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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미술관에 간
화학자
프리드리히

〈월출〉

무한과 절대의 포물선

프리드리히, 〈월출〉, 1822년, 캔버스에 유채, 71×55cm, 독일 베를린 국립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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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리히(Caspar David Friedrich, 1774~1840)는 독일 최고의 낭만주의 화가이다. 그의 그림에는 유난히 포물선 구도가 많이 나온다. 〈월출〉은 프리드리히 특유의 숭고미가 고조된 그림 가운데 하나인데 여기에도 떠오르는 달이 만드는 하늘 풍광이 포물선을 그리고 있다.

에너지를 모으는 곡선

포물선은 끝없이 뻗어 가는 광활함을 나타낸다. 프리드리히의 풍경화에는 바다나 광야가 많이 등장하는데 여기에 적용된 포물선 구도는 그 풍경을 더욱 광활하고 무한하게 확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뿐 아니라 하늘의 구름이 만드는 포물선과 바닷가의 바위가 만드는 곡선이 맞대어져서 마치 영화에서의 시네마스코프(Cinema-Scope)각주1) 효과를 낸다.

대형 화면은 가운데 부분과 양쪽 끝부분의 거리가 달라 양끝이 다소 확대된 영상이어야 시각적으로 완전하게 보인다. 포물선 구도의 풍경화는 이런 효과를 주어서 프리드리히가 나타내려는 자연의 광대함을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이처럼 포물선은 에너지나 광선을 모으는 곡선이다.

일반 화면(왼쪽)과 시네마스코프(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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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리히의 그림은 특별한 경외감을 느끼게 한다. 독특한 시점 때문이다. 시점에 대한 그의 특별한 연구는 〈창〉 시리즈에 더욱 명확하게 나타난다. 그는 1805~6년에 같은 창문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 〈오른쪽 창〉과 〈왼쪽 창〉이라는 두 그림을 그렸다. 여기서 그가 탐구한 것은 인간 지각의 한계성이다. 물론 그 원전은 절대자 신에 비하여 제한된 시각을 가진 인간의 신에 대한 경외심을 나타내는 것이다.

고전회화에서는 화가 또는 관람자의 시점은 늘 한가운데였다. 〈창〉 시리즈에서는 시점을 오른쪽과 왼쪽 끝부분으로 바꾸었고, 또 다른 대표작 〈안개바다 위의 방랑자〉에서는 하늘 높은 공간으로 바꾸었다.

인상파 화가 고흐도 마치 화학자들이 다른 연구자의 실험을 재현하듯이 프리드리히의 실험을 그대로 재현하였다. 이 실험은 초현실주의에도 큰 영향을 끼쳐 달리(Salvador Dali, 1904~1989)와 마그리트(Rene Magritte, 1898~1967) 등도 재현하였다.

프리드리히, 〈왼쪽 창〉, 1805~06년경, 종이에 연필과 세피아, 31×24cm, 오스트리아 비엔나 벨베데르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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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리히, 〈오른쪽 창〉, 1805~06년경, 종이에 연필과 세피아, 31×24cm, 오스트리아 비엔나 벨베데르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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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 〈창에서 본 성 바울 병원〉, 1889년, 캔버스에 유채, 종이에 펜과 초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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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무한한 깊이가 담긴 구도

프리드리히, 〈안개바다 위의 방랑자〉, 1818년, 캔버스에 유채, 94.8×74.8cm, 독일 함부르크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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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리히의 그림은 자연과 신에 대한 경외감, 전경과 원경으로 나뉘는 이분법적 종교관, 그리고 등장인물의 뒷모습으로 나타나는 3인칭성이 특징이다.

프리드리히는 그림에서 자신의 인생관을 드러내는데, 가깝고 명확한 전경은 현실을, 희미하고 멀리 보이는 원경은 미래와 희망을 나타낸다. 〈월출〉에서도 그에 따라 전경에 놓인 닻은 현실의 한계성을 나타내며, 달은 신을, 멀리 보이는 희미한 배는 인생에서 앞으로 헤쳐 나갈 여정과 희망을 나타낸다.

프리드리히는 정말로 영화 같은 작품을 제작한 적이 있다. 1830년 러시아의 황태자 알렉산드르가 네 점의 특별한 그림을 주문했다. 투명한 종이에 그림을 그리고 뒤에서 빛을 비추는 작품으로 햇빛과 달빛이 매우 효과적으로 표현되었다. 1835년에 완성되어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운송되었는데 안타깝게도 이후 소실되고 말았다. 어떤 작품이었을지는 같은 형식의 다른 그림인 〈밤의 영상〉이란 작품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프리드리히, 〈밤의 영상〉, 1830~35년경, 투명지에 혼합매체, 74×124cm, 독일 라이프치히 조형예술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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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리히를 독일 낭만주의의 최고 대가로 꼽는 데 주저하는 사람은 없다. 낭만주의는 18세기와 19세기에 걸쳐 전 유럽에 나타난 전방위적 예술 경향이다. 낭만주의는 엄격한 형식을 존중하는 고전주의에 대항하여 생겨났기 때문에 자유분방한 색채와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주제가 특징이다. 풍경화에서도 자연의 충실한 재현보다는 상상력이 중시되었다.

낭만주의라 해도 다 같지는 않아서 프랑스 낭만주의는 현실에 밀착한 시사적 주제를 즐겨 그렸고, 독일 낭만주의는 오히려 이념적이고 정신적인 문학과 철학의 세계를 표현하였다. 영국에서는 컨스터블(John Constable, 1776~1837)이나 터너(Joseph Mallord William Turner, 1775~1851) 등이 신비로운 자연의 모습을 자유로운 색채와 기법으로 나타내어 낭만주의 풍경화의 시대를 열었다.

낭만주의에 관하여는 독일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노발리스(Friedrich von Hardenberg 'Novalis', 1772~1801)의 정의가 아주 명확하다. "세속적인 것에 고결한 의미를, 일상에서 신비로운 양태를, 진부한 것에서 진기한 특징을, 유한에 무한의 성질을 부여하는 것이 낭만주의다."

프리드리히는 나이가 들수록 내면의 깊이가 더해진 그림들을 그려 '고요의 대가'라는 칭호를 얻었다. 그의 그림들에서 느껴지는 무한한 내면의 깊이는 그가 왜 낭만주의 최고의 대가로 불리는지 수긍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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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창림 집필자 소개

한양대학교 화학공학과와 동 대학원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뒤 프랑스 파리 국립대학교(Universite Piere et Marie Curie)에서 고분자화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결정구조의 아름..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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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화학자
미술관에 간 화학자 | 저자전창림 | cp명어바웃어북 도서 소개

명화에 담긴 과학적 창의력! 과학자의 눈으로 본 미술에 관한 이야기와 미술과 함께하는 과학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명화 속에서 만나볼 수 있는 화학에 대한 흥미진진한..펼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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