죽인다. 뒤늦게 아들만은 살리려는 아폴로의 부탁을 받은 헤르메스가 코로니스 뱃속에서 아스클레피오스를 꺼내어 케이론에게 양육하도록 한다. 아스클레피오스는 케이론에게 의술을 배워 독에서 약을 만드는 능력을 가진 의술의 신이 된다.

아스클레피오스는 독을 약처럼 사용할 줄 알았는데 독을 가진 가장 대표적인 생물이 뱀이고 아스클레피오스의 상징은 뱀이 감긴 지팡이다. 아스클레피오스는 많은 사람들을 치료했고 심지어 살리기도 했다. 사람의 수가 자연적으로 제어되지 않게 되자 화가 난 제우스가 벼락을 쳐서 아스클레피오스를 죽였다.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Rod of Asclepius)와 별이 결합되어 앰뷸런스나 의료자원봉사대의 로고가 되었다. 옛날에는 기생충에 걸려 생긴 병이 많았는데, 의사들이 별모양으로 째고 치료를 하던 모습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그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를 세계지도 위에 결합한 로고를 사용한다.

아스클레피오스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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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메스와 카듀케우스

연금술과도 관계있는 그리스의 신 헤르메스는 로마 신화에서는 머큐리라고 한다. 그는 신들 사이의 소통을 담당하는 사자였으며, 천상의 지식을 사람에게 전해주어 인류 지혜의 근원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그는 두 뱀이 감긴 지팡이를 갖고 다녔는데, 하루는 뱀 두 마리가 싸우고 있어서 지팡이를 던졌더니 뱀들이 지팡이에 감기면서 싸움이 멈췄다. 이 헤르메스의 지팡이와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가 혼동을 일으켜 둘 다 모두 의학의 상징이 되었다. 헤르메스의 지팡이는 카듀케우스라고 하는데 지금은 미육군 의무대의 로고로 사용되고 있다.

잠볼로냐, 〈헤르메스 상〉, 1580년, 청동, 높이 : 180cm, 이탈리아 피렌체 바르젤로 국립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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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상징

이런 모든 뱀 형상의 뿌리는 창세기에서 하와를 유혹하던 뱀과 모세의 뱀이다. 틴토레토는 『성경』의 민수기 21장 4-9절의 장면을 그림으로 그렸다. 하나님은 이집트에서 모세를 통해 구원한 이스라엘 백성들을 곧바로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게 하지 않고 광야에서 단련을 시켰다. 모세의 형인 아론이 죽고 난 후 기적의 양식 만나가 지겹다고 이스라엘 백성들의 불평이 계속되자 하나님은 불뱀을 보내어 많은 사람들이 뱀에 물려 고통 받게 하셨다. 백성들이 모세에게 살려달라고 하자 모세는 하나님의 명령대로 구리뱀을 만들어 장대 높은 곳에 매달고 그것을 쳐다보는 사람은 병이 낫게 하셨다. 뱀은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능력의 상징이었다. 늙은 피부인 허물을 벗고 젊음을 되찾는 뱀이 치료의 상징이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앰뷸런스에 표시된 생명의 별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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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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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육군 의무대의 로고인 카듀케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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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창림 집필자 소개

한양대학교 화학공학과와 동 대학원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뒤 프랑스 파리 국립대학교(Universite Piere et Marie Curie)에서 고분자화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결정구조의 아름..펼쳐보기

출처

미술관에 간 화학자
미술관에 간 화학자 | 저자전창림 | cp명어바웃어북 도서 소개

명화에 담긴 과학적 창의력! 과학자의 눈으로 본 미술에 관한 이야기와 미술과 함께하는 과학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명화 속에서 만나볼 수 있는 화학에 대한 흥미진진한..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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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백과] 〈구리뱀〉미술관에 간 화학자, 전창림, 어바웃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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